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구조조정]'급성장'한 티웨이항공, 시장 재편 바람 편승하나공급 과잉에 실적 악화…자체 노선 구조조정 먼저 시작
유수진 기자공개 2019-11-14 11:22:26
[편집자주]
아시아나항공에서 시작한 항공업계 구조개편 바람이 저비용항공사들로까지 불고 있다.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늘어난 항공사와 격화된 경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본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M&A를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항공사도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항공사도 이미 등장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3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이 영업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최근 국내 항공업계에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 재편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외형 확대 대신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익성에 집중해 기본 체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항공업계 구조조정 바람 속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잡고 기존과 다른 전략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특히 티웨이항공은 공급을 줄이기 보단 인기 노선의 운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항공 수급 불균형 상황에 대응해 가고 있다.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노선 운영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급성장'하던 티웨이항공, 공급과잉으로 제동
티웨이항공은 지난 2013년 예림당을 새 주인으로 맞은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다. 매년 3~4대씩 기재를 새로 들여왔고 이를 적극적으로 국제선 노선에 투입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 2013년 6대였던 보유 항공기 수는 2019년 현재(3분기 기준) 26대로 4배 이상 많아졌다. 같은 기간 정기 운항노선도 6개(국내1·국제5)에서 56개(국내4·국제52)로 9배 이상 확대됐다.
최근 몇 년 간은 영업실적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항공여객 수요 증가세에 맞춰 꾸준히 공급을 늘린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티웨이항공의 매출은 지난 2016년 3828억원에서 2017년 5840억원으로 1년 만에 53% 증가했다. 2018년에도 25% 늘어난 매출 7318억원을 시현했다. 2015년 1.2%였던 영업이익률이 2017년 8%를 넘는 등 수익구조도 크게 개선됐다. 티웨이항공은 이러한 기세를 몰아 지난해 8월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국내 LCC 중 세 번째 상장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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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대로를 달리던 티웨이항공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된 건 올 2분기부터다. 국내 6개 LCC들이 경쟁적으로 노선 확대에 사활을 걸며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탓이었다. 여객수요가 꾸준히 늘긴 했으나 공급 확대 속도를 따라잡진 못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분기엔 '보이콧 재팬' 운동이 본격화됐다. 티웨이항공은 주력으로 삼던 일본 노선의 탑승률이 뚝뚝 떨어지자 자체적으로 노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인천과 대구에서 일본 주요도시를 오가던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고 일부는 아예 폐지했다.
티웨이항공은 일본 노선 축소로 여유가 생긴 항공기의 활용 방안을 고민했다. 여전히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태였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노선 운영에 투입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실제로 티웨이항공의 올 3분기 기재 가동률은 57.4%로 집계됐다.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3분기(58.1%)에 미치진 못하지만 전 분기(54.6%)보단 2.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기재 가동률이 높아졌다는 건 기존보다 항공기 활용 시간을 늘렸다는 걸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항공사들은 보유 중인 여객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노선 운영에 투입하느냐에 따라 매출과 수익성이 좌우된다. 기재 운영 스케줄을 최대한 빈틈없이 짜 항공기가 '놀고 있는' 시간을 최소화 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의 경우 탑승률이 대폭 하락하며 가동률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3분기 국제선 평균 탑승률은 작년 83.4%에서 올해 77.7%로 5.7%포인트 급락했다.
◇노선에 소비자 니즈 반영…내년 항공기 계획은 '미정'
티웨이항공은 일본을 대체할 노선으로 필리핀 등 동남아와 대만을 선택했다. 소비자 선호도를 철저히 고려해 신중히 내린 결정이다. 탑승률이 보장되는 인기 노선을 선별적으로 늘려 매출과 수익성 확대를 동시에 꾀하기 위해서다.
특히 10월부터는 지난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운수권을 확보한 대구-장가계(장자제) 등 중국 노선을 순차적으로 취항하고 있다. 중국 노선 역시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티웨이항공은 이미 3분기에 소비자 니즈에 적극 대응한 효과를 일부 봤다. 전체 LCC 국제선 여객 중 티웨이항공 승객의 비중이 지난해 16.4%에서 올해 18.0%로 확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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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부가서비스 같은 '부업'에서도 소비자의 니즈를 파고들 계획이다. 일반 소비자들도 LCC의 사업 구조를 이해하게 되면서 부가서비스가 새로운 수익창출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올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186억원의 부가서비스 매출을 올렸다. 특히 특정 서비스가 아닌 기내식과 수하물, 좌석선택 등 다양한 서비스의 매출이 동시에 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발 빠른 노선 및 기재 운영과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 제휴사 협업 활동 등을 통한 고객 수요 확대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 상황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고 티웨이항공은 변화에 즉각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이 중장기적으로 공급량 조절에 나설 수도 있단 전망도 나온다. 최근 항공업계 내에서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다. 이러한 분위기는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던 시절엔 기단 확대로 노선 수를 늘리는 게 유리했으나 지금과 같이 침체된 분위기에선 과도한 몸집 불리기가 오히려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아직 내년 항공기 도입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한다. 티웨이항공은 예정대로 연내 2대의 B737-800 여객기를 추가로 들여오지만 이후 계획은 아직 미정이란 입장이다. 일단 올해 도입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보유 항공기는 총 28대로 늘어난다. 항공기 대수로는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제치고 제주항공에 이어 2위 자리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다만 지금과 같이 취항 가능한 노선이 제한된 상태에서 기존과 동일한 기종을 도입하는 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다. 티웨이항공 입장에서 항공기 도입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거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업 계획에 기재 도입 일정을 잡아놨으니 원치 않더라도 들여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티웨이항공이 하루 빨리 중대형기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보유 중인 B737-800으로는 취항 가능한 지역 대부분이 이미 포화상태기 때문이다. 사실상 보유 기재의 한계로 노선 다변화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당초 티웨이항공은 올해 B737-MAX8 4대를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해당 기종의 운항이 중단되며 계획을 전면 보류한 상태다. 아직까지 MAX8 기종의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내년 항공기 도입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며 "시장의 공급 및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기재 운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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