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ESG전략 점검]KB금융 지배구조 일등공신은 '이사회 사무국'⑥3개월 사외이사 후보물색 과정 서포트, 독립성 최우수평가…사회·환경 경영 '잰걸음'
손현지 기자공개 2020-03-27 11:34:09
[편집자주]
국내 금융권에 ESG '붐'이 불고 있다. 그간 ESG는 비재무적인 요소로만 여겨졌지만 최근 평가기관이 속속 등장하면서 '수치화'되기 시작했다. 금융지주 회장들마다 ESG성과를 내기 위해 관련 인력을 늘리고 계열사간 협업 방안을 모색하는 등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지주사별로 ESG 성과지표 관리를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4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지주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평가에서 최근 2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특히 기업지배구조 부문에서는 금융권 최초로 최우수상까지 거머쥐었다. 윤종규 회장이 취임 이후 투명한 지배구조(G) 정착에 심혈을 기울인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윤 회장은 2014년 보스턴컨설팅(BCG)의 자문을 통해 이사회 운영부터 지배구조의 핵심 축인 최고경영자(CEO)후보 육성·사외이사 후보추천 프로세스 두 부분을 전면 개정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을 관할하는 이사회 사무국을 별도로 분리시켜 지배구조 독립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ESG경영 차원에서 환경(E)와 사회(S)쪽 경영 보폭도 넓히고 있다. 우선 그룹 차원에서 환경데이터를 집계 관리하며 국제 환경 기준에 의한 체계적인 환경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PC본채, 노트북, 복합기부터 통장·신용카드 등의 자본재, 인터넷뱅킹 전력 등을 전반적으로 조절해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고 금융소외 계층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사회 사무국, 지배구조 정상화 '일등공신'
윤 회장이 2014년 보스턴컨설팅(BCG)의 자문을 통해 도출한 방안은 이전 금융권에는 없던 유일무이한 사외이사·CEO 선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2014년 말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T)를 꾸리고 기존 이사회 운영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기 시작했다.
우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사외이사 4인으로만 구성했다.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원천 봉쇄하고 후보추천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또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주주와 외부 서치펌으로 한정했다. 사외이사나 경영진 등 내부 인사의 입김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가장 큰 특징은 KB의 후보추천 프로세스는 단계별로 주체를 엄격하게 분리한 점이 특징이다. 우선 1차 후보군 평가는 외부 인선자문위원이 담당하는데 정량평가를 통해 결과를 집계하고 숏리스트(압축후보군)을 구성하게 된다. 2단계 후보군 평판 조회는 외부 서치펌을 통해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사추위원들이 회의와 투표를 진행해 최종후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단계별 신생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정착될 수 있었던 건 '이사회 사무국'의 공이 크다는 분석이다. 3개월간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사외이사 후보 선임과정을 서포트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2009년부터 이사회 사무국을 별도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사외이사 선임 전 과정을 이사회 내 사추위에 맡기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둔 셈이다.
경쟁사 중에서는 신한금융이 2012년부터 이사회 사무국(3명)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다만 사무국장이 경영지원부와 겸임하는 형태로 업무를 지속해왔다. 작년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아 완전한 형태로 업무를 분리 운영하기 시작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단계별 사외이사 후보추천 프로세스는 국내 유일의 제도"라며 "지난 5년 여간 시행착오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 이사회의 또다른 특징은 감독기능을 분리시켰다는 점이다. 이사회 산하에 비상설기구인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사외이사 7명), 감사위원회(4명)를 두고 있다. 경영진에 대한 감독기능 수행에 독립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사회의 다양성 제고 차원에서 후보군을 금융경영, 회계, 재무, 리스크관리, 법률·규제, HR, IT, 소비자보호 등 8개 분야로 나눠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반기 단위로 후보군을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기존 이사진의 역량진단(Skills Matrix) 분석도 진행해 반영하고 있다. 성별이나 연령, 국적 등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현재 여성 사외이사 2인과 외국국적 사외이사 1인이 선임돼 있다.
◇E·S경영 잰걸음…석탄화력발전 대출제한 검토·정보보안 체계 강화
KB금융은 거버넌스 뿐 아니라 환경(Environment)부문 성적표도 우수한 편이다. KCGS로부터 2018·2019년 연속 'A+등급'을 부여받았으며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서도 3년 연속 'Leadership A-'를 획득했다. 국내외로 다양한 환경경영을 시도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다.
우선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이슈 등 기후변화에 대비해 친환경 금융상품(녹색상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친환경 행보를 보이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수신상품인 'KB맑은하늘' 금융상품 패키지, 사업자우대적금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는 마일리지할인특약, 전기자동차보험, KB시티즌자동차보험 등이 대표적인 친환경 금융 상품이다.
환경데이터의 계량 및 체계화와 환경지표의 지속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5개 계열사(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캐피탈)가 ISO14001인증을 취득했다. 이밖에 기업마다 녹색기술활용 정도, 녹색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환경보호 실천 등 사회적 책임경영 실천정도를 비재무평가 항목에 포함해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개별기업의 여신심사나 신용평가 패러다임도 점차 바꾸고 있다. 기후(탄소)리스크 관련 산업별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재무적인 위험으로 인식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석탄화력발전 등 고탄소산업에 대해서는 여신 배제·제한 산업으로 설정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ESG채권 발행 대열에도 참여했다. 계열사 중 국민은행이 총 5회 발행하며 친환경·친사회적 이미지를 구축했다. 모두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을 조달해 트랙레코드를 쌓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도 지속가능채권을 추가로 발행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외화 채권은 시중은행 중 최초로 시도한 바 있다. 2018년 10월 3억달러 규모로 만기 3년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는데, 당시 사회적책임투자(SRI)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듬해 2월 아시아 최초의 후순위채(Tier2)에 이어 7월 신종자본증권(AT1) 형채로도 발행에 성공해 외신들로부터 아시아 ESG 채권시장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CGS의 ESG평가내역 중 사회(Social)부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보보안에 힘쓰고 있다. KB금융은 2015년부터 정보보호부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룹 차원에서 정보보호 GRC(Governance, Risk, Compliance)체계를 갖췄다. 또 그룹사 정보보호 임원 협의체인 그룹정보보호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정보보호정책이나 그룹 공동사업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책임 경영을 위해 ESG 연계 사회공헌 사업을 확대하여 사회적 임팩트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양성평등에 앞장서는 기업문화 구축 노력을 인정받아 '블룸버그양성평등지수'에 국내 기업 최초 2년 연속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중소기업, 협력사, 혁신기업이나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역량고도화를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우선 중소기업의 지속성장 지원을 위해 2006년부터는 회계사, 세무사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와이즈(Wise)컨설팅팀을 운영 중이다. 재무부터 인사, 세무, 원가분석, 밸류에이션 등 경영컨설팅과 주식가치 평가를 통한 절세 포인트를 제시하는 가업승계컨설팅으로 구성된다. 2000여건에 달하는 기업금융 종합 컨설팅을 제공한 상태다.
KB금융 관계자는 "특히 보안체계 강화를 위해 매년 IT보안 운영실태나 정보보호 컴플라이언스를 점검하고 있다"며 "전 계열사 해외 법인이나 지점에 대한 점검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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