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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펀드' 꿈꾼다, 방대진 이스트스프링 상무 [매니저 프로파일]파생 전문가, ELS 변액펀드 성장 기여…20년 노하우 집약, K단기채알파 '도전장'

김진현 기자공개 2020-04-14 13:29:0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0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대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상무(사진)는 골프와 바둑, 당구를 즐긴다. 어릴적부터 수와 계산을 좋아해 예측하고 계산하고 그에 맞게 도출되는 결과물에서 열정을 얻었다. 그가 파생상품 구조와 퀀트(Quant) 투자 전략에 매료된 건 우연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방 상무를 주가연계펀드(ELF) 시장 확대에 기여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다양한 투자 아이디어와 전략을 제시하면서 ELF 구조를 다양하게 만든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리스크 대비 최고 수익률을 끌어낼 수 있는 상품 구조를 고안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평가를 받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심이 위축된 상황에서 과감히 원금보존형 ELF를 고안해 판매한 게 대표적이다. 주식, 상품, 외환, 변동성 등을 기초자산으로 차익거래를 통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지수 포트폴리오를 꾸려 원금손실을 제한한 상품을 고안했다. 2년 만기 상품으로 최종 수익률은 인덱스 지수의 2배를 돌려주는 구조를 짰다. 당시 획기적인 상품 구조로 이목을 끌었던 상품이다.

◇성장 스토리: 은사님 가르침 감화돼 펀드매니저 꿈, 리스크 중요성 깨달아

그가 펀드 매니저를 꿈꾼 건 두 명의 스승 덕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출신인 그는 정운찬 교수(현 KBO총재)의 수업을 듣었다. 정 교수는 학생들에게 "고시 공부 하지 말아라. 대한민국 재화와 자본이 필요한 곳에 잘 투자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라"고 말했다. 그 말에 감화를 받은 그는 훗날 금융회사에 취직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방 상무는 대학을 떠난 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말을 실천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한국 사람이 개발한 퀀트 엔진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의 부를 증대시키는 일이야말로 애국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영향을 준 또 다른 교수는 김태성 교수다. 1997년 40세의 나이로 돌연 작고한 김 교수는 국내파로 해외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개제하면서 활발한 학술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학생 방대진은 김 교수가 어느날 수업에서 행렬을 미분하는 과정을 큰 칠판에 판서하며 가르치는 열정에 감동해 선형대수학 수업을 수강했다.

선형대수학 수강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변화와 시장의 변화 사이의 관계를 계산하는 데 기본이 되는 계산법으로 훗날 그가 퀀트 매니저가 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 수업이다. 방 상무는 김 교수를 학생들에게 시장을 바라보는 생각의 틀을 한단계 진화시켜준 스승이였다고 회고한다.

그가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조금융을 요청했고 대우금융은 대우증권을 매각했다. 유수한 금융회사가 무너지는 걸 보고 그는 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뒀다. 수익을 좇기보단 리스크를 관리하면 자연스럽게 수익은 따라온다는 자신만의 관점을 키울 수 있는 시기였다. 그가 지금까지도 자신을 펀드 매니저라고 하기보다 리스크 매니저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기도 하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백가지 재주는 한가지 정성만 못하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과신하지 않는다.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에 따라 투자 성과가 달라진다고 믿는다. 투자를 준비하는 과정이 그에겐 가장 중요하다.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과정에서 자신이 짠 퀀트 모델이 얼마나 리스크를 제대로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해서 고심한다. 시장에 내놓았을 때 흡족할만한 상품이 나올때까지 스스로 반문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는 퀀트 엔진을 짤 때 학습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창의성이 떨어지면 리스크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일이 어렵다고 본다. 이는 좋지 않은 수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스크에 대한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원칙을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가 좋아하는 말이 '백기불여일성'이다. 백가지 재주는 한가지 정성만 못하다는 의미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정성을 들이는 일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논문에 나온대로 제공된 모델을 사용하면 이미 수익률과 리스크 관리를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직접 본인이 논문을 분석하고 좀 더 나은 성과와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낼 때까지 노력을 기울인다.

이렇게 오랜 기간 고심 끝에 개발한 모델을 운용할 때조차 리스크 관리를 가장 중요하게 신경쓴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일관성이다. 어떤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더라도 일관성이 깨져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가 생각하는 리스크 대응 방법은 4가지로 나뉜다. 매수를 할 때 추격매수를 하거나 저점 매수를 한다. 매도를 할 때는 이익실현을 목표로 하거나 손절매를 하는 방식이다. 이 중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일관성 있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건 남들보다 리스크를 두배 이상 지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상황을 가정해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당 규칙대로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시장 상황이 좋아져 적당히 이익실현을 했는데 시장이 더 크게 오르는 상황 조차도 그는 리스크 관리 실패로 인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그는 항상 투자 기회는 리스크로 가장해 찾아온다고 말한다. 미리 준비돼 있지 않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본시장은 불평등한 시장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려면 완벽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관점이다.

그가 이렇게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건 오랜 기간 변액펀드를 운용한 경험의 영향이기도 하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 합류한 뒤 10년 가까이 변액펀드를 운용에 관여하고 있다. 개인이 어렵게 모은 돈을 투자하는 변액펀드가 평생의 부의 향방을 좌우할 수도있는데 손쉽게 자금을 잃게 만들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높은 수익이 아니더라도 위험도가 낮아야 평생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트랙레코드1: 이자율스왑 구조 분석, 펀드매니저로 이끌다

그는 처음부터 펀드매니저로 금융권 생활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대학 졸업 이후 CJ자산운용(현 브이아이자산운용) 컴플라이언스&리스크관리팀에 입사했다. 2년반 가량 CJ자산운용에 몸담았던 그는 아이투신운용(현 HDC자산운용) 리스크 관리팀으로 이직했다. 아이투신운용은 당시 이자율 스왑 관련 상품을 준비 중이었는데 그에게 이자율 스왑 구조를 분석하고 리스크, 수익성 등을 계산하는 작업을 맡겼다.

당시 퀀트라는 금융기법이 본격 도입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경제학과 출신의 리스크 관리자였던 그에게 얼떨결에 떨어진 업무였다. 학부 시절 기억을 더듬어가며 이자율 스왑 리스크, 수익성 등을 분석해 제안서를 만드는 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 이후 그의 업무는 점차 상품 개발 쪽으로 바뀌어갔다. 상품 리스크를 담당하던 부서에서 상품 구조를 다루는 프론트 부서로 자연스레 이동했다.

이후 CJ자산운용으로 복귀한 그는 본격적인 펀드 매니저 업무를 시작했다.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파생 상품 운용 업무가 그에게 맡겨졌다. 아이투자신탁에서 ELF를 판매하면서 ELS를 많이 다뤘던 그를 CJ자산운용이 다시 영입했다. 그는 CJ자산운용이 하이자산운용으로 바뀌는 과정 속에서 ELF라는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해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대학 시절 결심했던 대로 금융회사에 취직을 하긴 했지만 투자 업무가 아닌 리스크 관리 업무를 5년 넘게 해오다 본격적으로 운용 업무를 맡았다. 파생상품 관련 비즈니스가 막 태동할 무렵 현업에서 경험치를 쌓았던 게 그에게는 아직까지 자산으로 남아있다. 당시 2008년 무렵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투심이 위축돼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자 불신도 쌓여가고 있었다. 그는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상품 개발을 고심하고 운용했던 경험이 자산이라고 여기고 있다.


◇트랙레코드2: 빅데이터 펀드, 혼이 담긴 노력은 배신않는다

그는 하이자산운용에서 근무하던 중 당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자산운용총괄(CIO) 이규홍 현 사학연금 CIO의 영입 제안을 받았다. 2008년 CJ자산운용이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되면서 하이자산운용이 됐고 공모형 ELF 판매가 주춤해지고 있던 차에 이직 제안이 왔다. 그는 세 차례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꾸준한 영입 제안 끝에 결국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변액상품에서 ELF 수요가 늘고 있었다. 파생상품 매니저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장 상황도 한 몫했지만 업계에서 일 잘하는 성실한 매니저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그를 영입하려는 경쟁은 치열했다. 외국계 회사와 직접 ELS 구조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품을 개발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욱 드물었다. 그가 하이자산운용에서 관련 업무를 해본 경험을 이규홍 CIO는 높게 쳤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 와서 그의 역할은 더욱 늘었다. 보험사와 함께 협업하는 상품이 늘었다. 빅데이터펀드는 그가 고안한 상품 가운데 애착이 가는 상품 중 하나다. 100여가지 종목에 대한 뉴스 데이터를 취합해 시장의 반응인 센티멘트(sentiment)를 분석해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해 적용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두달간 매일 야근을 하면서 시스템 개발에 집중했다. 논문을 취합해 방법론에 대한 공부를 마친 뒤 최적화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웠지만 즐거웠다고 회상한다. 과거 10년간의 뉴스데이터와 주가 흐름이 맞는지 확인하고 각 종목별 위험 배분(risk budgetting)을 통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과정은 지난했다. 그는 백테스팅을 통해 툴을 완성하고 상품으로 개발하는 과정은 험난했지만 펀드가 순항하고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업계 평가: 운용 철학이 또렷하고 열정적인 사람

그와 함께 근무했거나 그를 오랜 기간 알았던 이들은 그를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의도 입성 20년차인 그가 아직까지 펀드를 운용할 때 보이는 열정을 보면 대단하다는 평을 받는다. 시간이 흐를 수록 직책이 올라가면서 운용보다는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 주가 되기 때문에 예전만큼 운용에 힘을 싣기가 쉽지 않을텐데도 여전히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고 말한다.

이공계 전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수학적으로 이해도가 뛰어나고 꾸준히 노력하는 점도 높게 평가한다. 그는 펀드매니저가 된 이후에도 꾸준히 공부를 하면서 노력을 기울여왔다. 펀드 매니저가 된 이후에도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 관련 단기 과정을 수학하기도 하고 코딩 등도 공부하면서 업무 능력을 개발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 운용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며 "펀드를 운용하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는데 방 상무는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 오판 등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할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지식도 뛰어난데 겸손한 자세를 지니고 있어 성품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업계에 기여한 바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방대진 상무가 업계에 기여한 바가 많다"며 "ELF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같은 업무를 상당히 오래해오고 있지만 꾸준하다는 게 그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 100년 가는 펀드 목표, 손주에게 펀드 물려줄 것

그는 세대를 넘겨 손주 세대에게 펀드를 물려주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제대로 리스크 관리가 된 운용 전략을 만든다면 50년이든, 100년이든 작동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본인이 은퇴하더라도 리스크와 수익이 균형을 이루며 작동하면 오래가는 펀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농담처럼 자신의 자녀에게 펀드를 물려주고 싶지만 취업 규칙 위반 우려가 있다고 웃었다. 그래서 손주에게 펀드를 물려주는 걸로 목표를 바꿨다. 그는 농담처럼 이야기를 했지만 자신의 펀드 운용 전략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현재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서 QPS(Quant & Platform Solution)본부를 이끌고 있다. QPS운용본부는 퀀트 전략을 활용해 위험 대비 수익 관리를 극대화하는 상품을 개발하거나 전세계 다양한 자산군에 직접 투자하거나 간접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한다.

그는 QPS본부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상품으로 '이스트스프링K단기채알파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을 꼽는다. 주로 변액펀드를 운용해오던 그가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운용 전략을 접목해 내놓은 공모펀드다. 8일 기준 3월 펀드는 0.5%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벤치마크(BM)인 CD금리(3개월)+0.4% 절대수익 펀드 성과를 웃돌았다. BM은 같은 기간 0.14%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K단기채알파펀드는 주식과 채권, 외환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각 자산별 현물, 선물 비중을 30% 안쪽으로 제한해 리스크 노출도를 낮췄다. 펀드를 출시하자마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지면서 악재가 발생했지만 그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개발한 퀀트 엔진을 테스트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실제로 3월 15일 이후 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기간이 3일에 그쳤다는 점이 그에겐 큰 소득이다. 펀드 론칭 이후 코스피 지수가 -11% 하락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또 다른 목표는 직접 개발한 퀀트 엔진으로 해외에서 판매되는 펀드를 만드는 일이다. 직접 개발한 퀀트 엔진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투자자 부를 증대시키는 일을 꿈꿨던 대학생의 꿈이 이뤄질 날을 고대하고 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서 운용 모델을 만들면 본사와 한국 지사에서 함께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 체크하는 과정을 거친다. 본사에서도 방 상무가 하는 업무에 대해 이해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언젠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상품을 출시할 날도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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