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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이륙 준비' 대우건설의 '내비게이터' 정항기 부사장해외수주 대폭 확대, 리스크 관리 중요성 부각…재무관리 외 수주평가·현장조달 등 책임

고진영 기자공개 2020-02-05 08:26:3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4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고 재무책임자(CFO)의 전통적 책무는 ‘곳간지기’로 요약된다.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빠져나간 자금은 얼마인지 등을 따져 살림을 꾸리는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시대에선 CFO에게 요구되는 미덕도 달라졌다. 지나간 일보다는 미래 통찰, 리스크 관리를 통해 최선의 길을 제시하는 ‘내비게이터(Navigator)’ 역할이 우선이다.

3개년 수주계획을 통째로 밝히며 턴어라운드를 벼르고 있는 대우건설에서 CFO 정항기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주전략을 공격적으로 전환한 만큼 앞으로 닥쳐올지 모르는 난기류를 피해가야 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대우건설은 2020년 12조8000억원, 2021년 13조3000억원, 2022년 14조4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수주목표를 최근 내놨다. 작년 수주액이 10조6391억원으로 집계됐으니 3년 동안 35% 이상을 늘려야 하는 셈이다. 3년 수주전망을 한꺼번에 내놓는 것은 업계에서 대우건설이 처음인데 그 정도로 각오가 남다르다고 짐작된다.

특히 해외수주를 중심으로 수주확대 전략을 세우고 있다. 2020년 해외수주 5조1000억원, 2021년 4조7000억원, 2022년 5조2000억원을 각각 계획해뒀다. 최근 4년간 해외에서 따온 수주가 연간 1조원대 중후반 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증가한 목표다. 해외수주액이 5, 6조원대로 고점을 찍었던 2011~2012년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그간 대우건설의 해외수주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저가수주로 손해를 보면서 프로젝트를 보수적으로 골랐던 탓이다. 달리 말해서 해외수주를 늘리겠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뜻이 된다.

회사 내부에서도 재무 및 품질 관리, 리스크 평가 절차를 더 촘촘히 짜야 한다는 경각심을 바짝 끌어올리는 중이다. 리스크에 대해 사전평가만 하는게 아니라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도 단계별로 리스크를 체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가고 있다.

이런 단계적 확인은 CFO가 아니라 CTO 직속인 미래전략본부 산하의 공사관리실에서 담당하게 된다. 일감을 선별하는 수주심의실도 미래전략본부 아래 있다. 그러나 수주심의 과정에서 정 부사장의 영향력도 결코 작다고는 볼 수 없다. 심의실에서 프로젝트에 관한 요약 및 평가자료를 만들면 위원회가 열려 이를 최종평가하는데, 이 위원회에 CFO가 참석하기 때문이다.

CFO 직속인 재무관리본부와 조달본부 역시 해외사업 이익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조달본부가 자재구매, 구매처 확인 및 통관, 외주 협력사 선정 등을 맡아 원가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재무관리본부의 경우 국내외 현장에 대한 관리 및 경영지원, 현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 회계관리 등을 담당하는 터라 이를 총괄하는 정 부사장이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정 부사장으로선 사실상 이제 막 워밍업을 끝내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보여야할 시기다. 작년 7월 말 선임될 당시 CTO 신설 등 한차례 조직개편이 있었고 연말 정기인사에서 또 다시 조직개편이 단행돼 업무에 변화가 있었던 탓이다. 그가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다 보니 내부사정을 파악할 기간도 필요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앞으로 그가 입지를 다지는 데는 나이지리아 LNG Train7 일감이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나이지리아 LNG Train7은 대우건설이 이탈리아 사이펨, 일본 치요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따낸 원청계약이다. 본계약은 올해 1분기 즈음으로 예정됐으며 수주규모는 2조원대로 추정된다. 이것만으로 올해 수주목표를 절반 가까이 채울 수 있는 대형 일감인 데다 원청계약이다 보니 원가율이 좋다. 단순 시공과 비교해 사업 매니지먼트도 상대적으로 쉽고 엔지니어링, 구매 등의 측면에서 마진도 많이 남기 때문이다. CFO가 활약할 폭도 넓어지게 되는 셈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외수주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당연히 재무와 원가율 관리 등이 더 중요해졌고 이를 감안해 관련 절차를 개선하고 있다"며 "특히 해외사업에서 자재나 재원 조달 등의 중요도가 워낙 크기 때문에 CFO 산하 조직들이 핵심적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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