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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유동성 위기]TRS 거래 '전수조사' 나선 판매사 '연쇄 위기' 우려상품 제안, 센터→본사로 격상…현장 판매 '올 스톱'

허인혜 기자공개 2020-01-30 08:27:03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9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까지 대규모 환매 중단을 선언하며 판매사들이 자산운용업계의 유동성 위기 진단을 위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복수의 판매사가 설 연휴 후 첫날부터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TRS(총수익스와프) 거래 여부와 거래 금액 등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 판매 현장은 전에 없이 얼어붙었다. 지점이 좋은 거래 조건을 찾아 자산운용사에 제안하는 '센터-자산운용사'의 가교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전언이다. 본사가 신규 사모펀드 상품을 개별 점검해 센터로 하달하기 전까지는 신상품 출시가 금지됐다.

2019년 한 해 선진국 금리연계형 DLF(파생결합펀드)와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연달아 터지며 '사모펀드' '환매 중단' 등의 단어에 공포증까지 형성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판매사들이 직접 판매 중단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사모펀드 제안을 피하는 PB가 적지 않다.

◇판매사, 'TRS 거래 현황' 파악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판매사가 연휴 첫 날인 28일부터 자산운용사들에 TRS 계약 여부와 규모를 묻는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자산운용업계는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에게 각각 전수조사나 개별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28일 판매사들이 운용사들에게 TRS 거래 여부와 규모를 조사했다"며 "특히 일부 판매사들은 알펜루트자산운용과 TRS 계약해지가 불거진 한국투자증권과 TRS 계약이 있는지를 물었다"고 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TRS 계약을 보유한 자산운용사에 개별적으로 접촉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판매사들은 이번 TRS 계약 해지가 연쇄 유동성위기를 일으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TRS 계약 해지로 인한 자본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해달라고 주문했지만 '계약 만료'까지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게 판매사들의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TRS 연착륙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자세한 내용을 노출하면서 TRS 사업자들이 공격적인 계약 해지를 단행하지는 않겠지만 계약 만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전과 비교해 훨씬 보수적으로 계약 연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판매사들이 TRS 잔고를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관리 시그널로 읽힌다는 이야기다. 내부 정보교류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까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사모펀드에서 문제가 자주 불거지니 리스크 관리를 하려는 배경은 이해한다"면서도 "차이니즈월(Chinese Wall)로 증권사의 TRS와 판매 본부가 서로 정보교류를 해서는 안된다고 알고 있는데, 만약 전수조사에서 타사와의 TRS 계약으로 유동성 위기가 감지되면 자사 TRS 본부와 협업해 계약을 해지하거나 연장을 거절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팔 상품이 없다…상품 제안, 센터서 본사로 격상"

판매단에서 사모펀드는 사실상 올스톱이다. 2019년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지면서 대체투자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펀드는 사라졌고, 최근에는 사모펀드 출시 자체가 '올스톱' 됐다. 본사에서 판매 금지 지령을 내릴 필요조차 없을 만큼 현장 반응이 싸늘하다.

A증권사 소속 PB는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사모펀드 신상품이 10개가 출시됐다고 하면 최근에는 아예 없거나 있어도 아주 안정적인, 4~5등급의 상품 하나가 출시된다"며 "증권사는 은행과 고객 층이 달라 비교적 공격적인 투자 이해도가 있는 편인데도 사모펀드가 나오지도, 고객이 찾지도 않는다"고 했다.

일반 투자자들의 '공포증'이 치명적이었다. '사모펀드'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과 공포심을 드러내는 고객이 상당수라는 설명이다. B 증권사 소속 PB는 "라임자산운용 사안이 진정되면 사모펀드가 살아날까 싶었는데 '환매 중지'라는 말이 또 다시 터져나오면서 PB나 고객이나 사모펀드를 멀리하게 된 상황"이라고 답했다.

C 증권사 소속 PB는 "소속 증권사와 센터 모두 독립성을 중요시해 라임운용이나 알펜루트운용에 영향을 받지 말고 포트폴리오를 꾸리자는 목표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고객들이 라임 사태와 알펜루트 환매 중단의 소식을 접하고 이전보다 훨씬 부담스러워 한다"고 부연했다.

판매사들이 개별 신규 상품을 진단하는 데에도 별도 소위원회를 구성할 만큼 공을 들인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상품을 제안하는 주체도 본사로 격상됐다. 2019년 6월까지만해도 각 지점에서 '좋은 딜'을 찾아 자산운용사에 제안하는 일이 빈번했지만 최근에는 본사의 허락을 거치지 않고 상품 제안을 하는 통로가 모두 막혔다고 복수의 PB와 자산운용사 관계들은 답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증권사 센터에서 '이런 구조의 상품을 만들어 주면 얼마까지를 모으겠다'는 제안을 해 왔는데 이제는 본사의 상품팀에서 상품 심사를 통과해야만 센터에서도 권유할 수 있게끔 바뀌었다"며 "아래에서 처리하고 위로 안건을 올리는 방식에서 아예 본사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센터에도 상품이 비치될 수 없도록 방향키를 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소속 PB는 "지점에서 직접 딜을 하는 '오더메이드' 상품 통로는 전면 폐쇄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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