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11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전 재계 서열 8위 GS그룹으로부터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주사 ㈜GS를 중심으로 GS그룹이 일종의 '그룹 펀드'를 조성한다는 소식이었다. GS그룹 내 여러 계열사에 퍼져있는 오너들이 지주사로 자금력을 응집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계획이었다. 최근 국내 대기업집단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였다.후문에 따르면 이 펀드를 조성하고 계열사들에 적극적으로 자금 요청을 한 GS그룹 오너는 허창수 회장이 아닌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었다. 허태수 부회장은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5남이고 허창수 회장의 동생이다. 서열 측면에서나 맡고 있는 사업 측면에서나 다른 오너들에 비해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GS그룹의 대표 사업은 홈쇼핑보다는 에너지, 정유, 건설 등의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런 허 부회장이 그룹 차원의 사업에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의외였다.
다만 그가 GS그룹의 2대 회장으로 추대됐다는 소식을 듣고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업계와 GS그룹 내부에서도 허태수 부회장이 새로운 회장이 됐다는 사실을 두고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허태수 회장은 현재 GS그룹을 이끌어갈만 한 3대 오너들 중에서 가장 도전적인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 허태수 회장은 GS홈쇼핑에서 5~6년 전부터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그룹 내 어떤 계열사도 적극적으로 행하지 않은 행보다. 대표 계열사인 GS칼텍스는 신사업에 이제 막 눈을 뜨고 걸음걸이를 시작한 단계다.
그룹 내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련 강의에서도 허태수 회장은 가장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궁금한 내용에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었다고 전해진다. 허태수 회장의 경영 방식과 가치관 등은 그간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색채가 짙었던 GS그룹의 이미지와 정면으로 대치된다.
GS그룹은 미래에 지속 가능한 신사업에 대한 갈증이 어떤 대기업집단보다도 심한 그룹이었다. '안정적이지만 유망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는 시장의 시선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그룹 총수로 진취적이고 신선한 인물이 낙점됐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허태수 회장은 이번 달 내로 지주사를 비롯해 GS그룹의 조직 개편과 팀장 배치를 완료하고 자신의 그림을 그려간다는 계획이다. 회장 인사 전 잠시 주춤했던 그룹 펀드 작업도 다시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성장과 번영을 위해 과감한 변화를 택한 GS그룹의 선택을 응원한다. 그가 GS홈쇼핑에서 선보였던 실험 정신은 아마 GS홈쇼핑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가 필요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
- [thebell note]제약바이오는 다이어트 중
- "35년 영업맨, 상장 후 글로벌 시장 노린다"
- [thebell desk]'부동산 PF' 누가 떠안을 것인가
- [thebell note]벤처캐피탈리스트와 숫자
- [thebell note]대신증권 ‘종투사 전환’에 거는 기대
- [CFO 워치]하나증권 신임 김정기 본부장, 최대 과제 '실적 턴어라운드'
- [thebell note]'월클' LG전자, 너 자신을 알라
- 하이브 '집안싸움'이 가리키는 것
- "포스코와 철강·2차전지 자동화 로봇사업 확대"
- [2024 캐피탈마켓 포럼]"유상증자 통한 자금 조달 본격화된다"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동화일렉의 보물 '중국', 유럽·미국 확장 기반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엔켐, 운전자본 '다이어트'…투자 재원 마련 묘수
- 'IFRS'라는 시스템
- 스마일게이트RPG, 기업가치 '7조' 추산…IPO 전망은
- 'K-GAAP과 IFRS 사이' 스마일게이트의 CB 스토리
- 스마일게이트, CB 전환권 만료 덕 순이익 '8512억'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롯데·SK·솔루스' 재무 한눈에 보니…CAPA가 실적 갈라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후발 주자 케이잼의 든든한 버팀목 '고려아연'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롯데 전지박 큰그림 속 조용히 힘 키우는 '롯데정밀화학'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재무체력 우수' 롯데EM, 배터리 캐즘 극복 청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