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 리포트]부국철강, '무차입 8년' 지속한 이유는현대차·삼성전자 위축에 레버리지 고려 안해…호남 제조업 불황 영향도
구태우 기자공개 2020-03-20 08:30:3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건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경영 목표다. 성장이 둔화된 시기에는 기업가치를 높여야 지속 성장할 수 있다. 경영진들은 경영 전략을 짤 때 기업가치를 염두한다.'레버리지(지렛대 효과)'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유용한 투자 전략 중 하나다. 외부자본을 적절히 활용해 이자비용보다 수익을 높일 수 있다면 기업과 주주 모두에 이익이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어려운 기업들도 있다.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가 곧 '리스크'가 되는 기업들이 그렇다.
철강사들은 일반 제조업보다 레버리지 경영에 관심이 높다. 철강업은 자본집약 산업으로 일반 제조업과 비교해 자본집약도가 5배 이상이다. 매년 적잖은 비용이 설비 보수에 들어간다. 투자는 철강사의 품질과 성장에 기여한다. 철강회사의 경영진이 레버리지 경영에 관심이 높은 이유다.
영흥철강에 매각되는 한영선재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공장의 확장 이전을 추진했다. 반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몇 년 째 '무차입 경영' 중인 회사도 있다. 포스코에서 열연을 받아 지역의 수요업체에 판매하는 부국철강은 차입금이 '제로'인 기업이다.
부국철강이 지난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채총계는 91억원, 부채비율은 8.6%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을 보면 재무구조가 매우 건실한 기업으로 보일 수 있다. 부채비율 이면을 들여다 보면 재무구조가 건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부국철강은 2012년을 끝으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해 154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상환한 후 한차례도 차입하지 않았다. 2011년 124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린 게 끝이었다.
이후 부국철강은 무차입 경영에 들어갔다. 지난해 부채 현황을 살펴보면 91%가 매입채무였다. 이는 포스코에서 열연을 구입하고 지불하지 않은 외상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부국철강의 유동비율은 998%에 달한다. 기업의 유동비율이 100% 미만일 경우 유동성이 위험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지만 그 이상일 경우엔 현금 여력이 있는 곳으로 판단한다. 다만 지나치게 유동비율이 높은 기업은 자본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부국철강은 자산규모가 1000억원을 조금 넘는 중소기업이다. 1000%에 가까운 유동성은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돈을 빌려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는 성장과 수익을 목표로 진행된다. 부국철강은 철강업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를 않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부국철강은 호남지역의 자동차 및 가전업체에 포스코의 열연제품을 판매한다. 포스코에서 열연을 구입해 1차 가공을 거친 후 업체에 납품한다. 가공을 거치지 않은 열연을 납품하는 경우도 있다. 호남지역의 납품처가 줄면서 매출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1423억원)보다 7%(101억원) 감소한 1322억원을 기록했다. 과거 300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1000억원대 초반까지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2003년 이후 최저치였다.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였다.
완성차 판매감소로 현대차 전주공장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납품하는 물량이 급감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냉장고와 세탁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해 납품량이 줄었다.
철강제품의 수요처는 자동차와 조선업, 건설업 등이다. 호남지역의 제조업 경기가 악화되면서 영향은 포스코 대리점을 겨냥했다. 부국철강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보다 현상 유지를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영업현금흐름 규모도 두자리수로 떨어진 상태다. 영업현금흐름은 50억원을 밑돌고 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도 2012년부터 꾸준히 15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배당금 지급급에 따른 현금 지출로 이외에는 재무활동에 따른 현금 유입과 유출이 없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체감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호남지역의 제조업 경기는 이전보다 위축될 전망이다. 부국철강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국철강 관계자는 "차입을 하지 않는 건 투자를 할 곳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역의 수요 산업이 단시일에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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