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삼성전자 50년]반도체 자본잠식도 있었는데…'현금 100조 시대'⑥1993년 현금 5435억 보유…25년만에 180배 성장
김슬기 기자공개 2019-11-05 07:38:44
[편집자주]
삼성전자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1968년 전자산업 진출로 탄생한지 이제 '50돌'을 맞이했다. 일본산 전자 부품을 단순 조립해 국내에 팔던 일개 회사에서 독자기술로 세계 시장을 누비는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했다. 엄청난 진보를 이룬 만큼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는 다양한 데이터 변화들을 갖고 있다. 각종 지표들을 토대로 삼성전자의 지난 50년간 변화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4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창립 50년 만에 현금보유액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삼성전자도 처음부터 현금이 풍부한 곳은 아니었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현금성자산이 5000억원대였고 2000년 초중반만 해도 10조원 안팎에 불과했다. 2010년대 들어서 세계 전자산업 시장을 주도하면서 보유현금이 급격히 늘어났다. 2010년 20조원대였던 현금은 2013년 50조원까지 불어났고 지난해 100조원까지 커졌다.
삼성전자는 1969년 자본금3억3000만원으로 시작한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를 모태로 한다. 당시 공식적인 재무자료가 남아있지 않아서 현금 규모가 어느정도 수준인지 알 수 없지만 1970년대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법인이 자본잠식을 기록한 바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것이다. 보유현금은 향후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사용된다.
◇ 1990년대 보유 현금 평균 1.7조→2019년 현금 100조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 3분기말 현금은 104조9892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당기상각후원가금융자산, 장기 정기예금 등을 모두 포함해 현금으로 집계했다. 해당 수치는 창립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50년 전 현금 보유량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가장 오래된 시계열을 확인하려면 신용평가사 자료를 확인하는 게 불가피하다. 한국기업평가는 삼성전자 올 상반기 현금성자산을 89조9240억원으로 추계했다. 삼성전자 IR에서 발표한 99조3070억원에 비해 적은데 이는 한기평이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만을 합산해 현금성자산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보수적으로 현금성자산을 집계한 것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삼성전자의 3분기말 현금 보유 규모는 90조원은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기평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시계열 자료는 1993년 데이터다. 당시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5435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8조6847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조3100억원, 당기순이익은 2039억원선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차입금 규모가 현금성자산보다 많았다. 총차입금 규모는 4조8921억원으로 순차입금 규모가 4조원대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70년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적자에 자본잠식 상태였다. 삼성전자의 핵심인 반도체 사업은 1974년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시작된다. 해당 지분은 이건희 회장이 개인자금을 들여서 인수했을 정도로 확신을 가진 사업이었다. 하지만 적자를 내다가 결국 자본금 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1978년 3월 나머지 지분 50%를 인수했고 1980년 삼성전자로 합병됐다. 당시 현금 수준을 알수 없지만 자본금이 잠식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임엔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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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삼성전자는 드라마틱하게 변신을 거듭했다. 1993년은 삼성전자에 있어서 중요한 시점이다. 그해 초 이건희 회장이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가전매장인 베스트바이에서 삼성전자의 TV가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프랑크푸르트 회의때 세탁기 금형 사출 불량으로 직원이 손으로 뚜껑을 일일이 깎아서 조립하는 모습을 촬영한 비디오를 보고 일대 결심을 한다. 이를 계기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로 알려진 '신경영선언(프랑크프루트선언)'을 하게 된다.
1993년을 기점으로 이듬해 매출액은 10조원을 돌파했고 당기순이익도 1조원을 넘어섰다. 당시 현금성자산은 1조원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와 해외 진출 등으로 인해 차입금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1994년 4조원대였던 총차입금 규모는 1995년 7조7000억원, 1996년 13조원, 1997년 21조원대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1조원에서 3조원까지 늘어나는데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불어닥친 1997년과 1998년은 삼성전자에도 어려운 시기였다. 직전까지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으로 이익을 냈지만 타 사업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당시 메모리 시장도 꺾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1997년과 1998년 삼성전자의 매출은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대였으나 20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해외법인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해 법인을 정리했고 세계 1위 경쟁력을 갖춘 제품군을 다수 확보하면서 체질개선에 나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현금성자산은 2조원대에 불과했다. 1993년부터 1999년까지 평균 현금성자산은 1조716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연간 평균 총차입금 규모는 10조5670억원으로 보유현금보다 차입규모가 컸다.
◇ 2003년 현금 10조 시대 열어…2009년 무차입경영 시작
2000년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2008년까지 현금성자산보다 총차입금 규모가 컸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매출액 규모는 43조원대에서 121조원까지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9조원대에서 6조원대로 후퇴했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 규모는 4조원에서 11조8000억원으로 커졌다. 차입규모는 20조원에서 24조원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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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는 삼성전자는 순차입금 마이너스(-) 시대를 열었다. 당시 현금성자산은 21조원 수준이었고 차입금은 15조원이었다. 이때부터 진정한 의미의 무차입경영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2010년대 들어서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큰 폭으로 쌓였다. 2010년 22조원대였던 현금성자산은 2012년 37조원, 2013년 54조원, 2014년 62조원, 2015년 71조원, 2016년 88조원까지 확대됐다.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내부 현금도 매년 10조원씩 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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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12년 매출액 229조원, 영업이익 37조원, 당기순이익 30조원을 달성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20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경우 변동폭이 컸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반도체 부문에서 호실적을 보이면 이익이 급증했다. 특히 2017년과 2018년 반도체 업황 호황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54조원, 59조원까지 확대됐다. 2018년 현금성자산은 98조원으로 100조원을 목전에 두게 됐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적정 현금규모는 없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간 매분기 5조원대의 현금을 쌓을 정도로 현금창출력이 뛰어나다"며 "향후 신성장동력을 위한 대규모 투자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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