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올해 주주서한 없는 이유는 작년 지주사 전환 후 시기와 대비···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서 충분히 교감 판단
이명관 기자공개 2020-02-12 13:30:3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1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대산업개발)이 올해 초 아시아나항공 인수란 그룹 위상에 변화가 예상되는 사건이 있었지만, 주주서한을 내놓지 않았다. 인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해온 만큼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처음으로 주주들을 대상으로 경영전략 등을 담은 주주서한을 발표했다.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 주주들과 향후 전략을 공유했다.◇지주사 체제 전환 후 2019년 3월 첫 주주서한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3월 주주서한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1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주주들과 소통에 나섰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라는 이슈가 발생하면서 주주들과 소통하기 위해 주주서한을 발표한 것"이라며 "미래 경영 전략을 공유하며 지주회사 전환 이후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8년 HDC그룹은 현대산업개발을 인적분할해 HDC현대산업개발을 신설하고, 분할 후 존속회사인 HDC㈜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그룹 최대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발생한 셈이다.
작년 공개한 주주서한을 살펴보면 우선 2018년 경영성과에 대한 언급부터 시작한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산업개발은 3개년도 연속해서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3조원 초반대였던 매출은 2018년 4조3550억원까지 불어났다. 영업이익도 2014년 흑자전환으로 돌아선 이후 5000억원대까지 증가했다.
2018년 경영성과를 간단히 다룬 이후 경영전략을 언급했는데, 상당히 상세하게 기술했다. △개발 운영사업 영역의 확대 △원가 경쟁력 강화 계획 △중장기적인 재무 목표 △현금관리 방안 등이 담겼다. 주목할 점은 세부적으로 다룬 내용들엔 모두 공통적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전제가 깔렸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전제가 깔렸던 것은 경기 변동성에 민감한 현대산업개발의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주택사업의 비중이 높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주택사업의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주택사업에 대한 편식이 심한 탓에 컨트롤 하기 어려운 대외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경영전략 역시 이 같은 단점이 고려됐다.
역세권 개발사업과 물류센터 개발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차원에서 개발 운영사업으로의 확대를 예고했고, 보수적인 재무 목표와 자금 운용 전략을 제시했다. 이에 실제로 2019년 초 배당을 대폭 축소하기도 했다. 작년 배당금 총액은 219억원으로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이었다. 배당의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이 쌓이면서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노렸다. 또 불확실한 사업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유보해 기초 체력을 비축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슈, 이번엔 '주주서한' 없다
그룹 최대 지배구조 이슈가 발생한 이후 선제적으로 주주들과 소통에 나섰던 현대산업개발은 올해엔 별다른 공식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그룹 위상에 변화가 예상되는 빅딜을 추진 중이지만, 이미 충분히 시장과 교감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산업개발도 주택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시작된 게 아시아나항공 M&A이다. 그 동안 빅딜에는 명함을 내밀지않았던 현대산업개발이 작년 하반기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자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자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래에셋대우와도 손을 잡았다. 단번에 강력한 인수 후보로 급부상했고, 실제 인수자로 선정되는 결과물을 내놨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사활을 걸 정도로 공격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가격 측면에서 경쟁 후보들과 최대 1조원 가량 차이가 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는 4월까지 잔금을 치뤄야 한다.
이렇게 인수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 회장은 시장과 적극적으로 교감했다. 그 시작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날부터였다. 정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곧바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정 회장이 그동안 공식자리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점에 비춰보면 다소 이례적인 행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점에 공개적인 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가 뒤따랐다. 이정도 규모의 대형 딜에선 딜이 종결될 때까지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거기다 정 회장이 매스컴을 탔던 것도 대부분이 대한축구협회 회장 직함을 달고서였다. 그렇게 공식석상에 모습을 비춘 이후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려는 비전을 꾸준히 제시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번엔 별다른 주주서한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동안 시장과 소통을 잘 해온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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