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구본걸 회장에 돈빌려 ㈜LF 주식 산 태인수산오너 개인회사, 이달들어 연일매수 0.26% 확보‥승계 주춧돌 관측
최은진 기자공개 2020-04-13 11:24:04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0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F그룹의 모기업 역할을 하고 있는 ㈜LF의 주주명부에 오너 개인회사인 태인수산이 등극했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태인수산이 이달 초부터 공격적으로 ㈜LF의 지분을 매입하며 지분율을 0.26%까지 확보했다.특히 태인수산이 ㈜LF 지분 매입을 위한 재원을 구본걸 LF그룹 회장에게 차입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태인수산을 활용해 지배력을 강화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향후 태인수산을 활용한 승계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LF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LF의 주주명부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19.93%를 보유한 구본걸 LF그룹 회장을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들이 총 39.95%를 확보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구 회장의 둘째동생인 구본순 고려조경 전 부회장이 8.55%, 셋째동생인 구본진 LF그룹 부회장이 5.84% 등을 쥐고 있다. 이외 공익재단인 연암학원이 0.04%를 보유한 것 외엔 모두 오너일가 가족 개개인이 직접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태인수산이라는 회사가 ㈜LF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며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 주목받고 있다. 태인수산은 이달들어 연일 3만여주씩 장내매수를 하며 7만6048주, 지분율로 0.26%까지 확보했다. 투입된 자금으로만 따지면 약 9억원 정도다. 추가로 더 사들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태인수산은 2018년 1월 설립된 LF그룹 오너 가족회사라는 점 외엔 그간 시장에 알려진 바가 없다. ㈜LF의 사업보고서 상 태인수산은 종속기업 혹은 관계기업이 아닌 기타특수관계자로 분류해 놓고 있다. 양사간 그 어떤 지분관계도 없지만 주요 경영진에 의해 지배되는 기업이라는 게 이유다.
확인 결과 태인수산의 지분은 구 회장이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단 한명 뿐인 사내이사는 김영인 씨로, 구 회장을 비롯해 삼형제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LF네트웍스의 자회사인 트라이본즈의 감사로 활약하는 인물이다. LF그룹 오너일가의 금고지기 역할을 하는 인물이 태인수산도 챙기고 있는 셈이다.
태인수산은 정관상 조미김 가공업, 농수산물 유통 및 가공업, 주류판매업, 시장조사 및 경영상담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태인수산을 설립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 5월 조미김 업체인 해우촌을 42억원에 인수했다. LF그룹 내 해우촌이 편입 돼 있지만 실적 등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태인수산이 해우촌을 지배하며 얻는 효익은 고스란히 구 회장에게 귀속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태인수산의 ㈜LF 주식 매입 역시 일단은 구 회장의 지배력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다만 구 회장이 직접 지분을 확보하는 게 아닌 태인수산을 활용했다는 점은 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은 태인수산의 자금력을 활용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의견이 가장 먼저 제기된다. 해우촌을 통해 확보한 자금력으로 ㈜LF의 지배력을 늘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구 회장이 빌려준 자금으로 태인수단이 ㈜LF 주식을 사들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추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다른 배경으로 거론되는 게 승계 문제다. 구 회장의 자녀인 구수연씨와 구경모씨는 각각 0.52%, 0.13%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의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는 가족회사는 구 회장의 동생들과 함께 소유하고 있는 파스텔세상 외엔 없다. 따라서 구 회장이 100% 쥐고 있는 태인수산을 추후 자녀들의 ㈜LF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활용하기 위한 포석으로 이번 주식매입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LF그룹 관계자는 "태인수산은 100% 구본걸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인건 맞지만 왜 ㈜LF 주식을 샀는지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알 수가 없다"며 "태인수산의 자체적인 의사결정 하에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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