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02일 07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년전 '이세돌 vs 알파고', 인간 대 인공지능(AI)의 최종 승자는 알파고였다. 알파고는 약 1년 뒤 또 한 명의 인간계 강자 커제를 3:0으로 셧아웃하고 바둑계를 공식 은퇴했다. 알파고의 공식전 통산 전적은 68승 1패.알파고의 출몰 이후 바둑계, 전 인류는 충격에 휩싸였다. 바둑은 인간의 존엄성과 위대함을 사수하는 마지노선과 같았다. 누구도 인류 최강자의 패배를 쉽사리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이제 인류는 승부의 결과보단 이세돌 사범과 알파고의 4번국에 더 의미를 둔다. 이 사범은 3연패 후 내내 불리했던 판세를 기막힌 한 수로 뒤집었다. 일류 기사의 기보를 빅데이터로 학습한 알파고조차 '백 78수'의 위력을 가늠하지 못했다. 78수는 프로기사들에게서도 찾지 못할 만큼 유니크했다.
바이오업계에서도 최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부수를 둔 곳이 있다. 에이치엘비가 그 주인공이다. 어드벤첸연구소로부터 위암 치료 신약 리보세라닙의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권리 일체를 인수하는 바인딩 텀싯(Binding term sheet)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에이치엘비는 유일한 리보세라닙(중국 상품명 아파티닙) 시판처인 중국 헝루이제약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다. 아파티닙의 병원 처방 매출만 연 3000억 이상이다.
진양곤 회장은 이 딜은 엉뚱한 상상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밝혔다. 현금 유입의 부재, 놓치고 있는 중국 시장, 글로벌 시장에 상업화하기까지 필요한 인내와 수익성 문제 등을 한 번에 해소할 묘수라 했다.
딜 과정을 뜯어보면 M&A업계에서 잔뼈 굵은 진 회장의 치밀함이 엿보인다. 작년 10월 어드벤첸의 폴 첸 대표를 자회사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사외이사로 세웠다. 폴 첸 대표는 에이치엘비의 성공을 믿고 계약금 대부분을 에이치엘비 주식으로 받는다. 자금 조달의 부담도 덜었다.
진 회장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치료제를 신약개발과 임상이 아닌 13년에 걸친 투자와 M&A로 획득했다.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유니크한 과정이다.
물론 업계에선 아직도 에이치엘비에 대한 의구심은 크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의 대마지만 미생(未生)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매출의 70% 이상은 바이오 외 사업 부문에서 난다. 사명 또한 현대 라이프 보트(Hyundai Life Boat)의 이니셜이란 점을 들며 구명정 제조업체 아니냐는 비난도 이어진다.
이같은 판단이 무리는 아니다. 창립 100년이 넘는 제약·바이오업계가 쌓아 올린 경험칙은 빅데이터에 가깝다. 에이치엘비처럼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스러진 회사들을 수없이 봐 왔다.
다만 진 회장은 앞서 빅딜처럼 그간 본인만의 승부수로 불리한 국면을 타개해 왔다. 에이치엘비의 행마는 현재진행형이다. 업계의 백안시를 거두게 할 진 회장의 다음 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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