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13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2019년 한해 동안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으며, 30조원 시대를 열었다. 시장에 출시된 펀드 수만 해도 3000개가 넘을 정도다.

다만 상반기와 하반기 온도차는 뚜렷했다. 9조원이 넘는 뭉칫돈을 빨아들였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시장이 얼어붙으며 1조원대 자금을 모으는 데 그쳤다.

프라임브로커(PBS) 간 경쟁도 한층 치열했다. 엎치락 뒤치락했던 최상위 사업자 자리는 삼성증권이 미래에셋대우를 근소하게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KB증권은 계약고를 가장 큰 폭으로 늘리며 3위 자리를 꿰찼다.

◇ 한국형 헤지펀드, 34조 시장 성장…펀드수 3000개 돌파

2019년 말 전체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 규모는 34조2460억원이다. 이는 2018년 말보다 10조2392억원 늘어난 수치다. 헤지펀드 시장은 2017년 12조원대에서, 2018년 24조원대로 성장한 뒤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한 자산운용사는 모두 209곳, 펀드수는 3066개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운용사는 53곳 증가했고, 펀드수는 1176개 늘었다. 헤지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사업자 뿐 아니라 신규 플레이어들의 활동도 활발해진 셈이다.

2019년 헤지펀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사모 운용사로는 나섬·누림·디와이·샘·스카이워크·퀸즈가드자산운용 등이 있다. 가치투자 명가로 알려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2019년 헤지펀드 시장에 등장했다. 이밖에 NH투자증권은 12월 말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분사하며 NH헤지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트러스톤멀티자산운용은 르네상스자산운용으로, 브로스자산운용은 멜론자산운용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전체 헤지펀드의 2019년 단순평균 수익률은 약 4.60%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이 7.7%였던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전체 3066개 펀드 중 플러스(+) 수익률을 낸 펀드는 2460개다. 597개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9개 펀드는 0.0%의 성과를 기록했다.

◇ 상반기·하반기 엇갈린 희비…코스닥벤처펀드 '시들'

헤지펀드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성장속도는 달랐다. 2019년 상반기 설정액은 33조1279억원으로 2018년 말 대비 9조1211억원이 늘었다. 이와 달리 하반기에는 1조1181억원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하반기 사모펀드 시장에서 각종 악재가 터지며 투심이 얼어붙은 영향 때문이다.

2018년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던 코스닥벤처펀드의 인기 또한 시들해졌다. 2019년 말 코스닥벤처펀드의 설정액은 약 1조77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1년전과 비교했을 때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걸은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지수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데다 사모펀드 사태로 신뢰를 잃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탓이다.

2019년 코스닥벤처펀드를 신규로 출시한 하우스도 드물었다. 2019년 신규 설정된 코스닥벤처펀드는 47개 안팎으로 추산된다. 르네상스자산운용, 루트엔글로벌자산운용, 아이앤제이자산운용 등이 신규로 코스닥벤처펀드를 출시했다.

이 가운데 더벨 헤지펀드 리그테이블 대상에 오른 펀드는 288개, 운용사는 총 89곳이다. 리그테이블에 올라온 펀드의 총 설정액은 10조3244억원이다. 운용기간 1년이상·설정액 100억원 이상을 채운 헤지펀드가 시장의 30% 수준인 셈이다.

이들 펀드의 2019년 단순평균 수익률은 6.92%로 전체 헤지펀드 시장의 단순평균 수익률(4.60%)을 2%포인트 이상 앞섰다. 운용 기간, 규모면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펀드들이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냈음을 알 수 있다.

◇ PBS '접전', 승기잡은 삼성증권…KB증권 3위 도약

PBS 시장의 수탁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삼성증권이 7조7000억원대 계약고를 기록하며 1위 사업자 자리를 차지했다. 2위 사업자는 미래에셋대우로 7조6300억원대로 뒤를 추격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9년 월별로 보면 몇차례 삼성증권을 따돌리는 등 격차를 더욱 좁히고 있다.

중위권 경쟁도 치열해진 가운데 KB증권이 3위로 도약에 성공했다. KB증권의 계약고는 6조2000억대로 1년만에 3조원 가까이 성장했다. 증가규모로 보면 KB증권이 전체 사업자 중 가장 컸다.

4위는 NH투자증권으로 6조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1년 전만해도 NH투자증권이 1조5000억원 가량 KB증권을 앞섰으나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4조7000억원대, 신한금융투자는 1조7000억원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