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승부수 띄운 KCGI, 대한항공 매각까지 노리나첫 주총 고배 후 1년, 임팩트 있는 우군 공개하며 선전포고
한희연 기자공개 2020-02-03 15:07:23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1일 19: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3월29일. 대기업을 상대로 한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도전이었기에 한진칼 주주총회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KCGI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후 국내 행동주의 펀드에는 역시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감내해야 했던 KCGI는 1년만에 든든한 우군을 공개했다.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는 오너측 인사(조현아)와 반도건설이 주인공이다. 두달 후 있을 정기 주총에서 KCGI가 어떤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은 31일 공동 성명을 통해 "국민의 기업인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며 그것이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서는 개선될 수 없고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의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함께 공감했다"며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 한진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꼭 1년 전 이맘때 KCGI는 한진칼에 대한 지분율을 야금야금 높이며 주주총회 표대결을 준비했다. 지난해 1월 31일에는 이사 선임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서를 회사측에 보내기도 했다. 감사와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하고 석태수 대표를 대체할 사내이사 선임을 요구하면서다. 당시 KCGI는 석태수 대표에게 경영 성과 부진과 오너와의 밀착관계를 지적하며 경영인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당시 KCGI는 한진칼에 대해 10.81%, 한진에 대해 8.03%의 지분을 보유했다.
KCGI와 한진그룹은 서로 우호지분을 확보하며 두달의 시간을 보낸 뒤 3월 말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펀드와 개인 소수지분들로 구성된 KCGI의 입김은 매섭지 못했다. 모든 안건에 있어 표결에 부치며 팽팽한 긴장이 맴돌았으나 결국 한진칼이 제안한 모든 안건이 통과되며 씁쓸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주총의 표대결 결과를 감안하면 KCGI의 우호지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을 제외하고 한진칼 이사회 원안에 반대한 최대 비율은 41.3%였다. 이 안건은 3-3호 사외이사 선임의 건으로, 3% 의결권 제한을 받고 있었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안에서는 20% 정도의 반대표만이 나왔다. 주총 참여 주주의 지분율이 발행주식의 77.18%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KCGI 보유지분율을 제외한 우호지분은 크지 않았던 셈이다.
사실 고배를 마셨던 첫 주총은 KCGI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기업 효율성 제고를 천명하며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지 넉달만에 열렸다. 그만큼 세를 키우기도, 소수지분을 들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명분을 설득하기도 짧은 시간이었다.
이후 1년간 KCGI와 한진그룹의 관계에는 진전이 없었다. 게다가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우군으로 등장하며 KCGI의 도전은 결국 '도전'으로만 끝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다수 나왔다.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는 결국 한계가 있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다만 14년 만기의 장기 펀드인 만큼 장기전을 계획했을 것이라는 전망은 앞으로의 주총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꼭 1년만에 KCGI는 이전과는 다른 임팩트 있는 우군을 데리고 등장했다. 현재 KCGI의 지분율은 17.29%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분인 6.49%와 반도건설의 지분 8.20%를 합치면 32%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따라서 두달 후 열리는 올해 주총은 지난해와는 달리 박빙 승부를 점치는 시각이 많다. 지분율 측면에서 한진그룹도 우호지분을 늘리려 할 테지만, KCGI 측도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경영인체제 도입과 이사회 중심 경영을 목표로 관련 제안을 준비하는 단계지만 어떤 안이든지 결국은 현 오너와 부딪힐 수 밖에 없을 전망인데 현재의 지분율을 감안하면 결과를 뒤엎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주총에서 KCGI 컨소시엄에게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쪽은 한진칼을 장악한 이후 나올 후속작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당장 주력인 대한항공에 대한 전략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CGI가 애초 대한항공보다는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을 때도 결국은 대한항공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기 위해 지주회사 지분을 공략하는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총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만든 뒤 대한항공을 매각하는 방식의 엑시트 플랜을 짜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KCGI와 만났던 일부 인사들이 이런 시나리오를 들었고 최근 사건을 보면 KCGI의 궁긍적 목표가 대한항공 매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짙게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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