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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2020 점검]아모레퍼시픽, 호황기에 그린 청사진…미완의 성공매출 6.3조·영업이익률 8%로 목표 미달…내년도 글로벌 성장 '방점'

전효점 기자공개 2019-12-30 08:55:55

[편집자주]

내수 기반으로 성장해온 유통업계와 식음료업계는 2010년대 들어 변화를 시도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고,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실었다. 2020년을 목표로 장기 비전을 발표한 곳도 많았다. 2020년까지 매출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목표로 삼았던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코앞이다. 2020 비전을 제시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6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2015년 9월 창립 70주년 행사에서 '비전 2020'을 선포했다. 2020년 매출 12조원, 영업이익률 15%, 해외 매출 비중 5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창립 이후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서 회장의 원대한 청사진은 화장품 업계 초호황을 등에 업고 탄생했다.

서 회장은 구체적으로 해외 시장과 관련해서는 5대 브랜드(설화수·이니스프리·라네즈·마몽드·에뛰드)를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중동과 중남미 시장 신규 진출도 선언했다. 신규 브랜드 개발을 위해 사내 스타트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2020년을 목전에 둔 지금, 아모레퍼시픽은 서 회장이 4년 전 꿈꿨던 것처럼 성장했을까.


◇업황 악화에 매출 답보·이익률 저하…사내스타트업 안착은 성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전년 대비 소폭 반등한 매출 6조3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전년 대비 3.3% 성장한 기록이다. 국내 화장품업계가 올해 들어 긴 부진의 터널을 통과하며 실적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수익성은 아직 낮다. 영업이익률은 최근 10여년래 최저치인 8% 수준이 예상된다. 해외매출 비중은 3분기 말 현재 32% 수준으로 50%에 못 미친다. 2015년 서 회장이 제시한 비전은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실패'에 그친다.

서 회장이 2015년 '비전 2020'을 밝혔을 당시 화장품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기였다. K뷰티에 대한 글로벌 인기는 승승장구했다. 그룹 매출성장률은 2015년~2016년 20%를 넘나들었다. 영업이익률은 16% 선을 기록했다. 미래는 장밋빛으로 보였다. 아모레퍼시픽 직원 성과급을 유수 대기업이 부러워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이듬해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 사드 사태로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매출이 뚝 끊기고 내수 심리도 급랭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실적은 2016년 매출 6조7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이듬해 10% 이상 곤두박질쳤다. 2017년 매출은 6조원을 간신히 턱걸이했다. 지난해는 성장세를 회복했지만 성장률이 0.8%에 머무르며 저조한 상황이다.



사내 스타트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는 제도적으로 안착하면서 그룹의 성장엔진이 돼주고 있다. 서 회장은 삼성전자 'C랩'과 같은 사내 린스타트업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작지만 창의적인 니치 브랜드 신규 개발을 촉진하고자 했다.

이같은 뜻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린스타트업 태스크포스 1기를 결성한 데 이어 매년 신규 팀을 배출하면서 브랜드를 실험하고 있다. 1기에서는 친환경 천연유래 화장품 및 스포츠 코스메틱이란 콘셉트로 각각 '가온도담'과 '아웃런' 브랜드가 론칭했으며, 이듬해 론칭한 2기에서는 남성 전용 화장품 '브로앤팁스'와 마스크팩 정기배송 서비스 '스테디' 등이 사업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의 린스타트업 제도는 지난해 3기 '큐브미', '프라도어'까지 배출하면서 꾸준히 전통을 써내려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린스타트업 제도를 통해 실적이 어려울 때도 창조적인 니치(niche) 브랜드가 새롭게 개발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문화를 만드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영토, 계획보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확장

아모레퍼시픽은 어려웠던 시기에도 서 회장이 당시 선언했던 비전이 가리키는 방향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다. 글로벌 영토는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꾸준히 확대했다.

글로벌 시장에 관한 성과는 복합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이니스프리가 고전한 것처럼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성과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서 회장의 뜻만큼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15년 전체 매출의 22%에 불과하던 해외 매출은 올해 3분기 말 현재 32%까지 늘었다. 지난해 기준 21.4%에 불과한 LG생활건강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이 진출한 국가는 40여개국에 이른다. 올해 러시아, 유럽 18개국 등지로 시장을 확대, 3분기 누적 글로벌 매출 1조52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성장했다.

서경배 회장은 2015년 비전 선언 당시 글로벌 진출에 대해 "현재까지 진출하지 않은 새로운 권역에도 순차적으로 진입할 방침"이며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글로벌 메가시티를 집중 공략하겠다"며 해외 진출 기준을 밝혔다. 당해 그는 2016년에는 중동에, 2017년에는 중남미 시장에 발을 내딛고자 했다.


그룹은 중남미에는 아직 깃발을 꽂지 못했지만 중동 지역에는 지난해 3월 '에뛰드' 브랜드를 내세워 UAE 두바이에 1호점을 출점하며 포문을 열었다. 2016년 아모레퍼시픽 중동법인(AMOREPACIFIC ME FZ LLC)을 설립하고 시장 조사에 돌입한 지 만 2년 만이다. 그룹은 UAE에 이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현지 사업을 확대했다.

해외 진출은 5대 챔피온 브랜드(설화수, 이니스프리,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를 각국 시장 특성에 맞춰 론칭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프리미엄 수요가 높은 중국을 비롯해 아세안 시장에서는 설화수 브랜드를 중심으로, '자연주의, 비건, 스킨케어'가 화두인 유럽과 미국 시장은 라네즈와 이니스프리를 앞세워 공략하고 있다. 색조 메이크업 수요가 높은 중동 시장은 에뛰드가 대표 브랜드다. 해외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브랜드는 이니스프리와 설화수, 라네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내년에도 글로벌 실적을 성장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50개국에 진출한다는 목표도 새로 잡았다. 특히 아세안과 북미 시장을 핵심 시장으로 육성해내는 것이 목표다. 북미 지역은 매출 규모는 3분기 누적 685억원으로 크지 않지만 매출 성장률 42%를 달성한 성장률이 돋보이는 신시장이다. 아시아는 성장률은 3분기 누적 6% 규모이지만 같은 기간 매출이 1조4350억원에 이르는 최대 마켓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내년에도 '혁신상품', '디지털', '글로벌' 이라는 사업 방향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성장성이 높은 북미와 아세안 시장에 초점을 맞춰서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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