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100% 내는 대한항공·아시아나, LCC와 형평성 '논란' 2019년부터 감면 대상서 제외, 일시적 혜택 논의도 진척 더뎌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03 10:12:21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항공업계 전체가 고사위기에 놓이면서 세제 혜택 등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들과 달리 재산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돼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특히 지금과 같이 모두가 생존을 걱정하는 시기에는 한시적으로나마 FSC에도 동일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정부가 LCC에 대해 3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을 추진하는 반면, FSC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부추기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에 대한 재산세(지방세)를 100% 납부하고 있다. 자산총액(5조원)을 기준으로 감면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실적악화나 부채규모 등과 무관하게 세금을 내야한다. 지난해 양사가 납부한 지방세는 573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8년까지는 이들도 재산세(50%) 감면 혜택을 누렸으나 지난해부터 대상에서 빠지며 세 부담이 늘었다.
현행 지방세특례제한법 제65조에는 항공운송사업자가 취득하는 항공기에 대해 납세의무가 생긴 날부터 5년간 재산세의 50%를 감면해준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조건이 붙어 있다.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항공사가 취득하는 항공기는 제외된다는 내용이다. 즉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재산세를 100% 내야한다. 추후 LCC들도 덩치가 커져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기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LCC들만 재산세를 감면 받고 있다. 하지만 감면 기간이 항공기 취득 이후 5년으로 제한되며 LCC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기존(무기한)보다 줄었다. 2018년 8월 행정안전부가 지방세 관계 법률을 재정비하면서 관련 내용이 항공사들에 불리하게 바뀐 탓이다. 그마저도 2021년 말 개정안이 일몰되면 감면 혜택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과세표준의 세율(1000분의 20)에서 1000분의 12를 경감해주는 취득세 감면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취득세(60%) 혜택은 전 항공사에 공통으로 적용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 지방세 관계 법률을 손보며 재산세 감면 면제 조건을 추가했다. 사유는 간단했다. FSC들에 장기간 혜택을 줘 자생력이 강화됐으니 이제부터는 제대로 세금을 거두겠다는 것이었다. 행안부는 "항공업의 경쟁력이 강화돼 감면 대상과 기한을 합리화하는 것"이라며 "항공사의 담세력(조세부담능력)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특히 자산총액 5조원이라는 기준을 놓고 LCC에만 특혜를 주려는 의도 아니냐며 역차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지방세 감면 혜택에서 제외한데 이어 항공기 부품 수입에 대한 관세 면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당시 한국항공협회가 항공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행안부에 제출했으나 법률 개정을 막지는 못했다. 항공협회는 "지방세 감면 종료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추가 부담은 연간 약 356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신규 항공기 도입 차질과 해외 항공사 대비 비용경쟁력 저하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과 EU, 일본, 중국 등 대다수 경쟁국이 항공기 취득세와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며 "지방세 감면은 국내 항공운송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SC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도 정부에 지방세 감면과 긴급자금지원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상황이 심각해지고 나서야 해당 내용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수적인 사안이여서 아직까지는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FSC 관계자는 "2019년부터 FSC들은 재산세를 100% 내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재산세 감면도 지자체에서 검토하고 있는 단계지만 별다른 진행상황은 아직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세금을 감면해주는 정도가 상당히 적은 편이고 FSC의 경우 재산세나 부품 관세 등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항공업계가 초토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긴급자금을 풀고 지급보증 등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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