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건설사, 토목·플랜트 매출 일제히 감소 공공 발주 위축, 해외 선별 수주 탓…GS건설·대우건설 부문 적자 기록
이정완 기자공개 2020-04-14 13:14:31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3일 1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5대 건설사의 토목·플랜트 사업 매출이 일제히 감소했다. 대형 건설사는 이른바 아파트를 지어 돈을 버는 수익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건축·주택부문 실적도 감소세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토목·플랜트 사업 위축이 더 눈에 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공공 토목 발주 감소와 2010년대 초반 기록한 중동 사업 적자 이후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최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대형 건설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5대 건설사의 연결기준 토목(인프라) 사업 매출 합계는 8조9316억원으로 2018년 9조4751억원에 비해 6% 줄었다. 플랜트 사업의 매출 하락폭은 더 컸다. 2019년 5대 건설사 플랜트 사업 매출 총합은 12조5685억원으로 2018년 15조704억원 대비 17% 감소했다.
토목·플랜트 사업의 위축은 역설적으로 건설사 실적을 견인해 온 주택사업의 매출 축소로 인해 더욱 두드려졌다. 지난해 5대 건설사의 건축·주택 매출 합계는 33조548억원으로 2018년 36조2108억원에 비해 7% 줄었다. 대형 건설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주택 사업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 사업의 경쟁 심화와 택지 물량 부족으로 인해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 자체가 줄면서 매출이 감소했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 심사가 강화되면서 분양 목표를 채우지 못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토목과 플랜트 사업은 지속적으로 매출이 감소해왔는데 대형 건설사의 실적을 견인해오던 건축·주택부문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토목·플랜트의 부진이 더욱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토목·플랜트 실적 둔화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어 "토목 사업은 공공 발주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데 정부가 지난 9~10년 동안 대형 토목 사업 발주를 줄이며 분위기가 위축됐다"면서 "플랜트 사업의 경우 해외 사업의 영향이 큰데 선별 수주 전략을 택하다보니 해외 선진업체와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처럼 토목 사업의 경우 올해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늘린다고 했음에도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올해 SOC 분야 예산을 전년 대비 18% 증가한 23조2000억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으나 이 수치가 여전히 10년 전과 비슷한 수치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보면 2010년 SOC 예산은 25조1000억원이었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계획된 SOC 투자 소식도 잠잠해진 상황이다.
플랜트 사업 매출 감소폭은 토목 사업의 감소폭보다 컸는데 이는 건설사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가 2013~2014년 대규모 영업적자 후 중동 수주에 있어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체제를 공고히 했다"며 "익숙한 국가에 익숙한 사업으로만 진입하고 있는 추세다"고 밝혔다.
외형이 축소되니 영업이익도 줄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사업보고서에 별도로 부문별 영업이익을 공시하지 않았다. 영업이익을 공시한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중에선 대림산업의 실적이 제일 양호했다. 대림산업은 세 부문에서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관계자는 토목과 플랜트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은 2018년 플랜트 사업에서 3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GS건설은 2018년 토목과 플랜트에서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토목 사업에서 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GS건설 관계자는 "토목·플랜트 사업 현장 자체가 줄어 지난해 영업이익이 위축됐지만 올해는 위례신사선을 수주하는 등 반등을 꾀한다"고 말했다.
5대 건설사 중 대우건설의 경우 외형 축소를 비롯 수익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2018년 토목 사업에서 639억원, 플랜트 사업에서 10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대우건설은 2019년 토목 사업 적자 1811억원, 플랜트 사업 적자 1494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여느 건설사처럼 토목과 플랜트 사업 현장은 줄어들었는데 판매비와관리비 등 고정비 지출은 지속되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올해 플랜트 분야에서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LNG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며 "LNG 플랜트 경험도 있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턴어라운드를 노릴 전략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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