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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 비상경영]딜레마 빠진 '점포확장 전략'…부진 점포에 쏠린 시선②수익성 저하·리스부채 확대, 전략 수정 필요성

김선호 기자공개 2020-03-30 08:46:59

[편집자주]

현대백화점그룹이 유통업계 침체에 더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까지 닥친 데 따라 전례 없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보수적이고 변화에 둔감하기로 유명한 현대백화점그룹이 이례적으로 각 계열사별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성장전략의 재조정이나 자산매각 등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성장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프라인 점포를 꾸준히 확장하며 덩치를 키웠다. 물론 경쟁사 대비 보수적으로 나섰지만 나름대로 꾸준한 출점전략을 성장 키워드로 삼았다.

다만 수도권이나 인구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출점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내실성장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쟁사와 달리 백화점 단일전략만을 내세우고 있었던 터라 수익성 중심의 전진말고는 길이 없었다.

하지만 국내 대형 유통사는 물론 글로벌 유통사들까지 오프라인 점포 전략을 과감히 포기하고 나서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은 딜레마에 빠졌다. 물론 여전히 아울렛과 면세점 등의 출점을 검토하며 확장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게 맞는 길인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불어닥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사회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소극적 확장정책 지속, '매입→임대' 전환

현대백화점그룹은 3월 현재 백화점 15곳, 아울렛 5곳, 면세점 2곳 등 총 22곳의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10년간 백화점 기준 4곳 늘었다. 같은기간 경쟁사가 백화점만 20~30곳, 마트, 슈퍼마켓, 전문점 등까지 포함하면 100여곳이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꽤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소극적이라도 확장정책은 꾸준히 유지됐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나 롯데쇼핑이 점포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과 아울렛 등 투자를 집행하며 출점전략을 쓰고 있다. 이같은 소극적 확장정책은 구조조정의 그늘을 피해가게 된 나름의 강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은 장사가 될 곳에만 점포를 내는 내실성장 전략을 추구했다. 경쟁사들의 오프라인 점포들이 대거 적자를 내고 있는 가운데도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기준 만성적자를 보고 있는 현대백화점 부산점을 제외하고 최근 문을 연 대구아울렛과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만이 소폭 적자를 냈다. 수도권이나 인구가 밀집하는 지역에 점포를 세우는 전략을 추진한 데 따라 실적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온라인 유통채널 성장과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현대백화점이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실제 현대백화점의 별도기준 매출은 2015년 1조2161억원, 2016년 1조3706억원, 2017년 1조3765억원, 2018년 1조3761억원, 지난해 1조3852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매출만큼 증가하지 않았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17.43%로 전년동기대비 2.07%포인트 하락했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선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별도 기준

이에 현대백화점은 임차를 통해 운영 중인 점포를 서서히 정리해 나갈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수년 전부터 오프라인 출점 전략을 매입에서 임대로 조정함에 따라 위기 대응 능력을 키워왔다. 현재 임차를 통해 운영 중인 점포는 디큐브시티점, 가산아울렛, 동대문아울렛, 가든파이브, 대구아울렛 등이다.

신규 출점하는 점포 또한 매입보다는 임차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전과 남양주 아울렛점 이외에 여의도 파크원점, 현대시티아울렛 동탄점, 현대시티아울렛 청주점은 모두 임차를 통해 외형확장을 이루는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10~20년 리스계약 이후 기대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을 시 폐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이는 오프라인 점포에 확장에 대해 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자료: 현대백화점 IR

◇오프라인 점포 비관론에 '동요' 부산점 등 적자 심화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데 따라 오프라인 점포 전략도 재조정 될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회적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면서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비관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소극적 확장정책이라도 이대로 괜찮은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현대백화점그룹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임대전략을 오프라인 점포 리스크를 줄이는 대안으로 삼았지만 신 회계기준의 벽에 부딪혔다는 점도 우려된다. 지난해 도입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116호는 모든 리스계약에 대해 사용권 자산과 리스부채를 인식하도록 했다.

현대백화점 별도기준 리스부채는 2018년 전무했지만 지난해 286억원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43.0%에서 51.3%로 상승했다. 아직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지만 임차를 통한 외형성장의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아직 오프라인 점포 전략의 전환을 선언한 것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낸 것도 아니다. 변화에 둔감하고 보수적이라는 현대백화점그룹의 DNA를 감안할 때 급격한 변화를 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더욱이 오프라인 점포 단일전략으로 성장해 온 탓에 이를 쉽게 버릴 수도 없다.

결국 과거 매각을 고려했던 점포를 중심으로 다시 유동화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방 점포 몇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매각 얘기가 나왔는데 살 사람이 있어야 팔지 않겠냐"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유통사들이 오프라인 점포에서 적자를 내며 없애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우리도 점포 전략을 재조정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실적이 부진한 점포로는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꼽힌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부산의 대표 명물로 자리잡으면서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1900억원 매출로 부산의 대형 백화점 가운데 가장 낮은 실적을 나타냈다. 수익성 측면에선 적자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정리방안을 논의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내부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온라인 성장으로 인해 오프라인 채널이 위기를 맞은 건 사실이나 이에 비해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며 "구체적인 점포 매각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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