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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조원태 회장 '쌀 나눔' 보도자료 등장 이유는이례적 외부 노출 빈도 확대, 대외적 위상 공고화 목적?

유수진 기자공개 2020-01-29 09:21:26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8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최근 대외 노출 빈도를 높이고 있다.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활동 외에도 사회공헌 같은 보도자료에 잇따라 등장하며 외부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오는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의식해 한진그룹 총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행보란 해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명절 직전인 지난 21일 ‘사랑의 쌀’ 기증 행사를 열었다. 2004년부터 17년째 정기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는 행사다. 매년 설과 추석에 본사가 있는 서울 강서구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쌀을 전달하고 있다. 행사 후에는 해당 내용을 보도자료에 담아 회사 홍보에 활용해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10㎏짜리 쌀 300포를 강서구청에 기증했으며 17년간 후원한 쌀이 총 86톤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진 예년과 동일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이번 쌀 나눔이 조 회장의 ‘나눔 경영’ 철학에 따라 실시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문구가 포함됐다.

대한항공이 21일 배포한 '설명절 맞이 사랑의 쌀 나눔 행사 가져' 보도자료 내용 발췌.

대한항공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한항공의 강점을 살린 글로벌 사회 공헌 활동과 지역사회와 연계한 이웃돕기 봉사활동 등 사회 환원을 통한 나눔 경영의 철학을 강조해온 바 있다”고 적었다. 이 같은 내용은 조 회장 취임 후 첫 쌀 기증이었던 지난해 9월 추석 때는 따로 언급되지 않았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이틀 후인 23일 배포한 자료에도 조 회장이 등장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해외여행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사들에 수익금 일부를 나눈다는 내용을 보도자료에 담았다. 28일부터 3월31일까지 대한항공과 계약을 맺고 있는 전국 800여개 여행사에 일본 노선 판매액의 3%를 매달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대한항공이 23일 배포한 '어려움 처한 여행사에 상생 지원 나선다' 보도자료 내용 발췌.

해당 자료에는 조 회장의 의지에 따라 이번 결정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담겼다. 대한항공은 “이번 결정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 업계의 사정을 파악한 후 여행사와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이뤄졌다”며 “비록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중소기업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조치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서술했다. 설령 실제 조 회장의 지시로 결정한 사안이더라도 그 사실을 그대로 보도자료에 적어 외부에 알리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실제로 그동안 한진그룹이나 대한항공 보도자료에서 조 회장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홍보 내용을 조 회장의 뜻이라기 보단 회사 차원의 결정으로 설명해왔다. 조 회장 본인이 취임 후 가장 큰 변화로 꼽은 복장 자율화조차 도입 당시 보도자료엔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저 대한항공이 유연한 조직문화 형성과 수평적 기업문화 정착 차원에서 들여온 조치라고만 밝혔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근 이 같은 변화를 조 회장이 오는 3월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한진그룹 총수로서 회사 경영 전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KCGI 등과의 맞대결이 성사될 경우 주요주주 뿐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표심까지 최종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조 회장은 최근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를 직접 찾아 조의를 표하는 등 외부 행보를 확대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당시 조 회장이 특별한 인연이 없는 신 명예회장의 빈소에 직접 발걸음을 한 것 자체로 화제가 됐다. 평소 내성적인데다 회장직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대외적 네트워킹이 잦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남매의 난’ 등 경영권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는 빈소에 갔다는 건 단순한 조문 이상의 의미가 있을 거란 관측이 힘을 얻었다.

이를 두고 조 회장이 주요 재계 인사들과 스킨십을 확대하고 한진그룹 총수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대외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조 회장은 빈소에 머무는 내내 취재진의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총 결과를 장담할 수 없으니 조 회장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물밑에서도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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