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러스운용, 알파빌딩 매각…로즈데일빌딩 거래 닮은꼴 매도자가 매수자로 나선 사례, '리츠 → 부동산펀드' 비히클만 바꿔
이명관 기자공개 2020-01-22 09:19:06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1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솔교육이 알파빌딩 인수 거래를 성사시켰다. 보유 중이던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했고, 인수 방법을 두고 고심한 끝에 매도자의 도움을 받았다. 보유 중인 자금이 한정적이다보니 인트러스투자운용이 설정하는 부동산 펀드를 투자 수단(비히클, vehicle)으로 활용 했다. 부동산 펀드를 비히클로 사용한 것은 알파빌딩이 리츠 소유다 보니 동일하게 리츠를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는데 따른 선택으로 풀이된다.인트러스운용은 매도자이면서 매수자로 나섰는데, 과거 이와 동일한 형태로 거래를 성사켰던 경험을 살려 무사히 매각을 성사시켰다. 앞서 2018년 국민연금과 함께 투자했던 로즈데일빌딩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거래가 지지부진했었는데, 인트러스투자운용이 전격 매수자로 나서면서 우여곡절 끝에 거래가 이뤄졌다.
◇매매 본계약 체결, 인수 주체 부동산 펀드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솔교육이 알파빌딩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주체는 매도자인 인트러스투자운용이 설립하는 부동산펀드이다. 한솔교육은 이 펀드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다. 매매가는 1000억원 초반대로 전해진다.
앞서 한솔교육은 보유 중인 알파빌딩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알파빌딩 인수에 본격 나섰다. 한솔교육은 매도자인 인트러스투자운용이 2017년 알파빌딩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댔는데, 이때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인트러스투자운용은 2017년 6월 도이치자산운용으로부터 알파빌딩을 매입했다. 거래금액은 총 900억원 가량이 소요됐다. 인트러스투자운용은 리츠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리츠는 에쿼티(equity) 409억원, 론(loan) 461억원으로 구성됐다. 나머지 부족분은 임대보증금으로 채웠다.
한솔교육은 에쿼티 투자자로 참여해 50억원을 출자했다. 한솔교육 외에 하이자산운용이 359억원을 책임졌다. 이 과정에서 인스러스투자운용은 보통주 투자자인 한솔교육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하이자산운용의 확보 지분은 전부 우선주였다. 우선매수권 행사 이후 한솔교육과 인트러스투자운용은 양해각서(MOU)를 맺고 본격적인 협의를 벌였다.
알파빌딩은 지하 5층~지상 15층, 연면적 1만3517.42㎡ 규모의 중형급 오피스빌딩이다. 1992년 10월 준공됐고, 2014년 리모델링이 이뤄졌다. 알파빌딩에는 나무경영아카데미를 비롯해 우량한 임차인이 입주해 있는 상태다. 임대율은 98% 선이다. 연간 임대료 수익은 13억원 가량 된다. 현재 임대관리는 세빌스코리아가 맡고 있다.
한솔교육은 '신기한 한글나라'와 '브레인스쿨' 등으로 유명한 유아 학습지 전문 기업이다. 웅진씽크빅과 국내 유아 학습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사업 분야는 △방문 교육서비스와 △학습지 및 전집류 판매 △시설 교육서비스 등이다.
◇매각 형태 로즈데일빌딩 거래와 판박이
알파빌딩 거래가 성사된 것은 인트러스투자운용의 역할이 컸다. 매도자이면서 동시에 인수자인 한솔교육에 투자 수단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매도자이면서 매수자 역할을 한 셈이다.
인트러스투자운용이 이번에 한솔교육과 손을 잡은 것은 한솔교육의 자금 사정이 고려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한솔교육의 주머니가 그리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은 41억원이다. 반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50억원이다. 이중 잉여현금은 23억원이다. 알파빌딩 매입대금을 치르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대부분의 거래 대금을 외부 차입을 통해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인트러스투자운용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인트러스투자운용 입장에서도 투자금 회수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알파빌딩의 입지 조건 등을 고려해 재투자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인트러스투자운용이 매도자이면서 매수자로 나선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국민연금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던 로즈데일빌딩 매각에서도 동일한 형태로 거래가 성사시킨 전례가 있다.
인트러스투자운용은 국민연금과 함께 2008년 2월 로즈데일빌딩을 매입했다. 국민연금은 인수주체 리츠의 지분 100%를 보유했다. 설립 시기에 리츠의 존속기한을 10년으로 만들었고, 애초 계획대로라면 2018년 2월까지 투자금 회수를 마쳐야했다.
국민연금과 인트러스투자운용은 2017년 10월부터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하지만 매각은 지지부진했다. 당시 센트로폴리스, 써밋타워, 퍼시픽타워 등 다수의 우량 프라임오피스가 매물로 등장한 탓에 원매자들의 관심이 분산됐다.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고, 시장 상황을 관망했다. 그 후 리츠의 존속기한이 다가오자 1년 연장했다.
로즈데일빌딩이 원매자들의 큰 관심을 얻지 못했던 데는 당시 다수의 매물이 등장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구분소유 건물이라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피니티NPS제1호는 로즈데일빌딩의 일부인 연면적 5만5462㎡를 보유했다. 상업용 부동산을 투자하는 운용사와 금융권은 최근 구분소유 건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건물 관리 등에 있어 다른 소유자와 협의해야 하는 등 일괄적인 부동산 관리와 가치 증대, 향후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 인트러스투자운용이 매각 입찰에 참여해 인수자로 나섰다. 당시에도 인수주체로 부동산펀드를 조성했다. 1880억원에 이르는 인수금액은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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