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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 재무실적 개선 신용도는 제자리로 긍정적 아웃룩 반납, 중공업·건설 지원 가능성 탓…계열 부담 확대

이경주 기자공개 2020-01-13 09:04:19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8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아웃룩)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됐다. 업계는 실적과 재무상태가 개선 추세에 있음에도 신용도가 후퇴한 배경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적자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에 대한 재무적 지원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핵심 배경으로 거론된다.

◇1년여 만에 '긍정적' 반납…실적·재무와는 무관

한국신용평가는 7일자로 수시평가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무보증사채 신용등급(BBB0) 아웃룩을 ‘긍정적’에서 ‘안정적’ 변경한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 아웃룩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뀐 지 1년 3개월 만에 다시 원상복귀 됐다. 신용등급 상향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다른 신평사인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BBB '안정적'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한신평만 아웃룩만 최근 1년 간 상하향 됐다.

크레딧업계에선 두산인프라코어 재무상태와는 무관한 평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아웃룩을 부여받을 당시보다 현재 실적과 재무상태가 오히려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2018년 상반기 말 재무지표를 근거로 긍정적 아웃룩을 부여했었다. 당시 부채총계는 7조5153억원, 자본총계는 3조5217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13.4%였다. 가장 최근 현황인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170.1%다. 긍정적 부여 당시보다 오히려 부채비율이 43.3%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익확대로 자본은 늘고 차입금 축소로 부채는 줄어든 결과다. 자본총계는 2018년 상반기 말 3조521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말 4조3415억원으로 23.3% 증가했다. 반면 총차입금은 같은 기간 4조7292억원에서 4조3870억원으로 7.2%, 부채총계는 7조5153억원에서 7조3856억원으로 1.7% 감소했다.

실적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었다. 긍정적 아웃룩을 부여받은 2018년 매출 7조7301억원, 영업이익은 848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17.7%, 28.4% 늘었다. 지난해 역시 3분기까지 누적매출(6조2393)이 전년 동기에 비해 4.9% 늘고, 영업이익(7018억원)은 전년 수준(0.6% 감소)을 유지했다.


◇적자 두산중공업·건설 지원 가능성 높아진 탓

때문에 순수하게 그룹 적자계열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 가능성 탓에 신용도가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을 지주회사로 두고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을 주력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지배구조는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이 사업환경 변화로 수년 전부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의 부담이 가중됐다. 지배구조 상으론 지주사인 두산이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을,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의 부실을 보완하게 된다.

실제 이 같은 구조로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가 진행됐다. 두산중공업이 4718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두산이 1416억원을 출자했다. 두산건설이 단행한 3154억원 유상증자는 두산중공업이 3000억원을 출자해줬다.


문제는 지배구조 하단에 있는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다른 형태로 재무적 지원에 동원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4월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디비씨 지분 일부를 약 285억원에 매입했다. 더불어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인 두산밥캣도 두산과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용인 소재 부동산을 약 870억원에 사들였다.

두산인프라코어 재무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적자 계열사들의 모회사가 아니더라도 재무지원을 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겼다. 특히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재무악화가 현재진행형인 반면 △ 그 동안 재무지원 중심에 있던 두산의 지원여력이 감소한 것이 이번 평정의 결정적 근거로 작용했다. 이제 그룹이 지원을 기대할 곳이 두산인프라코어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평정 보고서에서 “두산중공업은 총차입금/EBITDA 지표가 14.9배로 차입부담이 수익창출력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 높은 금융비용 부담으로 순손실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두산건설은 추가적인 잠재부실 가능성과 차입금 차환부담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산도 높은 배당정책 등으로 그룹 재무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재무여력이 양호한 두산인프라코어의 잠재적 계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향후 두산인프라코어 신용도 전망도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 현황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크레딧업계 애널리스트는 “이번 평정은 '소년 가장의 비애'로 표현할 수 있다”며 “맏형인 두산중공업과 동생인 두산건설이 부실해지면서 두산인프라코어가 그룹에서 유일하게 캐쉬카우 역할을 하게 됐다. 이 탓에 실적과 재무가 개선세에 있음에도 신용도가 후퇴하게 된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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