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SK건설, '역대급' 영업이익에도 '아쉬운' 현금흐름영업활동현금 유입액 60% 급감
이정완 기자공개 2020-04-03 08:10:55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건설이 2019년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금은 감소했다. 기업의 현금 창출에 기반이 되는 영업활동현금 유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받아야 할 채권이 쌓인 것이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모든 기업의 비상 현금 보유 수요가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SK건설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임영문 사장에겐 현금 감소가 아쉬울 일이다.SK건설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건설의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34억원 유입을 기록했다. 2018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221억원 유입됐던 것을 고려하면 2019년에는 유입액이 60% 가까이 줄었다. SK건설은 지난 2019년 전까지 3년동안 2000억원대 영업활동현금 유입을 지켜왔지만 2019년에는 이 수준을 지키지 못했다.
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영업활동현금흐름 추세와 반대로 움직였다. 2019년 별도 기준 SK건설 매출은 7조8440억원, 영업이익은 2710억원으로 2018년 매출 6조4358억원, 영업이익 867억원과 비교해 각 21%, 213%씩 증가했다. SK건설이 2013년 영업적자 4906억원을 기록한 이래로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건설의 영업활동현금 유입액 감소는 전체 현금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SK건설은 2019년 현금 486억원이 유출됐다. 전체 현금이 감소한 것은 2016년 이후 3년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2019년 SK건설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5652억원으로 2018년 6137억원과 비교해 8% 감소했다.
SK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준공된 프로젝트가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회계상 지출 처리된 비용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공사 초기 현금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는데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비용 처리도 덩달아 끝났다는 의미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집계는 당기순이익부터 시작된다. 회사가 순수히 벌어들인 이익에 실질적으로 현금이 유출되지 않았던 비용을 더해주고 아직 들어오지 않은 수익을 빼면서 최종적으로 영업활동으로 얼마의 현금을 거둬들였는지 계산한다. 2019년 당기순이익은 1929억원으로 2018년 695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그럼에도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이 컸던 것이 영업활동현금 유입을 줄어들게 만들었다. 공사지급채무로 909억원이 유출됐고 받아야 할 채권이 834억원 늘었다. SK그룹 계열사가 SK건설에 지급해야 할 채권이 2018년 8694억원에서 2019년 9367억원으로 증가한 것이 원인이었다.
SK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SK건설에 가장 많은 공사비를 지급해야 할 회사는 SK하이닉스였다. SK건설은 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투자 덕에 수혜를 입었다. SK하이닉스와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은 2018년 대비 소폭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그룹 계열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 SK하이닉스로부터 거둬들인 매출은 1조7400억원이었다. 2018년에는 2조원이었다.
SK하이닉스가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SK건설이 보유한 채권액도 컸다. SK하이닉스의 채권액은 2111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 외에도 SK건설이 공사를 위해 설립한 관계회사 서수원개발, 라오스 댐 법인(Xe-Pian Xe-Namnoy Power Company)의 채권액이 공사 진행에 따라 늘어난 것도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영향을 줬다. 서수원개발의 채권액은 2018년 422억원에서 2019년 1503억원으로, 라오스 댐 법인 채권액은 2018년 496억원에서 2019년 1365억원으로 증가했다.
SK건설 입장에서는 외형이 증가했음에도 현금이 줄어든 것이 아쉬울 만한 일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외 대기업 CFO는 선제적으로 대출을 받거나 단기자금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혹시 모를 자금시장 경색을 대비하기 위해 미리 현금을 쌓아두려는 것이다.
SK건설 CFO는 임영문 사장이다. 재무 전문가로서 회사 성장에 기여한 바를 인정 받아 안재현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임 사장은 1964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선더버드 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1989년 SK주식회사(당시 유공)에 입사한 뒤 줄곧 기획·재무 업무를 담당했다.
2009년 SK건설로 이동한 뒤에는 재무실장(상무)으로 근무를 시작해 재무부문장(전무), 기획부문장 겸 재무부문장(부사장)을 맡았다. 2019년에는 2018년 라오스 댐 붕괴 사고 이후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하면서 자본시장에도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임 사장은 SK건설 '재무통'으로서 유상증자, 상환우선주 발행을 통한 현금 마련에 높은 역량을 보여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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