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주총 돋보기]'썬연료' 태양, 감사위원회 도입…감사 표대결 '끝'정관 변경 추진, 감사 선임 '3%룰' 해방…"재무-경영 투명성 제고"
박창현 기자공개 2020-03-20 08:19:5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8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탄가스 브랜드 썬연료로 유명한 코스닥 상장사 '태양'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한다. 다수의 감사위원을 선임해 기업 경영 투명성과 재무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의중이다. 태양은 현재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를 받고 있다. 이에 감사위원회를 도입하면 펀드 측의 이사회 진입 수단인 '3%룰'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의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태양은 이달 27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에 나설 계획이다. 상장기업은 기업경영 감시체제 강화 차원에서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를 둘 수 있다. 이미 감사위원들도 추천해 둔 상태다. 기존 이상천 태양 사외이사를 비롯해 이종열 법무법인 광장 고문과 박종성 전 공정거래위원회 단장 등 3명이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감사위원회 도입은 정관 변경이 필요하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주총 정족수(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참석)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태양 측은 현창수 회장과 관계사 ㈜세안 등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60%에 달한다. 확실한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정관변경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태양은 경영 투명성과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해 오랜 논의를 거쳐 감사위원회 도입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태양 관계자는 "줄곧 1인 감사 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경영 감시 기능 수행에 제한이 있었다"며 "감사위원회 도입을 통해 경영 감시 수준을 더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감사위원회가 도입되면 행동주의 펀드의 이사회 참여 핵심 전략인 '3%룰'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태양은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인 'SC펀더멘털'과 대척점에 서 있다. SC펀더멘털은 지난해부터 감사 추천을 통해 이사회 진입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가 도입되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참여 전략은 무력화된다. 감사위원회 위원들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된다. 최대주주 측은 과반이 넘는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우호 인사를 언제든 사외이사로 앉힐 수 있다.
또 지배주주들은 상근감사 선임과 달리 감사위원회 체제 하에서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반 상근감사 선임 때는 3%룰이 적용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 주식이 모두 3%로 제한된다. 따라서 감사 선임과 관련한 표대결 시 60% 지분을 보유한 현창수 회장 일가와 SC펀더멘탈의 의결권이 모두 3%만 인정된다.
하지만 사외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주주 1인당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현 회장 자신의 의결권이 3%로 줄어들지만 친인척과 계열사 등을 합치면 최대 16.18%까지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감사위원회 제도가 지배주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태양 측은 오랜 기간 감사위원회 도입을 검토했고, 올해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을 뿐 행동주의 펀드를 겨냥한 경영권 방어 대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SC펀더멘탈은 올해도 감사를 추천했지만 감사위원회가 도입되면 감사 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된다. 따라서 표 대결 자체가 성사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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