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13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액정이 깨졌네!" 흔히 스마트폰 화면이 깨지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삼성전자 갤럭시·애플 아이폰 시리즈의 플래그십 모델을 사용한다면 이럴 때 액정이 깨졌다고 말해선 안된다. 당신이 쓰는 스마트폰 스크린에는 액정(Liquid Crystal)이 없기 때문이다. LCD에선 백라이트에서 시작된 빛이 액정을 통과해 컬러 필터를 만나 색을 표현하지만 갤럭시와 아이폰에 쓰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액정 없이 소자가 자체발광한다. 이 스마트폰에 채택된 OLED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회사가 바로 삼성디스플레이다.삼성디스플레이는 2007년 중소형 OLED 최초 양산을 시작했다. 일찌감치 LCD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난 탓에 현재 매출의 80%가 중소형 OLED에서 나온다. 이 분야 시장점유율도 80%가 넘는다. 삼성디스플레이를 바라보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시선에는 일종의 부러움이 섞여있다. 삼성전자라는 안정적인 공급처가 있었기에 신기술에 2010년대 중반 연간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실시할 수 있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부터 본격 실시하는 QD디스플레이 투자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내 8세대 생산라인을 2025년까지 13조원을 들여 대형 OLED 라인으로 전환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3년 OLED TV 패널을 개발했지만 수율 문제로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대형 디스플레이에서도 더 이상 LCD로는 승산이 없다는 분석에 OLED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세운 중국 LCD 생산법인 실적을 보면 LCD 사업 쇠락을 알 수 있다. 30억달러를 투자해 2013년 가동을 시작한 쑤저우 LCD 생산법인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907억원, 순이익 208억원으로 2015년 연간 8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실적이 하향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국내 8세대 LCD 생산라인을 QD디스플레이로 전환하면서 남는 8세대 공장이 바로 이 곳이지만 중국발 저가경쟁 탓에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21년부터 QD디스플레이 라인 가동을 시작하면 이제 대형과 중소형 모두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짜인다. 다만 대형 OLED는 경쟁업체에 비해 늦은 출발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언론 보도에 경쟁사식 표현인 'QD-OLED'라는 용어가 나올 때마다 이를 'QD디스플레이'라고 정정할 만큼 자존심 싸움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경쟁에서 뒤쳐진 것에 주목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대형 LCD 사업에서 투자금을 회수한 뒤 중소형 OLED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바탕으로 대형 OLE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탈 LCD 전략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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