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넥스 상장 기업의 목표는 코스닥 이전상장이다. 코스닥 상장의 허들이 높아 그 이전 단계인 코넥스를 선택했다. 신규 개발 자금이나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코넥스가 외면받고 있다. 코스닥 이전상장 요건이 높아 굳이 코넥스에 먼저 상장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탓이다. 차라리 준비 기간을 늘려 코스닥 직상장을 택하지 '코넥스→코스닥' 수순을 밟는 건 시간과 비용의 낭비로 여긴다.특히 바이오 기업에게는 코스닥 이전상장이 까다롭게 여겨진다.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려운특성상 영업이익, 자기자본이익률 등 엄격한 재무구조를 충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코넥스기업들의 이전상장 부담을 줄이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익 미실현기업에게도 신속이전상장(패스트트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하지만 시행 첫해부터 효과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시도 첫 기업인 노브메타파마의 상장 철회가 이를 방증한다.
노브메타파마는 바이오기업으로는 올해 첫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자, 패스트트랙 1호 기업으로 상장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두달새 시총이 4000억원 근처에서 1600억원까지 급락하면서 이전상장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주가 급락으로 투심이 악화되자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상장 마지노선인 3000억원 밑으로 공모 신청을 베팅했기 때문이다. 코스닥 이전상장만 바라보고 달려온 코넥스 기업으로서는 허탈감이 밀려올 수밖에 없다.
제도 도입 당시 고려하지 않은 빈틈이 문제를 키운 셈이다. 지난해 10월 예비심사 승인을 받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절차를 밟는 와중에도 노브메타파마의 주가는 실시간으로 변했다. 문제는 지난달 약세장(베어 마켓)이 형성되면서 '수요예측'이 낮게 측정됐다는 점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저가에 매수하고 고가에 매도하는 차익거래를 주 전략으로 삼는데, 현 주가가 너무 낮아 수요예측 결과가 공모 후 3000억원의 허들을 넘지 못했다.
패스트트렉 제도의 목적은 상장의 허들을 낮추는 데 있다. 그런데 '코넥스 대장주'인 노브메타파마조차 베어 마켓이란 벽에 막혀 상장 철회를 선택했다면 제도에 문제가 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들의 상장을 돕는' 제도인 스팩합병은 합병 결정 후 약 5개월간 주권거래를 정지시킨다. 코스닥 이전상장도 이런 방법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IPO 관계자들은 증권신고서가 제출된 날을 기준으로 상장한 날까지 주권 거래정지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주주의 재산권 침해 시점을 최소화하면서 투심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국도 제도 도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운용의 묘'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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