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서비스 리포트]'70년' 미래엔, 교육업 근간으로 사업 확장①'독립운동가 설립' 대한교과서 모태…에너지 사업 추락에 1조 그룹 목표 '실패'
양용비 기자공개 2019-11-19 08:01:00
[편집자주]
학령인구 감소라는 악재와 마주한 교육서비스업계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교육서비스업계는 인공지능(AI)과 교육을 결합한 에듀테크가 불황을 이겨낼 '묘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관련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에듀테크 분야에 대한 업체별 강점과 함께 사업 구조 변화를 살펴본다. 아울러 에듀테크 확대에 따른 미래도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5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우석 김기오 선생은 1948년 교과서 출판사인 ㈜대한교과서(현재 미래엔)를 세웠다. 참된 교육이 민족의 살길이라는 소신이 교과서 출판사 설립의 근거였다. 발기인은 10명, 주주만 127명이었다.대한교과서는 광복 이후 한글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1949년 대한민국 최초로 교과서를 발행했다. 6·25 전쟁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피난지인 부산으로 인쇄기를 옮겨가며 교과서를 발행을 멈추지 않았다.
전난 중에서도 교과서를 발행하며 한국 공교육의 기틀을 닦아왔던 대한교과서는 훗날 미래엔이라는 이름으로 '100년 기업'의 꿈꾸는 교육출판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칠순을 넘긴 미래엔은 에너지 발전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교육·에너지그룹으로 탈바꿈했다.
다만 미래엔그룹이 에너지로 사업다각화를 꾀해 해당 사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모태 사업인 교육출판 사업의 그룹 내 영향력은 축소되고 있다.
◇고 김광수 명예회장, 교육출판전문기업 성장 '주역'
김기오 선생이 대한교과서를 설립해 공교육 교과서의 초석을 마련했다면, 고 김광수 명예회장은 대한교과서를 교육출판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원래 김 명예회장은 김기오 선생의 일가 친척 중 한 명이었다. 김기오 선생은 1948년 대한교과서·1954년 현대문학사를 설립한 이후 김 명예회장을 눈여겨보다 그를 양자로 삼아 후계자로 키웠다. 김 명예회장의 성실함 때문이었다.
김 명예회장이 가업을 물려받은 때는 1961년이었다. 김기오 선생이 영면한 지 6년 만에 김 명예회장은 대한교과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대표이사가 된 김 명예회장은 교과서 기업이었던 대한교과서를 출판·인쇄 기업으로 빠르게 바꿔나갔다. 1964년엔 어린이 잡지인 '새소년'을 창간했고, 인쇄소도 새로 지었다. 교과서 전용 서체인 '대교체'의 개발도 그가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이뤄졌다.
새소년은 1989년 종간되긴 했지만 훗날 미래엔이 아동, 청소년 대상 출판 브랜드를 론칭하는 근간이 됐다. 현재 미래엔의 매출 가운데 교과서와 출판사업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오랜 출판 경험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대한교과서의 실적이 처음 공개된 2000년 이후 교육출판부문은 더디지만 꾸준히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0년 1030억원대 였던 별도 기준 매출은 지난해 1819억원으로 80% 가량 성장했고, 330억원이었던 별도 기준 자산은 2741억원으로 9배 가량 성장했다.
대한교과서과 현재의 미래엔으로 사명을 변경한 것은 기업이 탄생하고 60년 뒤인 2008년이었다. 미래엔 사명에는 향후 급변하는 문화환경에 민감하게 대처해 문화산업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 다각화하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교육·에너지' 날개 달고 천명한 1조 그룹 목표, 목전서 '실패'
출판보국을 외치며 설립된 대학교과서는 현재 계열사 11곳을 거느린 중견기업 미래엔그룹으로 성장했다. 미래엔그룹 계열사는 기업의 모태인 교육 뿐 아니라 에너지에서 호텔까지 분야를 총망라한다.
2008년 미래엔은 사명을 변경하면서 2015년까지 그룹 총 매출 1조원 달성을 천명했다. 2000년대 전후로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사세를 키워온 것이 1조 그룹 꿈의 원동력이었다. 1999년 미래엔은 공기업 민영화 1호인 '국정교과서'를 인수해 교과서 사업 강화를 모색했고, 2007년엔 유아시설교육사업을 펼치는 한솔에듀케어(현 미래에듀케어)도 사들이며 교육 사업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1982년부터 전북도시가스 설립을 계기로 꾸준하게 늘려왔던 에너지 부문도 1조원 그룹 꿈의 밑바탕이었다. 1980년대는 정부가 도시가스 사업을 시작한 태동기였다. 전라북도 도시가스 사업권 신청이 나왔지만, 다른 기업의 경우 사업성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 이때 김 명예회장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주공산이었던 전라북도 도시가스 사업을 신청하면서 에너지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2008년 외쳤던 1조원 그룹 꿈은 눈앞에서 멀어졌다. 1조원 매출 목표를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세운 이후 미래엔 연결 기준 매출이 2009년 3679억원에서 2014년 8749억원까지 2배 상승했지만 정작 목표 시기인 2015년 매출이 5940억원으로 떨어졌다. 목전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연결기업 가운데 가장 큰 매출을 담당하고 있던 미래엔서해에너지의 실적 악화가 미래엔 목표 달성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교과서 중심으로 성장한 미래엔그룹은 에너지 사업을 본격화한 시점부턴 에너지사업으로 인한 매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그룹의 총 매출 6393억원 가운데 미래엔서해에너지와 미래엔인천에너지가 기여한 매출이 4300억원에 달한다. 그룹의 시작은 교육출판기업이지만 점점 본업의 영향력은 작아지는 셈이다.
미래엔 관계자는 "창업정신을 잇고 '교과서를 통해 미래를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국내 최초 교과서 발행기업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교과서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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