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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 운용사 탐방]시내버스 '인프라화·수익화' 동시추구 차파트너스②플랫폼운용 출신 차종현 대표 "인프라다운 신자산 발굴이 가장 액티브한 투자"

허인혜 기자공개 2020-03-23 12:41:40

[편집자주]

'선택과 집중'의 길을 택한 특화 자산운용사가 등장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해외·대체투자 등 투자지형도 넓히기에 몰두하고 있는 기존 자산운용사들과는 정반대다. 가장 잘 아는 하나의 투자대상에 집중, 남들과 다른 '2.0' 투자 시장을 열겠다는 목표다. 더벨이 태동기에 접어든 특화 자산운용사 현황을 살펴보고 해외사례와 국내 투자환경을 분석해 특화 자산운용사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13: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내버스는 언뜻 지자체와 정부가 운영할법한 공공산업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울에만 65개의 시내버스 사업체가 운영될 만큼 경영주체가 뿔뿔이 흩어져 있다. '인프라답지만 인프라화가 되지 않은 산업'을 찾던 차파트너스에게 시내버스는 딱 맞는 옷이었다. 차파트너스는 펀드를 통해 시내버스 인프라화를 추구하고 수익도 낸다.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으로부터 독립, 지난해 출범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국내 유일무이한 시내버스 투자 자산운용사다. 친정 플랫폼파트너스의 스마트버스 펀드를 차파트너스의 이름으로 최근 출시하며 특화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차종현 대표(사진)는 인프라다운 산업을 발굴해 투자 상품화하고, 투자 상품화한 인프라를 잘 맞는 투자자와 만나도록 하고 싶다는 포부를 비쳤다. 시내버스 투자는 지향점을 향한 첫 번째 실험이자 발걸음이다.

◇흩어진 시내버스 사업, 하나로 묶어 '인프라 시너지' 노린다

인프라(infrastructure)는 생산이나 생활에 꼭 필요한 구조물들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인프라가 도로와 항만, 철도, 발전소, 통신 시설 등 산업 기반과 학교, 병원, 상하수도 등의 생활기반이다. 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이면서 인프라로 분류되지 않은 요소도 더러 있다. 이를테면 시내버스다.

차파트너스의 시내버스 투자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서울시에만 시내버스 사업자가 65개에 이른다. 서울시가 일부 보조금을 대주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보조금에도 수익성은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 시내버스업체 65곳 중 63곳이 적자를 냈다. 서울시가 이들 버스회사에 들인 보조금만 2788억원이다.

차파트너스는 지역마다 각각의 민간 사업자가 경영하는 시내버스를 응집해 인프라화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내버스가 실생활에 주요한 시설이면서 지자체와 정부가 수익성을 일부 보증하는 등 인프라의 특장점을 지녔다는 판단이다. 산업화가 되지 않아 개선의 여지도 많았다.

차파트너스가 1월 출시한 '차파트너스 스마트버스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는 시내버스 회사가 발행하는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다.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자산(스마트버스)을 관리하는 시내버스 회사의 경영권을 담보로 한다. 버스가 우량한 자산임에도 버스 차주들이 버스의 동산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해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던 데에 착안했다. 2월 말 기준 설정액은 49억8000만원, 누적수익률은 0.50%다.

플랫폼파트너스에서 2018년 1월 출시했던 '스마트 버스 담보부 투자펀드'의 운용역과 기본적인 투자 대상이 동일해 사실상 계승된 펀드다. 플랫폼파트너스 스페셜시츄에이션 본부 소속이었던 차파트너스의 임직원들은 차파트너스로 독립한 뒤 시내버스 투자 포트폴리오를 넘겨 받았다.

2019년 플랫폼파트너스로부터 이관 받은 서울공항 리무진 투자 펀드를 시작으로 2019년 12월에는 '차파트너스 퍼블릭모빌리티 펀드 제1호'를 출시했다. 서울공항 리무진 펀드는 미래에셋PE와 800억원을 투입해 서울공항 리무진 85대의 지분 80%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짜였다. 퍼블릭모빌리티 펀드는 500억원 규모로 설정돼 한국brt자동차주식회사의 지분 80%와 명진교통의 지분 100%를 각각 인수했다.

이처럼 차파트너스는 경영권 인수로 시내버스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복수의 시내버스사에게 담보대출을 내주며 향후 경영권 인수도 시사했다.

차파트너스는 인프라 시장 독점에 대한 반감을 이해하고 있다. 차종현 대표는 흩어진 시내버스를 묶어 경영하는 투자 방식의 변화로는 퍼스트 무브 어드벤티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내버스 효율화 없이 높은 수수료만 계속해 받으면 행동주의 화살이 차파트너스에게 날아오게 된다는 점을 안다. 플랫폼파트너스에 몸담았던 시절 맥쿼리 인프라를 향해 행동주의 무기를 사용해 수수료 인하의 화두를 던진 인물도 그다.

차파트너스는 AJ카리안서비스 등 유관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시내버스의 후속 관리와 정비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AJ플릿링크가 차세대 운행기록장치(OBD)와 센서 기반 모듈을 활용해 스마트버스의 실시간 위치와 차량의 상태 등을 진단하고 자산의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차파트너스는 당분간 시내버스 투자에 집중할 방침이다. 경영권 인수를 보함해 차량 담보부 대출과 채권, 에쿼티를 모두 추진해 시내버스 시장 내 확고한 입지를 다진다는 목표다.

◇'길고 강한' 인프라 사모펀드, 리테일화 목표

차파트너스는 인프라 투자를 전복시키는 한편 인프라 투자를 리테일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목표를 세웠다. 차종현 대표는 "선진국에는 인프라 투자를 목적으로 한 리테일 자산운용사가 여럿 운영되고 있다"며 "인프라 투자는 꾸준한 인컴을 내주면서 안정적인 상품으로 리테일 고객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역"이라고 짚었다.

주주 행동주의도 차파트너스의 방향성이다. 플랫폼파트너스의 행동주의 포트폴리오가 차파트너스의 바로미터다. 플랫폼파트너스에서 적극적인 주주 행동주의를 펼쳤던 차파트너스의 임직원들이 플랫폼파트너스를 떠난 2019년 6월 플랫폼파트너스는 행동주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차파트너스와 플랫폼파트너스의 행동주의 포트폴리오가 겹칠 수 있다는 부담감을 떨친 셈이다.

차파트너스는 '액티브리얼에셋펀드'로 행동주의 시동을 걸었다. 상장된 인프라와 부동산펀드, 리츠를 절반 이상 편입해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도모한다. 나머지 자금으로는 시가총액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 돼 있는 상장기업을 골라 투자하고 주주 행동주의 전략을 실행해 초과수익을 추구한다는 목표다. 펀드 누적 수익률이 6%에 도달하면 초기청산하는 목표전환형 펀드다. 한국투자증권과 판매 계약을 맺었다.

독특한 정체성을 지키는 배경은 구성원의 결속력이다. 맥쿼리자산운용의 인프라투자팀이 그대로 플랫폼파트너스를 거쳐 차파트너스로 독립했다. 그룹 구성원이 조직된 지는 5년, 맥쿼리자산운용에서 함께 일한 세월이 10년이다. 차종현 대표는 "차파트너스의 구성원들은 한국에서 인프라시장이 갓 생성되던 시기 선진국에서 인프라 섹터에서 어떻게 플레이를 해내느냐를 목도한 사람들"이라고 칭했다. 김주원 상무와 김석원 이사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과 플랫폼파트너스를 지나온 주요 인물이다.

◇맥쿼리에서 배워 맥쿼리를 치다 "'산업의 재정의', 가장 액티브한 투자"

차파트너스 임직원들은 2018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를 상대로 주주 행동주의 전략을 펼쳐 금융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맥쿼리인프라의 운용사를 교체하고 운용보수를 인하해달라는 요구에 맥쿼리인프라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한국판 엘리엇' 사건으로도 불렸다. 이듬해인 2019년 1월 맥쿼리인프라가 결국 보수를 인하하면서 일정 부분의 수확을 거뒀다.

맥쿼리인프라를 공격했던 용기는 역설적으로 맥쿼리자산운용에서의 경험에서 나왔다. 차파트너스의 주요 임직원들은 모두 맥쿼리자산운용에 몸담은 바 있다. 이들은 맥쿼리자산운용이 국내 인프라 시장을 어떻게 장악하는 지를 가장 가까이서 확인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맥쿼리인프라는 용인·서울고속도로와 인천대교 등 국내 인프라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시가총액 3조원 규모의 상장 인프라펀드다.

맥쿼리인프라의 국내 인프라 시장 선점은 단순한 인프라 투자가 아니라 인프라 시장 자체를 독점했다는 데에 의미가 깊다. 1기 민간투자사업 14개 중 맥쿼리인프라가 선점한 사업이 12개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2000년 정부가 사회간접자본시설(SOC)에 대한 민간투자법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신용보증 한도가 1000억원까지 대폭 늘었고 정부의 재정지원까지 약속됐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수익률이 10%를 넘어가자 투자할 매력은 충분했다. 맥쿼리인프라는 10%의 수익률 그 너머를 봤다. 국내 인프라 시장에서 아예 경쟁자를 없애면 장기적인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맥쿼리인프라가 2000년대 중반까지 고수익을 올리자 국내 시장도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에 문제가 크다는 점을 깨달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가 종식되면서 투자 시장은 가뭄기에 돌입하게 된다. 인프라 투자가 매력적이라는 인식은 생겼지만 이렇다할 투자처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국내 인프라 투자 시장이 해외 인프라를 향해 재편되기 시작했다. 풍부한 시드로 해외 인프라 투자를 주도했던 연기금과 생명보험업계는 인프라 에쿼티 대신 인프라 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차파트너스는 깨지지 않는 인프라 채권 투자보다는 인프라 에쿼티 플레이어를 꿈꿨다. 맥쿼리자산운용이 시도했던 '인프라 사업의 인프라화'를 축소해 도입하면 안정성과 수익률을 동시에 쫓는 투자가 가능하다고 봤다. 인프라다운 산업을 발굴해 투자 상품화하고, 투자 상품화한 인프라를 잘 맞는 투자자와 만나도록 하고 싶다는 포부다. 이 과정을 통해 인더스트리(산업)를 재정의해 나가는 과정이 가장 액티브한 투자라고 차파트너스는 정의했다.

차종현 대표는 전문 사모펀드 시장의 짧은 만기를 영원한 숙제라고 표현했다. 사모펀드와 인프라의 접목으로 투자의 유통기한을 대폭 늘린 차파트너스는 길고 강한 투자의 열쇠를 쥔 채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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