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손해' 대호하이텍, 이상한 대호에이엘 지분 거래 [오너십 시프트]①'구주처분·유증' 주당 970원·총 54억 손해, M&A 사전거래 관측
박창현 기자공개 2019-09-27 07:55:52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6일 10: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호에이엘 최대주주인 대호하이텍이 납득이 가지 않은 주식 매매 거래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싼 값에 대호에이엘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아 놓고선 곧바로 웃돈을 얹어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주당 매각 가격보다 유증 가격이 27% 가량 더 높은 탓에 손 바뀜 자체만으로 5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다. 이에 시장에서는 추후 유증 투자자 변경 등을 통해 경영권 이관 절차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대호하이텍은 최근 알루미늄 소재 자회사 대호에이엘 주식 895만5091주(33%)를 모두 팔기로 결정했다. 가장 많은 지분을 떠가는 투자자는 경영 컨설팅 업체 '원데이즈인터네셔널'로 총 545만여주(20.1%)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어 ㈜플랜코리아와 젬스톤1호조합, ㈜다해에프앤씨가 잔여 지분을 3~4%씩 나눠 갖는다. 원데이즈인터네셔널이 지불한 주당 인수 가격은 3500원이다. 다른 투자자들도 같은 가격에 지분을 샀다고 가정하면, 대호하이텍은 대호에이엘 지분 매각을 통해 총 313억원의 현금을 손에 쥘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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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 거래 직후 대호에이엘은 대규모 자금조달 거래를 발표했다. 먼저 1,2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302억원의 실탄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유증을 실시해 25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도 계획했다. 이렇게 연내 유입될 자금만 550억원이 넘는다.
CB 투자자는 대호에이엘 구주를 가장 많이 산 원데이즈인터네셔널이다. 구주 취득 후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만큼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후속 투자를 단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납득이 가는 CB 투자자와 달리 유증 투자자는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바로 보유 지분을 모두 내놓은 대호하이텍이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호하이텍은 대호에이엘 유증 물량을 모두 가져갈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895만여주의 구주를 팔고, 559만여주의 신주를 다시 취득하는 행보다. 통상 구주 가격보다 유증 신주 발행가가 현저히 낮을 때 이 같은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구주를 일부 팔아 재원을 마련한 후 더 싼 값에 더 많은 신주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대호에이엘은 반대 경우다. 구주는 3500원에 팔았지만 신주 발행가는 4470원에 달한다. 신주 가격이 구주 가격보다 30% 가량 비싸기 때문에 대호하이텍이 구주 559만여주를 팔아 다시 이번에 신주 559만주를 산다고 치면 무려 54억원의 웃돈을 더 얹어야 한다. 무조건 손해를 보는 장사인 셈이다.
공시 오류도 있었다. 대호에이엘은 대호하이텍의 유증 참여 공시를 내면서 최대주주라는 점을 누락했다. 또 투자판단 사항에 '최대주주와 이해 관계가 없는 자'라고 잘못 기재했다.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에 대호에이엘은 공시 후 9일이 지나서야 오류 사항을 정정했다.
시장에서는 추후 유증 투자자가 대호하이텍에서 원데이즈인터네셔널 등 새로운 인수자 측으로 변경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대호하이텍이 경영권 지분까지 다 판 마당에 계속 주식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원데이즈인터네셔널이총 252억원 규모의 CB 전환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지배력 경쟁 자체가 무의해진다. 잠재 CB 전환 물량은 577만여주로, 현재 발행 주식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다. CB 투자자로 원데이즈인터네셔널을 낙점했다는 것 자체가 M&A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대호에이엘 관계자는 "경영권 양수도와 관련해 최대주주 쪽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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