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구조조정]LCC 역사 새로 쓴 제주항공조차 '앞'이 안보인다수급 불균형, 분명해진 성장 한계…사업 다각화 효과 불충분
임경섭 기자공개 2019-11-12 09:17:25
[편집자주]
아시아나항공에서 시작한 항공업계 구조개편 바람이 저비용항공사들로까지 불고 있다.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늘어난 항공사와 격화된 경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본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M&A를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항공사도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항공사도 이미 등장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6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로 매출 1조원을 넘기는 등 성공 스토리를 써온 국내 최대 LCC다. 국내 항공산업의 역사를 다시 쓴 항공사로 제주항공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도 불가능할 것 같던 성공을 보란 듯이 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항공 면허를 받은 3곳을 더해 LCC 9개 사 가운데서도 가장 굳건한 입지를 다진 제주항공조차 구조조정 바람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제주항공이 지난 10여년간 보여준 경이적 성장은 국내 항공사들의 롤모델이 됐다. 단일 기종을 활용한 비용 절감과 다양한 부가 서비스 전략은 후발 LCC들에게도 공식처럼 적용됐다. 효율적인 기단 운용과 원가관리도 다른 항공사들에 비해 돋보인다. 2006년 첫 취항한 이래 12년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LCC업계의 성장을 사실상 주도해왔다.
항공안전관리시스템에 의하면 제주항공이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는 46대로 나타난다. 이 중 1대는 반납 예정으로 올해 말이면 총 45대의 항공기를 운용할 계획이다. 반면 업계 2위군을 형성하는 티웨이항공과 진에어·에어부산은 각각 26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스타항공은 23대를 운용하고 있다.
보유한 항공기만큼 제주항공은 다른 LCC들과 체급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2010년 157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1조2566억원으로 9배 가량 불어났다. 영업이익도 2017년과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진에어가 지난해 매출 1조107억원과 영업이익 630억원을, 티웨이항공은 매출 7318억원과 영업이익 47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제주항공과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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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수급 불균형…분명해진 성장 한계
그러나 제주항공의 가팔랐던 성장세는 최근 조정 국면을 맞았다.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 평균 30%에 달했던 매출 성장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95억원으로 지난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어진 3분기에도 최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렸다.
가장 큰 이유는 한일 갈등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일본 노선을 철수하면서 여객 수요가 크게 감소한 상황"이라며 "3분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 노선의 대대적인 철수로 올해 3분기 여름 휴가철 성수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하반기 탑승률은 지난해 대비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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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항공사의 일본 노선 운항편은 지난해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1.8%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 여행 불매 운동 등 반일 정서가 고조되면서 급격한 여객 감소가 나타났고 3분기에만 지난해 동기 대비 14.65% 가량 여객이 줄어들었다. 매출의 25%를 차지하던 일본 노선에서 8월부터 철수를 본격화하면서 제주항공은 영업에 큰 타격을 받았다.
일본 노선 철수가 진행되면서 국적 항공사의 일본 운항편은 올해 7월 대비 9월에 30% 가까이 감소했다. 일본에서의 운항 축소는 연쇄적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공급 과잉을 불러오면서 실적 악화를 가져왔다. 특히 LCC들은 동남아 지역에 항공기를 투입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운수권을 배분 받은 중국 노선에서 8월부터 일부 운항을 개시했지만, 일본 철수 운항편을 모두 흡수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정세 악화가 장기화하고 있는 홍콩을 제외하고 LCC가 취항하는 동남아 주요 노선에서 13%에서 많게는 35%까지 공급이 증가했다. 급격히 늘어난 공급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탑승률은 하락했다. 올해 3분기 동남아 주요 지역에서 늘어난 공급만큼 수요가 뒷받침 된 지역은 베트남이 유일했다.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초래한 실적 악화는 제주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로 장거리 노선에서 외항사와 경쟁하는 대한항공을 제외하고는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모든 항공사들의 고민거리가 됐다. 올해 3분기 공급 증가율보다 여객 증가율이 앞선 항공사는 대한항공 뿐이었다. 비단 일본에서 발생한 악재가 아니더라도 여객 증가세는 공급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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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사업 확장, 사업 다각화도 불충분
지금껏 제주항공의 성공신화를 이끌었던 성장전략은 내년부터 수정이 불가피하다. 지난 3년 간 항공기 19대를 추가로 들여오면서 외형을 키웠지만, 내년에는 항공기 도입이 급격히 줄어들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2020년 항공기를 최대 2대 도입한다는 방침이지만 계획을 수정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오히려 올해 말과 내년 초 각각 1대씩 반납할 계획으로 외형 성장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항공업 불황을 불러온 수급 불균형은 한 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의 탑승률은 2017년 89.25%로 가장 높았고 2018년 87.93%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85.24%로 재차 하락했다. 제주항공도 2010년 이후 첫 적자를 우려해야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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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보잉737 MAX8 항공기 50대 구매 계약을 맺었던 것은 노선 확장을 위한 전략이었다. 연료효율 개선으로 항속거리가 늘어난 신기종을 통해 인도네시아 등으로 중장거리로 노선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추가 노선 개설을 통해 신규 여객 수요를 끌어올 것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기체 결함으로 도입 시기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일찌감치 흑자전환에 성공한 덕분에 다른 LCC들과 달리 사업 다각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제주항공은 2016년 12월 퍼시픽제3호전문사모부동산투자유한회사를 설립하고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홍대'를 건설했다. 야심차게 추진한 호텔 사업은 지난해 9월 영업을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39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성공하면서 단기간에 흑자전환이라는 성과도 얻었다.
연계 사업으로의 확장을 이뤘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항공운송 사업의 매출 비중이 96.9%에 달하는 반면 호텔 사업 비중은 0.63%에 그쳤다. 호텔 사업이 정상궤도에 들어서면서 점차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객 사업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다. 사실상 1개 호텔을 운영하는 것 만으로는 다각화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라기 보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계 사업으로 진출 차원"이라며 "호텔 사업이 아직 초창기인 만큼 실적은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운수보조를 전담하는 자회사 제이에이에스에서도 다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주항공의 지상조업 등 보조 서비스를 담당하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 17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업이 제주항공에 연동돼 있는 만큼 항공운송 사업이 침체될 경우 마찬가지로 부진을 면하기 어려운 구조다. 제이에이에스는 올해 상반기 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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