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M&A]첫발 담근 국내VC들, 잭팟 명단서 빠진 이유는스톤브릿지·IMM, 초기 투자 후 회수…기업가치 껑충 재투자 부담
박창현 기자공개 2019-12-17 08:35:35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6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니콘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4조8000억원에 팔리면서 자금회수 기회를 잡은 기관 투자가들의 면면에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잭팟이 기대되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해외 큰 손들이다. 국내 벤처캐피탈(VC)들은 초기 단계에서 투자해 이미 자금을 회수한 상태다. 후속 투자 기회도 있었지만 이미 기업가치가 크게 오른데다 투자 펀드 만기까지 겹쳐 재투자에 나서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는 최근 우아한형제들 국내외 투자자들이 갖고 있던 경영권 지분 87%를 넘겨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다.
이번에 지분을 파는 투자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글로벌 투자자인 힐하우스캐피탈과 골드만삭스PIA, 세쿼이아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GIC)등이 매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유니콘 M&A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한번 국내 플레이어들이 소외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잭팟 명단에는 빠졌지만 국내 VC들 역시 이미 초기 단계에 투자해 자금 회수를 모두 끝낸 것으로 나타났다. 스톤브릿지벤처스와 IMM인베스트먼트가 대표적이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엔젤 투자를 제외하고 투자 기관들 가운데 가장 먼저 우아한형제들을 포트폴리오에 담은 VC였다. 2012년 우아한형제들이 설립되고 갓 1년이 지난 시점에 '네이버 스톤브릿지 초기기업 투자조합'과 '2010KIF스톤브릿지 IT전문투자조합'을 통해 종잣돈을 지원해줬다. 당시 책정된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는 100억원이 채 안됐다.
이후 2014년 시리즈B 투자가 진행될 때는 IMM인베스트먼트가 우군이 돼줬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알토스벤처스와 사이버에이전트 등과 함께 총 120억원을 지원해줬다. 우아한형제들이 론칭한 배달앱 '배달의 민족'이 연착륙을 하던 시기라 기업가치 또한 2년 만에 500억원까지 올랐다. 투자 펀드는 'KIF-IMM IT전문투자조합'이었다.
수 년간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두 VC는 똑같이 2017년 10월 투자금을 회수했다. 중국 투자 전문회사인 '힐하우스캐피탈'이 구주 확보에 나서면서 자금회수 기회를 잡았다. 2016년 시리즈 D 투자 때 들어와 우아한형제들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힐하우스캐피탈은 투자 비중을 더 높이고자 했다.
반면 스톤브릿지벤처스와 IMM인베스트먼트는 투자 펀드 만기가 도래해 자금 회수가 필요했다. 투자 시점과 비교해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가 크게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구주 거래 직전에 단행된 우아한형제들 유상증자 거래에서 무려 7000억원이 넘는 가치가 매겨졌다. 단순 비교를 하더라도 수 십배의 투자 차익이 기대됐다. 결국 양 측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거래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지금을 회수한 두 VC는 다시는 우아한형제들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 시리즈F 투자 유치전이 열렸지만 3조원 대 가격표가 붙은 유니콘에 재투자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 정도 물량을 담을 수 있는 펀드도 없을 뿐더러 글로벌 큰 손들의 등장으로 포트폴리오 관리와 자금회수 전략 수립에 있어 소액 주주로서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잭팟을 터뜨리지 못했지만 이미 2017년 회수 때도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우아한형제들에 투자한 VC 펀드들이 모두 기준 수익률 이상으로 청산된 점이 이를 입증한다.
그나마 KTB네트워크가 2014년에 투자해 올해 M&A 때 자금을 회수한다. 다른 VC들처럼 엑시트 기회가 있었지만 성장에 대한 확신과 펀드 운용 기간의 여유 등 여러 이유로 지분을 팔지 않았다. 0.9% 가량의 지분을 들고 있는 KTB네트워크는 약 400억원의 회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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