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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유니콘, 해외로 엑시트…국내 IPO는 찬밥? [배달의민족 M&A]공모시장 규모 한계, 밸류에이션 책정 쉽지않아

양정우 기자공개 2019-12-20 11:00:44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7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결국 해외 엑시트(투자회수)를 단행했다. 올 들어 숙박앱 여기어때가 영국 사모펀드에 팔린 데 이어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의 대명사 쿠팡도 나스닥 상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엑시트 창구로서 토종 유니콘의 외면을 받고 있다. 국내 증권사와 손잡고 상장 작업에 나선 기업도 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 단위 유니콘이 데뷔하기엔 국내 공모시장의 볼륨이 작은 데다 특유의 밸류에이션 고평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토종 유니콘, 해외 엑시트 행보…국내 IPO 시장, 소화 미지수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팔리면서 국내외 투자자(지분율 87%)는 단번에 엑시트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PIA와 힐하우스캐피탈그룹, 네이버, 세콰이어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 등이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8월 여기어때도 영국의 사모펀드 운용사 CVC캐피탈로 매각이 확정됐다. 토종 스타트업의 주인이 외국계 사모펀드로 바뀐 건 여기어때가 첫 사례였다. 그 뒤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우아한형제들의 빅딜 소식이 이어진 셈이다. 토종 유니콘의 대명사인 쿠팡의 경우 거물급 글로벌 재무 인사를 잇따라 영입한 뒤로 나스닥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유니콘 기업의 해외 엑시트 행보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야놀자(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와 지피클럽(NH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와 IPO 주관 계약을 맺은 유니콘도 있지만 상장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유니콘 출신으로서 코스닥에 입성한 '1호' 기업은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조 단위 유니콘을 소화하기에 국내 공모시장 자체가 협소하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국내 IPO에선 공모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경우 해외 기업설명회(IR)을 함께 진행한다. 한국 공모시장의 자금만으로는 풍족한 수요를 모으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셈이다.

DH가 우아한형제들에 매긴 몸값은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에 달한다. 만일 국내 IPO를 선택했다면 연간 공모규모 1위는 물론 '역대급' 상장 밸류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국내 IPO 공모시장은 아직 볼륨 자체가 글로벌 선도 시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을 거치면서 제값을 받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역설적으로 전도유망한 유니콘일수록 국내 IPO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모시장 자체가 작아 밸류를 제대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해외 M&A의 경우 향후 시너지까지 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밸류에이션 잭팟 한계…금융당국, 유니콘 잡기 '안간힘'

밸류에이션도 국내 IPO의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M&A로 엑시트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은 물론 시너지 효과까지 몸값에 반영된다. 나스닥 등 해외 IPO의 경우 성장성만 보장된다면 상장 밸류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IPO 시장에선 스타트업으로 문을 연 토종 유니콘에 어떤 잣대를 들이댈지 아직 미지수다. 우아한형제들이 4조7500억원의 상장 밸류(적정시가총액 기준)를 확보하려면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224.1배(역대 최대 당기순이익 기준, 2017년 212억원)에 달해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이 밸류에이션에서 주로 쓰는 매출주가비율(PSR)로 따져도 14.9배(2018년 매출액 3193억원)를 인정받아야 한다. '테슬라 상장 1호'인 카페24의 경우 PSR 4.9배를 적용해 공모가 밴드를 설정했다. 당시 네이버와 카카오, 가비아 등 국내외 업체를 피어그룹으로 삼아 PSR 4.9배를 적정 기준으로 도출했다. 우아한형제들의 PSR과 현격한 격차가 있다. 국내 IPO를 감행했다면 4조원 이상의 밸류를 받는 게 쉽지 않았던 셈이다.

올 들어 금융 당국은 토종 유니콘의 국내 IPO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혁신기업 IPO 촉진을 위한 상장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업종별 평균 미만의 매출액 등)의 틀을 넘은 유니콘은 기술특례 상장을 시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케일업 기업(2년 연속 평균 매출 증가율 20% 이상)에 해당하는 유니콘도 이제 기술특례로 IPO에 나설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가 토종 유니콘을 잡고자 애쓰고 있다"면서도 "좀더 파격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IPO를 추진하는 기업마저도 해외 엑시트를 훨씬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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