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삼성카드' 이끈 원기찬 대표, 4연임 관건은 업계 최장수 CEO, 6년간 성과 눈길…60세 퇴진기조·송사 변수될 듯
이장준 기자공개 2019-11-29 09:31: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7일 13: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사진)의 임기 만료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햇수로는 6년차로 현재 카드업계에서 '최장수 CEO'로 꼽힌다. 삼성그룹 내부에서 신임이 두터운데다 카드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아 경영의 연속선상에서 무난히 '4연임'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다만 삼성그룹의 '60세 CEO 퇴진' 흐름과 송사 이슈가 연임의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디지털 삼성카드' 구축…'공격적 마케팅' 외형 확장→'비용 절감' 내실 다지기
'변화와 혁신을 통해 디지털 삼성카드로 비상하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30년사를 발간하며 원 대표가 취임한 2014년 이후 시기를 이렇게 정의했다. 삼성전자 출신답게 카드사에 'IT DNA'를 심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가맹점수수료 인하, 저성장 등 대외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조했다.
부임 직후에는 빅데이터 조직인 BDA(Biz Data Analytics) 담당을 신설하며 빅데이터 사업 진출의 기반을 닦았다. 이듬해에는 금융권 최초로 전사적 자원관리(ERP) 기반 차세대 시스템(BLUE ONE)을 구축했다. 삼성전자와 협업해 삼성페이 등 신결제 서비스도 확대했다. 카드업계에서는 디지털 부문을 선도한다는 평이 나온다.
경영전략도 유연하게 달라졌다. 원 대표가 이끄는 삼성카드는 초창기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취임 전 출시된 '숫자카드' 마케팅 비용을 대폭 확대해 정체된 발급 수와 이용실적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캐시백, 무이자 할부 등 기타마케팅 비용은 업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이에 따라 당시 현대카드와 벌이던 시장점유율(M/S) 2위 싸움에서 승리했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지난해부터는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법인구매카드와 할부리스 등 취급 수수료가 낮거나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이른바 '저수익 자산' 취급을 줄였다. 이번 3분기 기준 이용금액(카드+할부리스사업)은 30조297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감소했다. 상품채권 잔고도 같은 기간 5.2% 줄었다. 그런데도 순이익이 2.8% 증가한 건 '알짜' 자산 위주로 영업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다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신사업 연구를 위한 '통합 플랫폼' 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내실 위주 경영전략과 더불어 사업 다각화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적은 월등하지는 않아도 양호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삼성화재와 제일모직 보유지분을 처분했을 때를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35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자산을 줄이면서 총자산이익률(ROA)은 1.62%로 개선됐다. 연체율도 1.31%로 작년 말보다 소폭 낮아졌다.
원 대표는 삼성그룹 내부에서 신임이 두터운 편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카드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팍팍해지면서 CEO를 교체하는 리스크를 지는 것도 부담인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원 대표의 4연임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60세 퇴진 룰', 삼성전자 인사팀장 시절 노조 관련 재판 관건
"계열사 사장은 60세까지만 중용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세대교체 차원에서 앞세운 원칙이다.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이 원칙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사장단 인사에서 권오현·윤부근·신종균 등 부문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금융계열사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1955년생), 안민수 삼성화재 대표(1956년생), 윤용임 삼성증권 대표(1956년생)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했다. 1960년생인 원 대표만이 당시 금융계열사 CEO 중에서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원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60세 퇴진 룰'이 발동할지 주목하고 있다. 내년이면 원 대표도 60대에 들어선다. 현재 카드사 CEO 중에서 나이로 따지면 세번째다.
노조 와해 관련 재판 역시 원 대표의 4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삼성전자 '인사통'으로 통한다. 1984년 인사팀으로 시작해 1995년 경영지원실 인사팀 담당 차장, 2002년 북미총괄 인사팀장, 2005년 경영지원총괄 인사팀 인사기획그룹장, 2010년 경영지원실 인사팀장 등 관련 경력만 30년이다.
그런데 최근 2013년 인사팀장 시절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와해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5일 원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갈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업황이 안 좋아 CEO들의 연임을 해 경영 안정성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원기찬 사장의 경우 삼성그룹 내부의 60세 퇴진론과 송사 이슈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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