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06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디든 거저 돈을 주지 않는다. 벤처펀드에 자금을 대는 유한책임출자자(LP) 역시 마찬가지다. 벤처캐피탈이 성공적으로 펀드를 조성하려면 LP들의 니즈를 포착하고 운용 전략과 연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인라이트벤처스의 최근 움직임이 눈에 띈다. 창업 3년차에 접어든 하우스가 대형 LP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와 대구시, 경상북도가 참여하는 블라인드펀드를 잇달아 결성했다. 약정총액 122억원 규모로 각각 출범한 '인라이트 6호 CD펀드'와 '인라이트 CG 2호 펀드'를 통해 투자처를 찾아나섰다.
2017년 설립된 인라이트벤처스는 비슷한 업력의 벤처캐피탈과 몸집부터 다르다. 보유 중인 펀드가 8개, 운용자산은 약 1250억원에 이른다. 한국벤처투자와 삼성벤처투자에 몸담았던 김용민 파트너, 대성창업투자 출신 박문수 파트너 등 15년 이상 경력의 잔뼈 굵은 투자심사역들이 뭉쳤다.
인라이트벤처스가 LP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대기업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을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자처한 점이 통했다. 삼성전자의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가 길러낸 신생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임트' 투자다. 신선식품을 낮은 온도로 보관할 수 있는 진공 단열재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2016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했다. 김 파트너가 삼성벤처투자 재직 시절부터 눈여겨봤던 곳이다.
김 파트너는 에임트가 개발한 단열재의 적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했다. 투자 라운드마다 팔로우온(후속투자)했다. 세 차례에 걸쳐 총 27억원을 베팅했다. 에임트의 코스닥 상장 추진은 창업 단계부터 꾸준히 지원한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인라이트벤처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니즈도 파고들었다. 지역소재기업은 늘어나는데 밀착 지원할 투자사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투자한 포트폴리오 260건 가운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업체가 약 80%를 차지한다.
본사를 대구에 차린 건 '신의 한 수'였다. 덕분에 대구시, 경상북도 등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인공지능 및 자율주행(대구), 소재·부품·장비(경북) 등 지역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산업과 관련된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호감을 얻었다.
정책 유동성은 넘치는데 민간 자금을 모으기 쉽지 않다는 벤처캐피탈업계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LP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다면 펀드레이징에 숨통을 틔울 수 있지 않을까. 운용사와 출자자, 피투자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일궈낸 인라이트벤처스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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