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유증 지연 신용도 변수 산적 현대산업개발 인수 의지, 산업은행 지원여부 '촉각'…코로나19 사태도 변수
이지혜 기자공개 2020-03-13 14:06:55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2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찬물을 맞았다.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돼 재무구조 개선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유상증자가 지연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다. 중국이나 일본 등 ‘알짜노선’은 물론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 등으로 그 외 국제노선까지 운영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ABS 조기상환 가능성까지 떠오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관건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의지와 진행속도,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여부다.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ABS 리스크는 낮아진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수가 늦어지면 실적 저하, ABS 리스크 등 재무구조 악화의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의 지원 유지 여부가 아시아나항공 피인수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상증자 지연 “단기적 타격 적다”
1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시점이 미뤄졌지만 당장 신용도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은 유상증자 예정 납입일로 4월 7일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실상 마비되면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데 차질을 빚었다. 항공사를 인수합병하려면 해당 항공사는 출항국가에서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4월 7일은 당초 계획대로 주주총회가 이뤄지는 등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작업이 진행됐을 때 가능했던 일정”이라며 “회사도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늦어도 7월 정도면 납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일단 유상증자를 진행해 올해 안에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되기만 한다면 신용도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바라본다. 지난해 8378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다 1분기에도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보긴 했지만 이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고 바라본다. 오히려 피인수에 따른 유상증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지원이 이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핵심으로 여겨진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신용등급 본평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와치리스트 상향검토 등록을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공수요 급감 등 영업환경이 어렵긴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돼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재무레버리지가 완화하고 지배구조가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실적 저하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했지만 아직은 피인수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보다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행보 주목?…ABS 리스크 버퍼 될까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BBB를 지지하는 버팀목은 사실상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의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산업은행의 행보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여러 기사나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의 지원 요청을 수용하지 않으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은 산업은행 등에 크레딧라인의 한도를 계속 유지하면서 지원자금 회수일정을 늦춰주는 것을 요구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적 저하 등이 근거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했고 신용한도를 8000억원 규모로 열어주는 등 모두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문제는 항공운임채권 회수 실적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유동화전문회사 별로 트리거 발생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2020년 1월을 기준으로 2월 항공운임채권 회수실적을 분석한 결과 1월의 50%대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3월에는 2월 회수실적보다 10%가량 더 저하될 가능성도 유력하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4월부터 5월까지 모든 유동화건에 추가신탁 트리거가 발생한다.
유상증자에 따른 자금지원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크레딧라인은 재무적 버퍼가 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여신한도는 6500억원 정도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추가신탁 등으로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사시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ABS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 인수 가능성 덕분에 사모채를 발행하는 등 시장 자금조달 여건이 다소 개선됐고 산업은행의 크레딧라인도 남아 있어 단기적으로 ABS 대응여력은 충분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동성이 더욱 악화하거나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추진 속도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현재 관점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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