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28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투자시장이 커지면서 벤처캐피탈(VC)의 위상이 달라졌다. 독립적인 금융산업으로 최근 매년 30%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세대를 넘어 2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을 중심으로 한 신생 VC도 늘고 있다. 꾸준히 '잭팟'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존 산업계 인력들이 VC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VC는 '구인난'을 겪고 있다.VC들은 새로운 피를 수혈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출신'을 따지는 분위기 탓에 빈자리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사역 출신과 산업계 출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서다. 기본적으로 VC들은 벤처투자를 경험해본 심사역 출신을 선호한다. VC에 자금을 공급하는 유한책임출자자(LP)가 산업계 경력을 잘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VC가 벤처펀드를 결성하기 위해서는 모태펀드와 같은 공적 LP의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LP 출자공고가 나오면 부리나케 출자설명회에 참석하고 제안서를 준비한다. 문제는 출자사업의 자격 요건이다. LP가 요구하는 핵심운용인력의 일정 경력을 맞춰야하지만 산업계 출신 심사역들의 경력을 인정하는 기준이 없다. 때문에 무자격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가령 대기업 연구원으로 특정 분야를 10년간 연구했다고 해도 LP들의 입맛에 따라 경력 5년 또는 3년이 된다. LP 입장에서는 기준에 맞지 않는 '경력미달'로 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VC들은 심사역 출신을 주전에 배치하고 산업계 출신을 후보로 둔다. 산업계 출신은 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이 설 자리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 지위를 따내도 걱정이다. LP가 인정해준 핵심운용인력 중 일부가 회사를 옮기면 그 빈자리를 같은 급의 경력자로 채워야한다. 급하게 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심사역 출신을 뽑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산업계 출신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문제는 경력 불인정으로 인해 운용보수를 삭감당하거나 페널티를 부여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벤처펀드의 숫자와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투자 경력이 아닌 산업계 경력도 심사역 경력으로 인정해야만 수많은 펀드를 소화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경력 문제가 반복되면 '제2벤처붐'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GP들이 LP에게 이 문제를 적극 건의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인다는 얘기가 들린다.
심사역이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전공이나 직장 경력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벤처투자 업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정신이다. 하루 빨리 산업계 경력 심사역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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