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VC 설립서 '인수'로 바뀐 사연 즉각적 시너지 효과 '인력 확보' 유리…부산은행 등 LP 나설 듯
안경주 기자공개 2019-11-25 08:19:21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5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문 벤처캐피탈(VC) 신규 설립을 준비하던 BNK금융지주가 유큐아이파트너스(현 BNK벤처투자) 인수로 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기존 VC를 활용하는게 시너지 효과를 즉각적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펀드 운용성과(트랙레코드)를 새로 쌓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NH벤처투자와 인력 확보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22일 업계에 따르면 BNK금융은 지난 17일 유큐아이파트너스의 사명을 BNK벤처투자로 바꾸고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했다. BNK벤처투자는 지방은행 금융지주사 최초의 벤처캐피탈 회사다.
앞서 BNK금융은 지난달 유큐아이파트너스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BNK금융의 자회사 신규 편입은 2015년 BNK자산운용 인수 이후 4년 만이다. BNK금융 관계자는 "BNK벤처투자는 핀테크 기업 발굴 등 그룹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BNK금융이 불과 2~3개월 전만 하더라도 VC 설립과 관련해 신규 법인을 세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혁신금융 정책에 발맞춰 지역 벤처기업의 창업과 육성을 위해 전문 VC 설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법인 신설에 필요한 제반 업무를 추진해 왔던 것. 특히 BNK금융은 BSK인베스트먼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VC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습득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새 분위기가 바뀌면서 인수합병(M&A)로 선회했다. 특히 유큐아이파트너스 인수 제안이 들어오면서 BNK금융 내부의 분위기가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BNK금융 관계자는 "M&A 시장에 벤처캐피탈이 매물로 잘 나오지 않는데 (유큐아이파트너스의 경우) 타이밍이 좋았다"며 "신규 법인 설립보다 유리한 점이 더 많다고 판단, M&A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BNK금융이 M&A로 선회한 배경엔 부산은행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빠르게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큐아이파트너스는 지난 2009년 설립돼 6개 조합을 운용하고 있는 VC다. 올해 1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00억원으로 늘렸다. 모태펀드·국민연금 등으로부터 출자를 받은 유큐아이파트너스의 운용자산(AUM)은 1192억원 규모다.
BNK금융이 VC를 신규로 설립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운용자산 규모를 1000억원 수준으로 늘리기 어렵다. 계열사인 부산은행, 경남은행, BNK투자증권 등이 출자에 나서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조직을 구성하고 본격 가동에 나서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금융당국이나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신기술사업금융업 또는 창업투자회사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고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이 경우 캐피탈, 투자증권, 자산운용 등 계열사에 분산돼 있는 창업·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 업무를 VC에 집중시킨다는 BNK금융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BNK금융 관계자는 "법인을 신설하면 정상 궤도에 오르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고, 펀드 운용과 관련한 트랙레코드도 새롭게 쌓아야 한다"며 "실적 부분에서도 당장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력 확보 경쟁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시기에 농협금융이 NH벤처투자를 신설하면서 인력 확보 경쟁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기존의 VC들도 심사역 이탈 등을 이유로 신규 인력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BNK금융은 유큐아이파트너스를 인수, 심사역 등 인력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같은 인력 확보 경쟁에서 한 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BNK금융은 안정적인 조합 운용을 위해 VC 전문가인 도승환 대표이사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또 정훈 전무, 차훈 전무 등 주요 구성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BNK금융은 당분간 BNK벤처투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특히 내년 신규 펀드 결성과 관련해 부산은행 등 계열사들이 주요 LP로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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