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03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GI-조현아-반도건설' 등 3자 연대가 '반(反) 조원태' 기조 아래 뭉치면서 코너에 몰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주주 환원책을 앞세워 표심 잡기에 나선다. 한진칼은 3월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3자 연대가 조 회장 재선임 안건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기타주주를 우호세력으로 확보하기 위해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의 주주 환원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3일 "한진칼이 정기 주총에 앞서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경영전략본부 주도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3자 연대는 한진칼 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3월 말 기준 6주 전인 이달 중순 사내이사 선임안 등 구체적인 주주 제안을 공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은 이와 비슷한 시기에 주주환원 및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놔 표심 잡기에 본격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3자 연대 지분율은 32.06%에 이른다. 반도건설과 KCGI의 한진칼 지분율만 25.57%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6.49%)까지 포함하면 32.06%가 된다. 반면 한진그룹 일가는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해 총 28.94%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조 전 부사장 지분율을 제외하면 22.45%로 줄어든다. 델타항공(10%) 등 우호지분이 있지만 기타주주 심중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경영권을 빼앗길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짙다.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조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책과 주주환원책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5% 이하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표심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그리고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보유한 지분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들은 배당을 통한 수익이나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실현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주주 환원책으로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 등이 꼽힌다. 한진칼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한진칼이 취할 가능성이 높은 주주환원책은 배당이다.

한진칼은 2018년 적자를 이유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2017년과 2016년 결산 배당금은 각각 179억원, 74억원을 기록했다. 한진칼은 2017년과 2018년 당기순손실(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부진한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별도 기준으로는 이익을 실현했다. 2017년과 2018년 별도 당기순이익은 각각 378억원, 310억원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 상황에서 무조건 배당을 확대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배당 지표로 사용되는 배당성향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에서 얼마만큼을 배당금으로 사용했느냐가 기준이 된다.

한진칼 관계자는 "대한항공 실적에 큰 영향을 받는 한진칼 연결 이익규모는 부진하더라도 별도 기준 자회사로부터 받는 상표권수익이나 임대수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더라도 배당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주사인 한진칼은 △자회사 및 기타 투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수익 △소유하고 있는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에 대해 수취하는 사용료 수익 △보유 부동산에 대한 임대수익 등이 주요 수입원이다. 한진칼은 2018년 상표권 사용료 수익으로 298억원, 부동산 임대수익으로 71억원, 배당금 수익으로 236억원, 그룹 ERP수익으로 11억원의 수입을 챙겼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진칼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약 1764억원이다.

주주환원책에 더해 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내놓는다. KCGI 등이 경영 참여 선언을 하며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 명분을 내세웠던 만큼 지배구조 개선책을 내놔 이들 입지를 약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국민연금 등 기업의 지배구조를 눈여겨보는 연기금을 우호 세력으로 돌리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한진그룹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