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미래에셋, 선 넘지말라', 역할 한계지은 HDC그룹정몽규 회장 "단독 인수 자금력 충분"…'공동경영 아니다' 쐐기
고설봉 기자공개 2019-11-13 13:48:57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3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I같은 FI를 원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달아오르던 지난 8월말. 미래에셋대우가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히자 시장에는 이런 소문이 돌았다. 미래에셋대우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이뤄 예비입찰에 참여하던 9월 초가 되어서야 소문은 진정됐다. 하지만 그 때부터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의 역할과 인수 뒤 경영진 선임 등을 두고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간 주도권 경쟁이 일어났다'는 내용이 회자되기 시작했다.실제 예비입찰이 임박했던 8월 말 인수전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쪽은 미래에셋대우였다. '미래에셋대우가 국내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황이 언론에 포착됐고, '컨소시엄 구성도 미래에셋대우에서 먼저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미래에셋대우는 신용도와 자금력을 갖춘 우량한 전략적투자자(SI)를 확보해 재무적투자자(FI)로 이번 인수전에 뛰어드는 방안을 구상했고 여러 대기업집단과 접촉한 것으로 지금껏 알려져 왔다. 현대산업개발도 미래에셋대우의 제안을 검토했고, 장고 끝에 인수전 참여를 결정했다는 것이 미래에셋대우측의 얘기였다.
얼핏 컨소시엄 결성 초기 주도권을 쥔 쪽은 미래에셋대우처럼 보였다. 미래에셋대우에서 인수전 참여를 결정하고, FI로로서 '자금력과 신용등급 등에서 우위에 있는 기업'을 물색해 컨소시엄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컨소시엄 초기 미래에셋대우는 'SI같은 FI'로 여겨지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의 지역적 기반이 호남이라는 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당위성을 높였다. 인수 당위성에서 앞서 있고, 공동인수를 먼저 제안한 쪽이 미래에셋대우라고 믿어도 될 만큼 타당성이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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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비입찰이 진행되고, 실사에 접어들면서 현대산업개발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임원진들에게 "반드시 인수하라"는 특명을 내리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을 모두 활용하라"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때부터 미래에셋의 'SI같은 FI 전략'에 변수가 생겼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더욱 확고한 의지를 보이며, 컨소시엄 내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실제 현대산업개발은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고 회계법인과 법무법인들을 선임해 용산역 본사 회의실을 TF의 근거지로 활용했다.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간 주도권 다툼은 본입찰 직전부터 더 노골화 했다. 입찰을 앞두고부터 갑작스럽게 정보 교류가 중단되는 등 다소간의 마찰이 빚어지면서 협업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표면적인 이유는 인수가에 대한 이견과 인수 이후 경영 방식에 대한 이견이고, 이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하고 단독입찰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무적투자자(FI)인 미래에셋대우가 전략적투자자인(SI)인 현대산업개발에 인력 파견이나 사업 전략 등에 대한 요구조건을 늘리면서 이견이 빚어졌다. 일각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하고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까지 흘러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예비입찰 때부터 인수구조 등을 놓고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간 갈등이 있었다"며 "SPC설립, 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 등 다양한 구조가 논의 됐지만, 결국에는 각자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취득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대우에서 본입찰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 CFO 선임권을 달라고 했고, 현대산업개발 쪽에서는 임원진 선임권을 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는 컨소시엄을 유지하며 본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미 컨소시엄 내 주도권은 현대산업개발에 완전히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당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독자 인수여력이 충분함을 대외적으로 밝혔다. 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 박현주 회장과는 어떻게 손잡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 우리 혼자서도 인수할 수 있는 재정 상태"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제 이번 본입찰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자체적으로 3조원이 넘는 자금 증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의 보유현금 1조6315억원과, 지주회사인 HDC의 보유현금 3323억원, 회사채 발행 투자확약서(LOC) 5000억원, 인수금융 등 시장성 차입금 등으로 1조원 이상 동원할 수 있다는 증빙을 제출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투자금으로 총 8000억원 안팎의 금액을 증빙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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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이 자체 자금력에 대한 자신감을 공개석상에서 드러낸 이유는 뭘까.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미래에셋대우를 향해 'FI로서 투자만 하라'라는 공식 쐐기를 박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굳이 미래에셋대우의 자금이 필요 없고, 단독으로 인수할 수도 있다'는 무언의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정 회장은 "그러나 지금까지 여러 기업 인수 합병을 성공적으로 해온 박현주 회장의 안목으로부터 인사이트(통찰력)를 받고 싶어서 같이 하게 됐다"고 미래에셋대우와의 컨소시엄 구성 이유를 설명했다. 통상 SI가 FI에 기대하는 '자금력'에 대한 부분은 오히려 현대산업개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발언으로 회견을 마쳤다. 정 회장 발언의 실상은 '언제든지 미래에셋대우 없이도 혼자 할수 있다'는 의미와 그런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 회장은 또 향후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인수 후 금융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를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성 있고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파이낸스(금융 조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금 조달 면에서 미래에셋대우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만큼 자체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고, 굳이 미래에셋대우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속내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아시아나항공 임원들의 성향을 파악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다"며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및 국내 항공업 구조조정 등에 대한 전략도 자체적으로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몽규 회장이 본입찰 마지막날까지 단독입찰 여부 두고 장고하다 공동입찰로 결론을 냈다"며 "현재로선 미래에셋대우의 경영참여 가능성은 제로이고, 자발적 FI라기보다 비자발적으로 단순 FI로 남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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