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용등급 하락]순수 민간기업 최초 AAA 등극…영욕의 7년제조업 한계 극복 상징성…결국 업황에 희비
이경주 기자공개 2019-11-28 09:01:32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6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7년 동안 보유했던 국내 최우량 신용등급 AAA엔 특별한 상징성이 부여됐었다. 금융사를 제외한 순수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오른 최우량 등급이었다. 다른 AAA급 일반기업들은 모두 공기업이 모태였다. 정부 보호를 받는 과점사업자인 덕에 최고 신용등급이 가능했다.현대차는 독자 능력으로 쟁취한 등급이었다는 것이 달랐다. 치열한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톱5로 부상했다. 10%가 넘는 상각 전 영업이익률까지 확보했다. 신평사들은 경기에 민감한 제조사에 AAA급을 주는 것은 무리라는 일각의 지적에도 상향을 단행했다.
현대자동차는 오랜 불황을 거치며 다시 AA+로 강등됐다. 크레딧업계에선 비판보단 격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갈수록 심화된 글로벌 경쟁 속에 현대차가 잘 버텨낸 것으로 평가했다.
◇2012년 11월 나신평 AAA 첫 스타트
2012년 11월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자동차 신용등급을 AA+에서 AAA로 전격 상향했다. 2010년 3월 AA+로 오른지 2년 9개월, 2011년 11월 '긍정적' 등급전망이 붙은 지 1년만의 일이었다. 이어 한국신용평가(2013년 3월)와 한국기업평가(2014년 12월)도 상향에 동참했다.
순수 민간기업으로는 첫 AAA 부여라 화제와 함께 논란도 됐었다. AAA급은 △시장지위 △사업안전성과 성장성 △수익성 △재무안전성 등 주요 평가 항목이 대다수 최상위급이어야 받을 수 있는 '넘사벽의 영역'이었다. 때문에 금융사를 제외한 일반기업 중에는 정부 보호를 받는 공기업 출신 기간사업자만 소수로 받고 있었다. 당시 AAA급은 포스코와 KT, SK텔레콤 등 3개사 뿐이었다. 현재는 포스코와 현대차의 등급강등으로 KT와 SK텔레콤만 남았다.
현대차는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 제조업자라는 것이 논란이 됐었다. 실적과 업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AAA급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신평사들은 현대차가 2008년 금융위기에도 활발한 해외진출을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매년 큰 폭으로 개선시키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도 사업성이 월등했다.
현대차는 2012년 당시 소나타 등으로 글로벌 주요 시장인 미국 공략에 큰 성과를 거뒀었다. 현대·기아차 합산 미국 점유율이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4.8% 수준이었지만 2012년 8.7%로 뛰었다. 과점을 했던 내수시장 역시 지위가 더 탄탄해졌다. 내수 점유율은 같은 기간 68.3%에서 74.9%로 상승했다.
특히 해외 매출처 다변화가 경쟁사들보다도 뛰어났다고 평가받았다. 2012년 기준 매출 비중이 내수 16.7%, 북미 18.9%, 유럽 14.6%, 아시아 31.4%, 기타 18.4%로 고루 분산돼 있었다. 혼다와 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들이 북미와 아시아로, 독일 폭스바겐이 유럽과 아시아에 치중돼 있었다.
성장성과 수익성까지 3박자를 갖췄었다. 현대차는 2010년 66조9000억원이던 매출이 2012년 84조4469억원으로 2년만에 18조원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에비타)도 8조원에서 10조9600억원으로, 에비타마진율은 12%에서 13%로 상승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이 변동성이 심해 피치(Fitch)와 같은 글로벌 신평사들은 보수적으로 등급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대차에 AAA를 부여했을 때도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당시 국내 신평사들은 각자 기준을 근거로 현대차가 AAA에 합당하다고 봤다"며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된 품질과 신뢰도, 무엇보다 경쟁사 대비 월등히 잘 갖춰진 해외판로 다각화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결국 업황에 희비…업계 "7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
현대자동차는 결국 시장 일각이 우려한대로 업황 변동성에 발목이 잡혔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공교롭게도 AAA 부여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최근엔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까지 겹쳐 내연기관 차량 시장 위축을 촉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 점유율이 7.4%로, 국내점유율은 65.2%로 축소됐다. 실적도 함께 악화됐다. 지난해 에비타는 6조1836억원으로 2012년(10조9609억원)보다 5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에비타마진율은 6.4%로 2012년(13%) 대비 절반이 됐다.
이에 한신평이 이달 25일 자로 현대차 등급을 AA+로 강등했다. 최초 AAA 등급 부여 후 딱 7년만이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현재 AAA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신평사들은 AAA 평정이 잘못된 판단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가 2014년까지는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과 실적을 유지한 것이 근거다. 2014년 매출은 89조2563억원, 에비타는 10조999억원으로 에비타마진율이 11.3%였다. 이후 수익성이 꾸준히 하락했지만 업황 침체기에 더 큰 악재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 잘 버텨온 것도 배경이다.
앞선 관계자는 "AAA 등급이 유지된 7년은 상당히 긴 기간"이라며 "폭스바겐 같은 기업이 크고 작은 스캔들로 홍역을 치른 것과 비교하면 현대차는 리스크 관리를 잘해 업황 침체기를 잘 버텼다. 지금 판단해도 트리플A를 부여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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