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아산 정주영 레거시]초동 아도서비스에서 삼성동 HGBC까지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3-19 09:37:35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09: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양재동의 현대차그룹 쌍둥이 건물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회사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협소한 공간이다. 위치가 외진 곳이기도 하다. ’현대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HGBC) 프로젝트가 필요했던 이유다.양재동 사옥은 농협이 중앙회 신축사옥으로 쓰기 위해 지었던 것을 현대차가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되면서 2000년 11월에 매입한 것이다. 농협은 농·축·인삼협중앙회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 건물을 매각했고 가격은 2300억 원이었다.
원래 현대차에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그룹의 통합 사옥을 마련하고 계열사를 모두 같은 곳에 두기 위한 프로젝트가 2006년에 이미 있었다. 삼표레미콘의 뚝섬 시멘트공장 부지가 후보지로 낙점되었다. 이 땅은 80%가 현대제철 소유라는 점도 이유였고 레미콘 공장은 분진과 출입 차량에 대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교통체증을 이유로 한 고도제한이 도입되면서 뚝섬은 포기되었다. 뚝섬 지역의 환경파괴 문제도 있었다. 차선책이 바로 7만9342㎡ 면적인 삼성동 한전부지였다. 2014년 8월에 그 자리에 있던 한국전력공사가 전라남도 나주시 빛가람 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하게 되면서 부지 매각 계획을 내놓았다. 2014년 9월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의 경쟁을 물리치고 10조5500억 원을 투입해서 이 땅을 매입했다.
2019년 11월 26일에 서울시에서 건축허가가 떨어졌고 12월에는 1조7491억 원 규모의 공공기여이행협약이 서울시와 현대차그룹 사이에 체결되었다.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보다 14m 높은 105층 569m 빌딩 HGBC는 2026년에 준공된다.
HGBC는 논란의 중심이었다. 매입가격이 과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감정가 3조3346억 원의 거의 세배였고 시장 최고 예상가 5조 원의 두 배를 넘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자 삼성의 입찰가격이 현대차의 절반 정도인 5조 원대였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과잉투자 논란이 심화되었다.
정몽구 회장이 부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직접 최종 가격을 결정했고 가격이 과하다면 “돈이 공기업인 한전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홍보 임원은 TV카메라 앞에 나와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제2의 도약을 상징하는 차원이 다른 공간을 만들 것이다. 100년 앞을 내다본 글로벌 컨트롤 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다”라고 현대차의 입장을 정리했다.
HGBC는 폭스바겐그룹의 아우토슈타트(Autostadt) 한국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우토슈타트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에 연해 조성된 말 그대로 자동차씨티다. 고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회장의 구상에서 나왔다. 박물관, 각 브랜드별 전시장, 신차 인수고객을 위한 서비스센터 등등이 들어서 있는 28헥타르의 대규모 자동차 테마파크다. 약 1000명이 일한다. 유명한 60미터 높이 유리 자동차 사일로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우토슈타트는 4억3500만 유로를 투입해서 2000년 6월에 개장했다. 모든 건물과 시설물이 현대적으로 디자인되어서 관광명소가 되었다. 개장 이래 2019년 2월까지 총 400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하는데 다수는 신차 인수고객들이다. 아우토슈타트에는 리츠-칼튼호텔이 들어 있다.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를 따라 2006년 5월에 문을 연 다임러의 메르세데스-벤츠월드가 만들어졌다. 박물관과 고객센터로 이루어진 이 파크는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명소다. 개장 이후 2018년 4월까지 모두 190개 국가에서 900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HGBC는 우선은 현대차그룹사들의 부족한 사무공간 문제를 해소해 줄 것이다. 폭스바겐이나 다임러처럼 공장 부근은 아니고 도심에 위치해 있어서 아우토슈타트나 메르세데스-벤츠월드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는 어렵겠지만 현대차 나름의 특유한 용도에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HGBC는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프로젝트의 일부이기도 하다.
자동차 엔진 실린더 4개를 붙여놓은 모양의 BMW 본사를 제외하면 자동차회사들은 특별한 랜드마크를 가지고 있지 않다. 폭스바겐 하면 공장 굴뚝이 4 개 있고 밋밋한 사무용 건물이 있는 그림이 나오고 포드자동차의 사옥도 심심한 기능적 건물이다. 지금 양재동의 현대차 본사가 오히려 낫다. GM이 그나마 현대적인데 부산 해운대같이 상투적인 첨단 빌딩들이라 별 감동이 없다. 그에 비하면 조감도에 나오는 HGBC의 모습은 미래 첨단기술기업 현대차가 지향하는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데 손색이 없다.
현대차는 그 연원이 1940년부터 아산이 운영했던 자동차 정비공장 아도서비스(Art Service)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6년에 자동차수리업소 ‘현대자동차공업사’가 되었다. 서울시 중구 초동 106번지다. 이 공장 땅은 1950년대 초 ‘악몽의’ 고령교 공사 때 팔려서 사업자금에 보태지기도 했다. 아산의 동생과 매제는 초동 개천 다리 옆에 판잣집을 짓고 살아야 했다. 그 회사가 이제 한국 최고층 첨단 빌딩의 주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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