이 기사는 2019년 09월 06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규석(사진) 포스코 신성장부문장(부사장)은 2차전지 소재 등 그룹 신사업의 '조타수' 역할을 맡고 있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체제 들어 2차전지 소재(양극재·음극재)와 원료에 대규모 투자금을 쏟고 있다. 양극재 원료인 리튬 확보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만 1조원이 넘는다. 오 부문장에게 주어진 특명은 2차전지 부문의 투자가 사업성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게 견인하는 것이다.

오 부문장은 지난해 대림산업에서 포스코로 자리를 옮겼다. 최 회장이 신사업의 컨트롤타워를 맡기려고 데려온 인사다. 1963년생인 그는 10명의 부사장 중 나이로 막내다. 그럼에도 오 부문장에게 지워진 짐은 가볍지 않다는 평이다. 그룹 내 부사장단이 생산과 경영지원 등 기존부터 체계가 잡힌 부문의 수장을 맡는 것과 달리 그는 신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로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한 여타 부사장과 달리 유일한 외부인사다.

신성장부문은 최 회장 체제 들어 사장급으로 격상된 조직이다. 올해 조직개편 때 신사업실을 철강부문과 동급으로 격상했다. 기존에는 철강부문 기술투자본부 산하 부서였다. 최 회장이 파격적인 조직 개편을 한 데는 철강업이 완연한 성숙기에 접어 들었고, 포스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그런 점을 볼 때 오 부문장은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 부문장의 이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컨설팅'이다. 오 부문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동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9년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 한국지사에 입사해 10년을 근무했다. 모니터그룹은 1983년 마이클 포터 등 하버드 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컨설팅 회사다. 신사업을 비롯해 경영 전략을 컨설팅하는 데 특화됐다.

오 부문장은 한국 경제와 제조업이 격동기를 맞았던 1990년대 모니터그룹에서 경영 전략을 짰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가파른 성장에 취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했고, 부실을 키우던 시기였다. 외환위기 직전 기업의 설비 투자를 말렸던 일화가 있다. 당시 수요가 늘고 있는데, 왜 투자를 막냐는 핀잔이 그에게 돌아왔다. 이듬해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다.

이후 오 부문장은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LG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 전략담당 임원을 지냈다. 케이블방송 씨앤엠(현 딜라이브) 대표이사 사장, 대림산업 사장을 지내고 포스코로 옮겼다. 그의 이력을 뜯어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오 부문장이 회사를 옮겼을 시기는 해당 기업이 성장과 위기의 기로에 있었던 시기와 겹친다.

오 부문장이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으로 옮겼던 1999년 회사 매출은 급증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년 두 자리 수 성장을 이어갔다. 1996년 SK텔레콤의 독점이 깨졌고, 이듬해 PCS(개인휴대통신) 3사가 영업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대림산업 사장을 맡았던 2012년은 국내외 경기가 둔화되던 시기였다. 당시 대림산업을 비롯한 건설업계는 단순 시공 위주 사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산업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었다. 오 부문장은 대림산업에서 근무하면서 이해욱 회장(당시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안살림을 도맡았다. 잦은 임원 인사에도 자리를 지켰던 것도 오너일가의 신임과 경영능력 때문이었다.

오 부문장은 통신과 방송, 건설 등 주요 기업의 전환기 때 근무하면서 경영 전략을 짰다. 이 같은 이력은 포스코의 신사업을 추진하는데 적격이라는 평이다. 전임 회장 시절 포스코는 신사업의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추진해 재무적 부담을 안겼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 회장이 벌였던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역사가 되풀이됐다. 정준영 전 회장 때 시작한 합성천연가스(SNG) 사업이 한 예다.

포스코의 2차전지 사업은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르다. 포스코는 2010년부터 음극재 사업을 시작했다. 권오준 전 회장 때 2차전지 소재업의 사업성을 인지했고, 최정우 회장 때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와 원료 분야에 10조원을 투자한다. 양극재에 3450억원, 음극재에 26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이 확정됐다. 핵심 원료인 리튬에는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이 배정됐다. 대규모 투자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비전을 짜는 것도 오 부문장의 역할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 부문장이) 다양한 산업을 두루 경험하면서 안목을 쌓아 포스코의 미래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인사"라며 "공기업 문화가 잔존하는 포스코에서 경영에 필요한 직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