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HDC 1조 자금지원 요구…산은 '통큰 결단' 할까신용 보강 등 여신 지원 요청…1차 유증 대금 80% 사용처 변화도 주목
박상희 기자공개 2020-03-24 08:42:3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3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자본확충 납입일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산업은행이 현대산업개발이 요청한 자금지원 등에 동의할 지 주목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신용 보강 등의 여신 지원을 산업은행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1차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으로 납입하는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 대부분은 국책은행의 차입금 상환 등에 쓰일 예정이라 산업은행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아시아나항공 M&A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23일 "현대산업개발이 산업은행 측에 '크레딧 라인을 열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1조원 규모의 신용 보강 등을 통한 여신 지원 등을 2~3주 전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별 기업의 크레딧 보강 요청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산업은행에서는 이같은 현대산업개발의 요청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어떤 식으로든 지원에 나설 경우 '특혜 의혹'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에 위약금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거래를 깰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루머가 시장에 한창 나돌던 때다.
최근 분위기는 급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LCC는 물론이고 국내 제1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마저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몰리면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이 불가피해졌다. 만약 현대산업개발이 거래를 파기할 경우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조 단위 자금 회수도 막막해진다.
아시아나항공 1차 유상증자 납입일은 내달 7일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자금 납입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산업은행에서 납입 시기 및 금액 조정 등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나설 때부터 자금 회수를 최우선 순위로 뒀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조건 중 하나로 '신주 가격을 최소 8000억원 이상 써낸 후보자'를 내세웠다. 이는 산은이 인수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권(30년 만기 전환사채) 5000억원과 추가 3000억원 대출 및 보증을 더한 금액이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31.05%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나머지 2조1772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제3자배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 유상증자는 1·2차로 나눠 진행된다. 1차 유상증자 발행금액 1조4664억원이다.
1차 유상증자 대금 대부분은 산업은행 등으로 유입된다. 아시아나항공은 1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납입된 자금의 80% 가량을 차입금 상환 등에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유상증자 자금조달 목적으로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 지원자금 상환 △단기채 및 주식담보부차입 상환 등으로 납입금 1조4664억원 가운데 1조1745억원을 쓸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항공업계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점을 감안하면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자금 조기 회수에 연연할 때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은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하고, 자금 회수는 차후에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산업은행 측에 △1조원 규모의 신용 보강 등을 통한 여신 지원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상환 유예 △납입일 분산 및 조정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분위기는 항공업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정부와 정치권, 업계에서 동일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의 요구를 산업은행이 수용해도 '특혜'라는 반발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조만간 아시아나항공 M&A 관련해서 거래 조건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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