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바이오 IPO…전화위복 or 침체일로 국내 공모시장서 위세 주춤…최대어 SK바이오팜 등장, 투심 변화 주목
양정우 기자공개 2019-12-17 14:03:03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6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선 바이오 IPO의 위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해엔 전체 상장 딜 가운데 바이오 기업의 IPO가 가장 많았을 정도로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1위 섹터의 지위를 반납한 데 이어 IPO 건수 자체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올 한해 국내 바이오 시장엔 우울한 뉴스가 이어졌다.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등 코스닥 대장주가 잇딴 악재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크게 꼬꾸라졌다. 유통시장에 바이오 공포 심리가 번지면서 IPO 공모시장 역시 위축됐다.
내년 바이오 IPO의 전망을 두고 IB업계의 시각은 반반으로 나눠져 있다. 한 쪽에선 '최대어' SK바이오팜을 필두로 바이오 섹터가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른 쪽에선 이제 본격적으로 '바이오 버블'이 꺼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바이오 IPO, 국내 1위 섹터 반납…한풀 꺾인 '바이오' 위세
올해 1~11월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바이오 업체(의료 포함)는 총 13곳으로 집계됐다. 연말 상장 채비에 한창인 바이오 기업(신테카바이오, 메드팩토,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천랩 등)까지 포함할 경우 총 17건의 IPO가 진행됐다. 지난 1~11월 간 성사된 IT 섹터의 IPO 건수(21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바이오 섹터가 국내 IPO 시장에 떨친 위세와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지난 한해 바이오 섹터에선 총 24곳의 기업이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수년 간 국내 공모시장에서 득세했던 IT 섹터를 제치고 가장 많은 IPO 기업을 양산했다. 빅딜의 부재로 침체기에 놓인 IPO 시장을 그나마 바이오 IPO가 뒷받침해 왔다.
하지만 올해 바이오 IPO는 제대로 저력을 드러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바이오 대장주가 잇따라 난관에 부딪히면서 유통시장에서 바이오의 주가가 맥을 추지 못했다. IPO 공모를 준비하는 바이오 기업으로서는 최악의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대어급으로 분류된 바이오 업체가 기술성평가의 벽을 넘지 못한 것도 바이오 IPO의 기세가 한풀 꺾인 이유로 꼽히고 있다.
◇바이오 대장주, 주가 '추풍낙엽'…바이오 IPO, 상장 급제동
신라젠은 지난 8월 초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에서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 3상의 무용성 평가에 대해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수사,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에이치엘비의 임상 3상 지연에 이어 대형 악재가 또다시 발생했다.
국내 바이오 시장에서 신라젠은 '바이오 잭팟'을 상징하는 기업이다. 지난 2016~2017년 주가가 10배 이상으로 치솟는 텐베거(ten-bagger)를 달성하면서 바이오주의 주가 랠리를 주도했다. 하지만 한때 1주당 15만원을 넘었던 신라젠의 주가는 이제 1만원 대로 추락했다. 코스닥 바이오 섹터는 유독 '공포 동조화'가 심한 탓에 별다른 악재가 없는 바이오 업체까지 줄지어 주가가 폭락해 있다.
유통시장의 주가 침체는 IPO 공모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올해 상반기 상장한 기업 총 18곳 가운데 6곳이 바이오 업체였다. 지난 2월 이노테라피를 시작으로 셀리드와 지노믹트리, 수젠텍, 마이크로디지탈, 압타바이오 등이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바이오 섹터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뒤로 바이오 IPO에도 서서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바이오 기업의 상장은 한동안 국내 IPO 시장을 지탱해 왔다. 근래 들어 '빅딜'이 실종된 가운데 그나마 바이오 IPO가 쏟아지면서 공모시장의 급격한 축소를 막을 수 있었다. 만일 바이오 IPO마저 자취를 감추면 전체 공모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SK바이오팜, 바이오 회복 신호탄?…'글로벌 3상' 악몽 극복
반면 국내 바이오 IPO의 전화위복을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내년 IPO 최대어인 SK바이오팜의 상장을 시작으로 바이오 섹터의 주가가 회복 추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올 들어 신라젠과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등 바이오 대장주의 악재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의 벽에 부딪힌 결과다. 글로벌 임상 3상은 세계 바이오 시장을 장악한 빅파마도 통과하기 쉽지 않는 관문이다. 다국적 제약사의 성공 확률도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IPO를 앞두고 대표 제품인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미국 판매 허가까지 취득했다. 국내 바이오 투심의 저변에 깔린 '글로벌 3상' 악몽을 지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이오의 주가가 주저 앉은 것과 무관하게 흥행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오히려 SK바이오팜이 바이오 투자에 다시 불을 지피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일 SK바이오팜이 증권가에서 책정한 상장 밸류(5조원)를 그대로 인정받을 경우 바이오 상장사의 주가도 재평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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