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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ALM시스템 구축 '선봉장' [thebell interview] 장승현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손현지 기자공개 2020-03-09 09:36:58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5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승현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사진)은 올해 초 농협은행 내 '2인자'인 수석부행장(경영기획부문장) 직위로 승진한 인물이다. 농협은행의 수석부행장은 타 은행과 달리 재무관리최고책임자(CFO)와 전략수립책임자(CSO)의 임무 등 1인 2역을 수행한다.

지난달부터는 은행과 그룹의 디지털금융부문장(CDO) 역할까지 겸했다. 임기도 2년을 새로 부여 받았다. 은행 내 주요 3가지 업무를 모두 진두지휘하는 만큼 그간 걸어온 발자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농협은행 ALM 설계…리스크관리 역량 '레벨업'

장 부행장이 처음 농협중앙회에 발을 내딛은 건 30년 전인 1991년이다. 그는 영업점 근무 4년여 만에 본사 리스크관리부서로 발령받았다. 당시 리스크관리부 규모는 장 부행장 포함 2명에 불과한 소규모 조직이었다. 각종 시스템과 조직체계, 업무 프로세스 등 이렇다 정해진 게 없는 무지의 상태였다. 당시 그에게 부여된 첫 번째 임무는 다름 아닌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구축이었다.

ALM이란 금융기관에서 금리나 유동성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해 대차대조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수시로 바뀌는 자산과 부채의 구성을 최적화해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데이터관리와 산출과정이 복잡해 국내 은행들은 대부분 해외업체가 개발한 ALM 패키지를 사용하는 편이다.

장 부행장은 "처음부터 ALM에 대한 전공지식이 있었던 건 아니다"며 "그저 대학시절 통계학도로서 SAS통계분석시스템에 익숙해진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ALM은 기본적 SAS 프로그래밍 언어를 기반으로 한다. 장 부행장은 서울대학교 농업경제학을 수료했다.


1995년에만 해도 농협은행 내에는 ALM 체계가 전무했다. 실무자들은 계좌마다 일일히 수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객의 자산관리를 더 이상 수작업에 의존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데이터량도 방대한 데다가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요소였다.

장 부행장은 "당시 ALM을 구축하기 위해 여러가지 외국 ALM시스템 사례를 접하고 분석했다"며 "기본적으로 쓰이는 장표와 서식을 스터디하고 365일치의 자금 조달에 대한 금리를 정리하는데만 해도 꽤나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인 만큼 다른 은행에서 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통계 기법 접목을 시도해봤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선형계획법을 도입해 자산과 조달의 금리차를 일일이 계산하는 등 갖가지 시행착오도 겪었다. 계좌마다 제약 조건식을 넣었을 때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었다. 시뮬레이션 프로세스를 개발하면서 점차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시간을 단축해나갈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리스크관리부서에 몸 담은 시간만 무려 10년(1995년~2006년)이다. 장 부행장이 농협은행의 리스크관리 수준을 끌어올린 장본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의 재직기간 동안 리스크관리부서도 기존 2명에서 48명으로 늘어났다. 농협은행 리스크관리 실무자들은 매년 카이스트 금융과학과정에 참여하는 등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전략·재무·마케팅 두루 경험…디지털전환 중책

리스크관리부를 떠난 후 그는 재무·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 커리어를 쌓았다. △농협중앙회 경남검사국장(2013) △경남경영지원부장을 거쳐 2015년부터는 농협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재무관리단장 △마케팅전략부장 △종합기획부장등을 지냈다. 내부적으로 '만능'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던 배경이다.

특히 마케팅전략부장 시절에는 파생상품의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고수익 투자상품에 대한 고객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들도 다양한 상품구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농협은행도 2017년 상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장 부행장의 철학을 반영해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비중을 대거 늘렸다. ELD 상품은 고객의 투자금을 정기예금으로 넣고 여기에서 나오는 이자를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내는 구조다. 주가가 예측한대로 움직이기만 한다면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중수익' 상품인 셈이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낙아웃(Knock-Out) 조건에 따라 주가지수가 몇 퍼센트 이상 오르더라도 되레 금리가 낮아지기도 했다. 최악의 경우 이자는 한 푼도 못받을 수 있었다. 예금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리스크를 수반한다고 볼 수 있었다. 단 원금은 보장됐기에 예금자보호가 보장되지 않는 주가연계증권(ELS)와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ELD판매량은 생각보다 저조했다.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밀려 큰 흥행을 하지는 않았다. 장 부행장은 "당시 ELD비 중을 늘렸던 건 적어도 은행 고객이 투자한 상품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며 "고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자산이나 손실이 예측되지 않는 상품은 지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원가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부행장은 "단순 마케팅 뿐 아니라 지급이자 관리가 중요하다"며 "판관비와 인건비부터 조달비용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타은행과 같은 금리 기준으로는 신규 고객 유치가 어렵다"며 "결국 해답은 조달 포트폴리오를 저원가 핵심예금 중심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부행장이 예금조달을 강조하는 건 계절성 요인을 크게 받는 농협의 특징과도 연관이 있다. 농협은행은 금고예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평균적으로 연초부터 7월까지는 조달 예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7월을 기준으로 감소하는 구조다. 장 부행장은 "하반기 재정규모가 커지는데다가 고객들의 예금 만기기간이 도래하면서 연말에 20조~25조원이 빠진다"며 "이 때 CD를 대거 조달하는 것도 조달의 비용적 측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디지털금융부문장까지 겸직했다. 작년 종합기획부장을 지내면서 그룹 차원의 디지털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장 부행장은 은행의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DT란 데이터를 통해 의사 결정하는게 일상적인 상황이 되는 것이다.

장 부행장은 "한시라도 빨리 전 부서가 디지털 경쟁력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며 "지체하지 않고 전환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핀테크 업체들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보다 경쟁력을 가지는 게 목표"라며 "고객들이 농협은행의 금융서비스에 열광할 수 있도록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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