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공개 거부한 KT회장 후보…이유는? 윤종록 전 미래부 제2차관…KT서 약 30년 근무, 부사장직까지 올라
성상우 기자공개 2019-12-16 10:17:17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6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윤종록 전 미래부 차관이 차기 KT 회장 유력 후보 중 한명으로 떠올랐다. 그는 KT 지배구조위원회가 발표한 차기 회장 후보 9명 중 유일하게 '비공개'를 요청한 후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인 체신부에서 사무관으로 경력을 시작, KT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통신 전문가로도 분류된다. KT CEO 자리와는 오랜 연이 있다. 지난 2008년 자진 사임한 남중수 전 KT 사장(현 회장) 후임 후보로 물망에 오른바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KT 지배구조위원회가 공개한 차기 KT 회장 후보 9명 중 유일하게 실명 비공개 처리된 후보는 윤 전 차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이유는 '후보 본인의 요청'이다. 윤 전 차관은 지난 11월부터 언론 등에서 꾸준히 언급돼 온 차기 유력후보군에 포함된 적이 없다. 오성목 현 KT 사장과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 유력 후보로 꼽히던 인사들이 제외된 시점에서 한번도 거론된 적 없는 새로운 후보가 등장한 모양새라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전 차관은 사실 ICT 업계에서 새로운 인물이 아니다. 약 10여년 전에도 KT 회장(당시 사장) 후보로 언급된 바 있다. 과기정통부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 체2차관을 거쳤으며, ICT업계의 주요 정부기관은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도 역임했다. 현재는 가천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공개를 요청한 배경에 대해서도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KT에 몸 담았던 박근혜 정부 관련 인사들이 각종 비리 혐의로 경·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구속된 현 시점에서, 전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본인의 이력을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풀이된다.
더군다나 성격이 전혀 다른 정권으로 교체된 현 시점에서 전 정권 관련자들은 교체돼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윤 전 차관은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전문위윈과 미래창조과학부 초창기 차관을 거치면서 '창조경제 전도사'로도 불린 인물이다.
후보 중 유일하게 비공개 요청을 한 것과 지배구조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인 점에 대해선 비판의 여지가 남아있다. 초기 심사 대상으로 공모받았던 수십명의 후보가 아닌, 1차 컷오프를 넘은 소수 최종 후보의 이름을 굳이 비공개 처리해야 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민간 기업이 당사 CEO 후보를 심사 단계부터 대중에 공개해야 될 의무는 없다. 다만, 이번 후보 실명 공개 결정이 매번 제기되는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파견 및 밀실 심사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공개 결정은 그 취지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9명 중 단 한명의 이름만 비공개했다는 점에 대해선 형펑성 논란도 생길 수 있다. 비공개 요청을 한 윤 전 차관 개인 역시 2차 심사 단계에서 벌어질 언론 등의 검증 과정을 회피하려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0년 기술고시에 합격한 윤 전 차관은 당시 체신부 사무관으로 발령받으면서 ICT 업계와 연을 맺었다. 이듬해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가 체신부에서 분리되면서 함께 자리를 옮긴 그는 이후 약 30년 가까이 KT에서 근무하면서 부사장직까지 올랐다. e비즈사업과 마케팅, R&D 부문 등 기술과 사업 부문을 두루 거쳤다. 2008년 남중수 당시 KT 사장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면서 차기 사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으나, 후임 이석채 회장(당시 사장)의 '물갈이' 대상에 포함돼 KT를 나왔다.
이후 미국 벨연구소 특임연구원과 연세대 교수를 지낸 윤 전 차관은 2013년 박근혜 캠프에 합류하면서 ICT 산업 핵심부로 돌아왔다.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고학분과 전문위원을 맡은 뒤 그 공로로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차관으로 임명됐다. 김종훈 당시 벨연구소 사장을 미래부 초대 장관으로 대통령에게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창조경제'를 탄생시킨 장본인으로도 꼽힌다. 차관 재직 당시 창조경제의 정책적·제도적 기틀 마련 및 홍보에 집중했다. 그에게 '창조경제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업계는 그의 KT 회장 선임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는 분위기다. 관(官)과 기업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ICT 업계 전문가로서의 역량은 충분할 지 모르나, 전 정권의 핵심 인사로 분류됐던 이력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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