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재무 라인=미전실' 전통 이어가 최윤호 신임 사장 선임, 이상훈 노희찬 이어 세번째 옛 미전실 출신
윤필호 기자공개 2020-01-22 08:03:54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2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신임 경영지원실장(CFO)으로 최용호 사장을 선임했다.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이 세 번 연속으로 CFO 라인을 장악하고 재무를 포함해 핵심 업무를 맡았다.삼성전자의 CFO는 주요 경영 관리를 책임지는 직책인 만큼 재무전문가인 동시에 회사 전반의 경영 전력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때문에 인선 기준이 유난히 엄격하다. 미전실에서 업무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이 꾸준히 선호되는 현상을 보이는 이유다. 전임 CFO들은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그룹 전반의 핵심 직무에 올라 역량을 발휘했다. 직전 CFO인 노희찬 사장은 에스원 사장으로 자리했다.
지난 20일 발표한 2020년 정기사장단 인사를 통해 신임 CFO(경영지원실장)에 오른 최 사장은 과거 삼성전자 사업지원팀과 미전실을 거치며 사업 전략을 구상하고 지휘하는 등 주요 업무를 담당했다.
최 사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삼성전자 가전사업부에 입사해 수원 경리팀을 비롯해 영국법인 관리담당,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사업지원팀 담당임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등을 거쳤다. 다양한 사업부와 국내외 조직을 거쳤지만 지속적으로 재무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2010년 사업지원팀 담당임원을 수행했으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미전실 전략1팀 담당임원을 맡았다. CFO 선임 전까지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으로서 경영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글로벌 경영관리를 수행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국내에서 CFO가 본격적으로 위상을 갖추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최고경영자(CEO)가 복잡한 경영환경에서 모든 업무를 챙기기 어려워졌고 재무와 생산, 마케팅 등 부문별로 담당 임원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체제가 등장했다. CFO는 단순 재무 업무만을 담당하기보다 경영 전반에 걸쳐 전략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받았다.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시대 조류를 따랐다. 그룹 내 최고 재무 전문가이자 관리와 전략에 능통한 인사가 전담했다.
삼성전자의 CFO 명맥을 따지자면 2000년대 초반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CFO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위상을 강화했다.
그는 제일모직에 입사해 경리과장을 거쳐 삼성전자 경리과장, 재경팀장과 경영지원실장직을 역임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01년 경영지원총괄담당 사장, 2003년 경영지원총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이후 2009년 삼성카드로 옮기기 전까지 삼성전자의 재무와 경영 관리 전반을 책임졌다.
최 사장이 2009년 물러서면서 경영지원총괄본부가 해체됐다. 당시 경영지원팀장을 맡고 있던 윤주화 부사장이 감사팀장을 역임하며 CFO 업무도 겸임했다. 그해 12월 다시 경영지원실이 확대 개편됐고 CFO 자리는 윤 사장에게 정식으로 돌아갔다.
윤 사장이 CFO를 맡았던 시기는 이재용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승계 수업을 받기 시작하던 때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새로 신설된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올랐고 최지성 사장이 CEO를 맡았다. 윤 사장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을 보필하며 삼성전자의 재무 관리를 체계화했다.
당시 경영지원실장은 총괄에 하나, DMC와 DS 부문별로 각각 하나씩 총 3자리가 있었다. 윤 사장은 총괄 경영지원실장과 DMC 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겸했고 DS부문 CFO는 김종중 사장이 맡았다. 다만 2012년 말에 DMC 부문이 폐지됐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재경팀과 경영지원팀장, 감사팀장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IMF 외환위기 당시 사업 구조조정, 재무구조 개선 등을 주도했다. 윤 사장은 CFO의 업무를 성장동력 발굴, 인수합병(M&A) 등 전략·기획의 영역으로 더욱 확장시켰고 회사의 체질 개선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전실 출신 재무라인 전통 생성
2012년 윤 사장의 후임 CFO로 이상훈 이사회 의장(당시 사장)이 낙점됐다. 이 의장을 시작으로 미전실 출신들이 삼성전자 CFO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의장은 사업지원팀장 부사장과 사업지원팀장 사장을 역임했고 2011년 삼성그룹의 미전실 전략1팀장 사장에 올라 주요 의사 결정 업무를 맡았다.
1년뒤 다시 삼성전자로 돌아와 CFO인 경영지원실장 사장에 선임되면서 주요 재무라인을 모두 거쳤다. 이 의장은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 시절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근무한 인연을 통해 최측근으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 CFO를 끝으로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이사회 의장을 맡아 명실상부한 삼성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의장의 후임은 미전실 감사팀 출신인 노희찬 사장으로 선임됐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경영지원실 지원팀장 등을 거쳐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한 재무관리 전문가다. 노 사장이 에스원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후임 CFO로 최윤호 사장이 자리했다. 이상훈-노희찬-최윤호까지 미전실 출신들이 중용되는 '미전실 출신=삼성전자 CFO' 공식을 이어갔다.
현재 삼성전자를 둘러싼 환경은 불확실성이 높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 악화의 여파로 심각한 실적 부진을 감내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상훈 의장은 사법 리스크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복잡한 대내외 환경에 CFO의 역할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최 사장의 본격적인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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