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효성캐피탈 PBR 1.3배 요구에 시장은 ‘난색’ 주관사 노리던 IB들도 고심…가격 조정 가능성 여전

최익환 기자공개 2020-02-10 11:21:05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6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각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효성캐피탈의 매도자 희망가격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이 '뜨악'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당장 효성그룹이 투자은행(IB) 등 자문사들과의 미팅 자리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1.3배 수준인 5000억원 이상을 희망가로 요구한 것이다. 다만 높은 기업가치를 희망하는 것이 IB 등 자문사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6일 IB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IB·회계법인 등 자문사들과 연이어 접촉을 가지며 매각주관사 선정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내부적으로 효성캐피탈의 매각을 공식화했지만 아직 효성그룹이 주관사 지위(멘데이트)를 부여한 자문사는 없다. 그동안 효성그룹은 다이와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일부 자문사들을 염두에 두고 다른 자문사들과도 접촉을 지속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그룹은 올해 말까지 효성캐피탈을 처분해야한다. 지난 2018년 12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완료한 효성그룹은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소 해소 유예기간인 2년 내에 효성캐피탈의 매각을 모두 완료해야한다. 적어도 오는 12월이 되기 전인 10월이나 11월까지는 거래 절차 대부분을 끝내야하는 상황이다.

이렇듯 효성캐피탈의 매각시한까지 채 10개월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매도자의 희망가격이 가장 큰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효성그룹 측은 다수 자문사들과의 미팅자리에서 PBR 1.3배 수준인 5000억원 이상을 매각 희망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 측은 희망가의 근거로 △적격성 심사가 필요 없는 점 △캐피탈사에 우호적인 시장환경 △부실여신의 해소 △양호한 실적 유지 등을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거래된 캐피탈사의 PBR 수준이 1배 미만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효성그룹의 효성캐피탈 희망 가격은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자문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DLF 제재와 연이은 M&A로 잠재적 원매자인 금융지주사들의 투자여력이 제한적인 데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원해온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에게도 PBR 1.3배는 다소 높은 수치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높은 희망가로 인해 매각 성공 가능성이 낮아질까 주저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효성캐피탈 매각주관사 선정작업이 지연되는 것 역시 높은 희망가에 자문사들이 부담을 느낀 데에서 이유를 찾는 모습이다. 희망가격 수준을 파악한 자문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으면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일부 자문사들의 이름만 오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효성그룹이 자문사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해 좀 더 좋은 계약조건을 제시받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결국 희망가격이 높다는 인식을 시장에 각인시킴으로써 향후 매각 국면에서 수반될 가격하락을 조금이나마 방어하고자하는 포석으로 보인다”며 “자문사들이 가격 선을 사수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경쟁을 유발하는 효과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효성그룹이 원하는 가격수준인 PBR 1.3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거래된 캐피탈사 매물들의 평균적인 PBR은 1배 미만 수준으로, 앞서 거래된 이들 매물은 시장에서 우량매물로 분류되던 회사들이었다.

부실여신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효성캐피탈의 경우 이들 매물의 밸류에이션만 사수해도 매각작업이 성공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7년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아주캐피탈 지분 74.04%를 3619억원에 인수할 당시의 PBR 약 0.71배 수준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6월 6000억원에 베어링PEA로의 매각이 확정된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포함) 역시 약 0.9배의 PBR이 적용됐다.

실제 잠재적 원매자 다수는 효성캐피탈의 적정 매각가격을 PBR 0.7배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는 효성캐피탈의 지난해 9월 기준 순자산인 4054억원 기준 2800억원대 수준이다. 잠재적 원매자 다수가 3000억원 내외를 효성캐피탈의 기업가치로 보는 점을 고려할 때, 거래 과정에서 언제든 가격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미포조선의 하이투자증권 매각의 경우도 시장 적정가보다는 인수자의 희망가에 근접해 거래가 이루어진 선례였다”며 “효성그룹 역시 시장 적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거래를 유리하게 이끌고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기준 4054억원의 자본총계(순자산)를 기록하고 있는 효성캐피탈은 지난 2018년 순이자수익 832억원·당기순이익 229억원을 기록했다. 효성그룹 측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4000억원을 넘어서는 5000억원을 매각 희망가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