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다시보기]한물간 이슈, 다시 '뜨거운 감자'로2000년대 대기업 중심으로 도입…최근 제약·바이오업계 활발
김슬기 기자/ 원충희 기자공개 2020-02-10 08:15:24
[편집자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스톡옵션은 회사가 미리 정한 가격에 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임직원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대표적인 보상방안이다. 인재확보와 인건비 부담을 덜고 향후 회사 성장의 과실을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기부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단기이익에만 몰두하거나 스톡옵션 행사 후 퇴사하는 등 늘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더벨은 스톡옵션으로 본 기업들의 성장사와 현 상황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4일 11: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최근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민주당에 영입되면서 52만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수십억원대의 시세차익을 포기했다는 말이 나오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셀트리온은 임직원들에게 해마다 스톡옵션을 부여한다. 초기에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던 김 모 과장이 지난해 이를 행사하며 15억8000만원을 벌었다는 소식은 큰 화제를 모았다. 스톡옵션 행사로 주가가 희석이 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반면 임직원 동기 부여를 위해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사실 재계에서 스톡옵션은 한물간 이슈에 가깝다. 대기업들 사이에서 2000년대 초반 한창 유행했지만 폐단도 많았던 만큼 2000년대 중반이후 일부기업을 제외하곤 자취를 감췄다. 다양한 보상체계 마련으로 스톡옵션의 중요도가 낮아진 탓이다. 그러나 최근 ICT, 바이오업계 등 신(新)성장산업에선 다시 핫한 이슈가 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기업의 내실보다 주가부양에만 급급해지면서 단기이익에만 몰두하는 병폐도 나타났다. 때로는 먹튀 수단이 되고 사내 위화감 조성에 따른 근로의욕 저하 등 부작용을 우려한 목소리도 나온다. 부적절한 시기의 스톡옵션 행사는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런 탓에 늘 긍정적인 '명'과 부정적인 '암'이 상존한다.
◇2000년대 스톡옵션 붐…삼성전자 '샐러리맨의 신화' 대표주자
스톡옵션제는 1997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외환위기를 넘긴 국내 기업들은 스톡옵션을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다. 스톡옵션이 유능한 인재들을 붙잡을수 있는 유용한 보상수단이면서도 위기에 처한 기업을 빠르게 정상화시키는데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영향이 컸다.
국내 대표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도입 당시만해도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삼성전자가 아닌 한국통신공사(현 KT)였다. 하지만 그 해 11월 15만원대의 주가를 기록하며 삼성전자는 시총 1위로 올라섰다. 이후 단 한차례도 시총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스톡옵션 제도를 시행했던 2000~2005년 삼성전자는 D램(1993년) 뿐 아니라 2002년 세계 1위의 낸드플래시 제조사로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본격적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했던 2010년대 초반 수십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보는 임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톡옵션을 부여받을 당시 상여금을 받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 성장의 성과를 공유했다.
삼성그룹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SK그룹, 포스코 등도 스톡옵션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오래 가진 못했다. 삼성그룹은 2005년 상장사와 비상장사 임원 사이의 위화감 조성과 부여시기에 따른 평가차익 차이 등을 이유로 스톡옵션을 폐지했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과 2003년에 스톡옵션을 부여한 이후 관련 제도를 없앴고 포스코는 2001~2005년까지 시행하다가 2006년 폐지했다.
다만 SK그룹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자취를 감췄던 스톡옵션 제도를 2017년 SK㈜와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 D&D 등이 재도입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또 최근에는 국내 굴지의 IC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비롯해 인재 확보가 중요한 게임업계, 제약·바이오업계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셀트리온의 경우 2009년부터 10년 넘게 스톡옵션 제도를 통해 수백억대 차익을 얻은 샐러리맨 신화가 이어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코스닥 특례상장을 한 기업 중 스톡옵션 부여 현황을 보면 바이오기업의 비중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많다.
◇주가 희석 우려…"스톡옵션 행사 뒤 자사주 소각 최선"
스톡옵션이 꼭 장밋빛 미래만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유통주식수를 늘려 기존 주주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재계 관계자들은 스톡옵션의 경우 유통주식 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에는 적합한 제도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회사 측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지급한다. 그 결과 자사주로 묶여있던 비유동주식이 유통주식으로 탈바꿈되면서 주가를 희석시킨다. 가장 활발하게 스톡옵션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셀트리온이 주주들에게 비판 받는 지점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은 과거 연간 20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다 2017년부터는 연간 50만주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하면서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와 주가상승이 꼭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경영진으로선 단기이익, 일시적인 이벤트로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유인이 강해지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은 등한시하기 쉽다.
또 스톡옵션 부여 대상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다는 평이다. 특히 SK그룹의 경우 최근 스톡옵션제를 다시 부활시켰는데 부여대상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SK㈜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사장에게 SK텔레콤은 박정호 사장, SK하이닉스는 박성욱 부회장, 이석희 사장 등 한정된 소수에게만 부여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경우 스톡옵션을 부여한 대상이 한정적인데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라는 점 외에는 뚜렷한 특징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책임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성작 성과와는 연동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높은 소수의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고, 다수의 임직원들에게 공감대를 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했을 때마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법이 가장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는다. 유통되는 주식 수만큼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면 유통주식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스톡옵션 행사 주식수가 유통주식의 몇 %로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면서도 "스톡옵션을 통해 유통주식이 늘어나면 주당 가치가 희석돼 기존 주주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스톡옵션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 말고도 시행 후 일정비율 소각까지 이뤄져야 주주가치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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