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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벤처투자 다시보기]20년 역사의 길, 신사업 발굴 첨병으로 우뚝①1999년 전문법인 설립, 초기출자 200억→운용자금 2.5조 확대

윤필호 기자공개 2019-12-18 11:38:11

[편집자주]

삼성의 벤처투자는 20년 역사의 길을 걸어왔다. 1999년 삼성전자 등 계열사가 200억원을 출자해 만든 '삼성벤처투자'가 핵심 역할을 맡아 이를 견인해왔다. 그동안 투자 활동을 보면 의료, 반려동물부터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에 이르기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뒤안길로 사라진 사업군이 많지만 지금은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은 사업군도 상당수다. 삼성의 과거 벤처투자를 되짚어보고 미래 성장전략, 또 향후 핵심 사업은 무엇이 될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7일 12: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9년 설립된 삼성벤처투자는 지난 20년 동안 차세대 기술과 사업 투자를 주도하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CVC(Corporate Venture Capital·기업형 벤처캐피털)로 성장했다. 초기에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에 발맞춰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을 이끌었다.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에 부응해 삼성의 자금과 경영 노하우, 기술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규모를 점차 키워오며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챙기는 업무로 영역을 넓혔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요구되는 역할도 점차 변했다. 그동안 독자적인 기술 개발 노선을 지향했지만, 이에 따른 한계를 인지하고 그룹 밖에서 다양한 분야의 핵심기술을 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활발한 투자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상생에서 출발해 신기술 발굴 사령탑으로

삼성벤처투자는 1999년 삼성그룹 4개 계열사가 출자한 자본금 200억원으로 설립된 CVC다. CVC는 금융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이 독립적인 벤처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모기업은 CVC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해 지분을 획득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신규 사업 등을 도입하고 내재화 할 수 있다. 금융수익 확보에만 치중하기보다 경영상 유무형의 이득을 목적으로 한다. 삼성벤처투자는 역시 일반적인 자금 지원 역할뿐만 아니라 투자 대상 기업과의 연계 등 육성에도 관여하고 있다.

출범 당시 밝힌 목적은 벤처기업들과의 상생이었다. 정부의 중소 벤처기업 육성정책 부응과 유망 중소업체에 경영 전략과 선진기술을 지원에 나섰다. 이 같은 배경에는 미국의 CVC 투자붐이 자리하고 있다. 설립 당시인 1999년 미국의 벤처캐피탈 투자 가운데 CVC 비중은 14.4%로 최고치를 찍었는데 지금까지도 이 같은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도 당시 IT 투자붐으로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벤처기업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2000년대 중후반을 지나면서 규모도 커지고 행보도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삼성은 외부와 협력하기 보다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수준도 높아지면서 점차 '나홀로 개발'에 한계를 느꼈고 점차 외부에서 원천기술과 아이디어 물색에 나섰다. 이 같은 그룹의 변화는 삼성벤처투자의 경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망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기술 개발 과정에 협력하는 등 신규 사업 아이디어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삼성벤처투자는 벤처기업의 초기단계부터 주식시장 상장 직전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투자했다.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경영과 기술, 상장 컨설팅까지 전과정에 걸친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며 두터운 관계를 형성했다.

2000년대 중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불황에 투자를 확대해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되면서 글로벌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인텔론(Intellon)을 비롯해 소닉스(Sonics), 테크노버스(Teknovus) 등 무선통신과 반도체 기업 투자가 이어졌다. 이후 2010년부터 투자 대상이 바이오와 영상 기술업체로 이동했다. 2011년 인수한 메디슨과 레이 모두 의료기기 업체였고 이듬해에는 DNA분석 기술업체인 인터젠X(IntegenX)에 투자하기도 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4차 산업혁명의 태동에 맞춰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 투자를 늘렸다. 특히 2015년부터는 바오밥스튜디오(Baobab Studios In)나 포브(FOVE) 등 가상현실(VR)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조성 과정에 참여해 기술집약적 벤처기업 육성 등 지원에 나섰다.



◇삼성전자, 운용자금 '60%' 지원…투자 전반 진두지휘

삼성벤처투자는 계열사의 기술 전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기능을 중심으로 신기술 찾아서 투자를 한다.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들과 상호 협조하는 방식을 통해 혁신 기술을 보유한 외부 벤처기업을 지원한다. 결성한 펀드자금에 회사의 영문 약자 SVIC와 연번을 붙여 관리한다. 지난 20년동안 SVIC48호 신기술 투자조합까지 진행시켰으며 누적 금액은 3조2525억원에 달한다.

삼성벤처투자 지분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전기, 삼성전자 등 6개 계열사가 비슷한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실제 투자와 운용에 있어서 삼성전자의 비중을 따라갈 계열사가 없다. 현재 삼성벤처투자가 운용하는 자금은 2조5155억원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비중은 대략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 계산할 경우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삼성전자로부터 들어온 셈이다. 이를 통해 투자 전반에 걸쳐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그룹 내부에서도 삼성벤처투자가 사실상 삼성전자 전담 투자 자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업벤처 지원조직인 C-Lab에서 발굴해 CVC 형태로 삼성벤처투자에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확보한 기술은 계열사의 신규제품 생산에 활용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SVIC 21호 투자조합을 비롯해 총 9개 투자조합에 각각 99%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총 장부가액은 9106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9개 투자조합을 통해 올해 3분기 7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챙겼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삼성벤처투자의 투자 결정에 깊이 관여하며 먹거리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때문에 미래 사업을 엿보기 위해서는 삼성벤처투자의 투자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벤처투자가 지분투자를 한 기업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삼성벤처투자가 지분투자를 추진한 미국의 소음 제거 기술업체 포르테미디어(fortemedia)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소음 제거칩 개발에 성공해 삼성전자가 2008년 출시한 휴대폰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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