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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유동성 위기]‘한때 동반자’ PBS, 헤지펀드에 등돌리나개방형 펀드 이익 공유, 위기에선 발뺌 ‘눈총’...“합당한 조치…금융당국이 더 문제”

김수정 기자공개 2020-01-30 08:26:18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9일 1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 사태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 총수익스왑(TRS) 회수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하우스와 헤지펀드 운용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계기로 운용업계에선 헤지펀드 연쇄 유동성 위기 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헤지펀드 발전을 리드하고 함께 성장해온 PBS 하우스들이 결국 헤지펀드 등에 칼을 꽂는 자충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헤지펀드에 문제가 생기면 PBS 비즈니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부 운용사들은 알펜루트자산운용이 개방형 펀드를 만들도록 설계 단계서부터 영향력을 행사한 PBS들이 막상 위기가 오자 발뺌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한편에선 금융당국이 시장 논리에 반하는 강력한 사후 조치를 반복하는 게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TRS 계약을 지나치게 믿고 갑작스런 환매 요청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매니저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PBS, 헤지펀드 동반성장 10년...”문제 생기니 발뺌 실망”

PBS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열린 2011년 말 나란히 첫 발을 내디뎌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 헤지펀드 도입 당시 자기자본 3조원 이상, 필수 시스템 구축 등 요건을 충족하는 증권사들에게 PBS 업무가 허용됐다. 초창기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트랙 레코드가 없어 자금을 모으는 데 애를 먹었다. 이런 상황에 PBS 시드머니는 신생 헤지펀드에 큰 힘이 됐다.

PBS로선 손실 리스크를 떠안고 자기자본을 투자한 셈이다. 헤지펀드들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한 취지도 있었지만 주요 목적은 막 태동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헤지펀드들은 PBS 시드머니를 받아 3년여 간 빠르게 성장했다. PBS의 시드머니가 헤지펀드와 증권사 모두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지속됐다. 헤지펀드 운용사 진입 장벽과 투자금액 상한선이 낮아지면서 PBS들의 역할은 더 커졌다.

시드머니 제공 외에도 헤지펀드 성장을 뒷받침한 주요 PBS 서비스 중 하나로 토털리턴스왑(TRS)가 꼽힌다. TRS는 운용사가 펀드 기초자산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거금으로 맡기고 약정한 이자를 지급하면 증권사가 주식, 채권, 메자닌 등 기초자산을 매입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운용사에 지급하는 식으로 설계된다.

TRS는 헤지펀드들이 자본시장법상 허용되는 최대 레버리지 비율 400%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운용사들은 TRS를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면서 예기치 않은 유동성 위기를 대비할 수 있었다. TRS 설계를 직접 하는 PBS 하우스도 있지만 일부는 델타원 부서에서 설계한 TRS 계약을 중개만 한다.

이처럼 10년 가까이 함께 성장해온 PBS와 헤지펀드 운용사들 사이에서 갈등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에 대한 증권사들의 TRS 철회가 기폭제가 됐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등 알펜루트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설 연휴 직전 갑작스럽게 TRS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자금 마련을 위해 1108억원 규모 펀드 3개를 환매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에 대한 증권사들의 TRS 철회 사태를 계기로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PBS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메자닌 특화 운용사들 사이에선 앞선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는 펀드 구조와 기초자산 자체에 이미 문제가 있었지만 알펜루트자산운용 건은 PBS로 인해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은행도 대출 할 때 담보를 체크하는데 PBS는 담보 자산을 제대로 평가했는지 모르겠다”며 “레버리지 일으켜주고 시드 넣어주고 했으면서 문제 생기니 등돌리고 고객보다 더 먼저 자금을 회수하려고 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당초 알펜루트자산운용이 비유동성 자산을 담는 개방형 펀드를 설계하도록 입김을 넣은 건 PBS이자 주요 판매사인 증권사들이라는 비판도 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함께 펀드를 설계하고 수익을 공유한 증권사가 현실화하지도 않은 리스크 때문에 앞장서 펀드런 사태를 촉발했다”며 “연대책임을 져야 맞지 이렇게 발뺌하면 멀쩡한 회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 논리상 당연 조치...금융당국 잘못도 커”

하지만 동일 업계 안에서도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차가 있다. 증권사 TRS 계약이 비즈니스 논리에 따른 합당한 조치라고 보는 입장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앞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부터 필요 이상의 고강도 사후 대책을 남발한 게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이번에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한발 앞서 발을 뺀 것에는 지난해 라임자산운용과 연루돼 조사 대상이 된 증권사들 사례도 한몫 했다는 주장이다. 라임자산운용 메자닌 펀드에 TRS를 제공했던 KB증권은 라임자산운용과의 파킹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사태의 공범으로 몰렸다. 이들은 모두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야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각 하우스들의 운용사별 익스포저를 관리하는 식으로 사전에 건전성을 감독해야 하는데 시장논리에 반하는 사후 조치만 강력하게 하니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며 “펀드 자금만 투자자 돈인 게 아니라 증권사 돈도 일부는 결국 주주, 즉 투자자 돈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에 손실 리스크를 감내하라고 주문하는 것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고 유동성 관리를 느슨하게 한 펀드매니저들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모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최소 2개월 전부터 TRS 연장 관련 논의가 있었던 걸로 알고 이 과정에 이미 증권사들이 재계약 불가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쳤을 것인데 그 사이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게 이렇게 커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운용업계 종사자는 “헤지펀드인 만큼 개방형으로 만든 것이나 환매 중지를 결정한 것 모두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며 “다만 TRS 계약이 아무 문제 없이 롤오버될 것이라든지 고객들은 우리가 준비 됐을 때에만 환매 요청을 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갖고 이 같은 펀드를 운용한 건 잘못”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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