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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新IFRS 부메랑 '1.3조' 빅배스…핵심은 '리스' 회계기준 변경, 장사 안되는 점포 중심 반영…구조조정 결단 불가피

최은진 기자공개 2020-03-23 10:06:3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0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영업흑자를 냈지만 영업외비용 등이 반영되며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잠재부실을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 대규모 손실처리)를 단행한 결과다.

각 사업부문의 영업권은 물론 사용권 자산, 즉 리스자산에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하며 영업외비용으로 반영했다. 각 사업부문의 보유점포 및 영업자체의 현금흐름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가장 많은 손상차손을 인식한 부문은 할인점과 슈퍼 그리고 전자제품 전문점이었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들 사업부문이 집중 타겟이 되는 건 당연한 결과로 관측된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으로만 따져보면 흑자였다. 2018년에는 별도기준 4031억원, 연결기준 5970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에는 각각 2710억원, 4279억원을 나타냈다. 그러나 대규모 영업외손실이 반영되면서 별도 및 연결 순손실이 2018년 각각 5029억원, 4650억원, 2019년에는 7537억원과 840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외손실 대부분은 사업부문의 유무형 자산 및 종속·관계기업에서 발생한 손상차손을 반영한 결과다. 손상차손이란 자산의 노화 및 시장가치 급락 등의 이유로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중요하게 미달할 경우 그 차액을 회계장부에 손실 및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현금흐름이 얼마나 발생할 수 있을 지 등 경영진의 추론도 반영되는 만큼 해당 수치로 일정부분 사업적인 부실을 가늠할 수 있다.


롯데쇼핑이 최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손상징후가 있는 백화점·할인점·전자제품 전문점·슈퍼 사업부문 전체의 현금창출단위에 대한 손상차손 인식액은 총 1조1876억원이다. 전년도 5442억원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세부적인 내역을 보면 사용권자산 손상차손에서 9475억원이 발생했다. 이는 리스자산에 따른 손상차손이 반영된 결과다. 전년도에는 점포 리스가 모두 임대료 등의 비용으로 처리되고 끝났지만 지난해부터 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리스사용에 대한 미래가치 등을 현가시켜 자산과 부채로 반영하고 매월 리스료 및 감가상각비를 이자비용으로 가산하게 됐다.

롯데쇼핑의 리스에 대한 사용권 자산은 7조432억원 규모로 전체 자산의 20% 수준이었다. 그러나 2년 연속 적자를 보는 점포를 대상으로 현금창출력과 리스료 등을 따져 현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규모를 산정해 현가한 금액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할 필요가 생겼다. 롯데쇼핑의 각 사업부 점포 중 적자를 보고 있는 곳이 다수 있는 데 따라 대규모 손상평가가 진행됐다.

이 결과 리스 사용권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6조1269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사용권 손상이 가장 많았던 사업부는 할인점으로 전체 손상의 절반인 4908억원이 인식됐고, 그 다음은 백화점과 슈퍼가 각각 2635억원, 1203억원이 반영됐다.

영업권 손상차손도 1449억원이 발생했다. 전년도 부실사업에 대해 대규모 빅배스를 진행하며 3487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는데, 추가로 부실이 인식되면서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백화점 영업권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손상차손이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전자제품 전문점, 즉 롯데하이마트 사업부문에서 2018년 2712억원에 이어 지난해 997억원의 추가 손상이 인식됐다. 슈퍼부문에서도 406억원의 손상차손이 반영됐다.


이를 종합해볼 때 지난해 각 사업부문별 가장 많은 손상이 발생한 부문은 5321억원을 반영한 할인점이었다. 그 다음이 슈퍼부문으로 1842억원의 손상차손을 털어냈다. 각 사업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규모 별 손상비중을 따져보면 슈퍼부문이 17%로 압도적으로 높고 할인점과 전자제품 부문이 각각 6%, 3%대 비중으로 그 뒤를 따른다.

영업권과 사용권 손상은 정의가 다르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부진한 점포 및 영업단위에서 현금흐름의 저하로 발생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할인점·슈퍼, 연결 자회사까지 영역을 넓히면 롯데하이마트까지 상당한 사업적 부실을 안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롯데쇼핑이 올 초 구조조정을 발표하며 백화점보다는 마트와 슈퍼 그리고 롭스를 중심으로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점포 구조조정은 아직 거론된 바 없지만 재무회계상으로 봤을 때 현 상황이 이어지는 한 구조조정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롯데쇼핑의 빅배스는 사업부문 외 종속기업 장부가 등에서도 나타났다. 종속 및 관계기업 등의 손상차손은 금융비용으로 인식된다. 지난해 손상규모는 1158억원으로 지난해 3억5000만원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롯데카드에서 1052억원 손상차손이 발생한 게 주효했다. 매각예정자산 손상차손도 353억원 규모였다. 매각이 진행 중인 해외 계열사 Lotte International Department Store(Weihai) Co.,Ltd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모두 합산한 결과 롯데쇼핑은 지난해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규모만 1조3000억원 규모다. 전년도 반영분까지 따지면 2조원 규모로 늘어난다. 영업흑자를 내고서도 잠재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순손실을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점포임대료를 하나의 사업적 자산으로 판단하고 이를 자본화 시켜 손실로 반영토록 한 신 회계기준의 부메랑이기도 하다. 롯데쇼핑이 적자점포를 중심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한 것도 이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금이 오가는 손실이 아니지만 대규모 손상차손이 반영된 것은 그만큼 해당 점포나 사업권에서 현금흐름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의미"라며 "영업흑자를 기록했지만 조단위 규모로 영업외 손실이 발생하면서 적자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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